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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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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픽!] 16살, 사랑을 모르던 때 만난 첫사랑…'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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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대부분의 과일은 익힐수록 맛이 나지만 사과는 좀 다르다.

빨갛게 익기 전에 수확한 초록빛 풋사과에는 풋풋한 향과 새콤달콤한 특유의 맛이 있다.

연합뉴스

웹툰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
[작가 블로그 갈무리]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은 덜 영근 사과처럼 풋내나는 16살 김철과 황미애의 관계를 그린 웹툰이다.

백제중학교 3학년 12반 동급생인 둘은 멀고도 가까운 사이다.

부모님끼리 친해서 어릴 적 시골에서 만난 적이 있고 같은 반 짝꿍인 데다가 집도 바로 이웃해있다.

여기에 방과 후에 다니는 학원도 같다. 가끔 부모님들끼리 주말에 같이 식사라도 하면 주 7일을 내리 마주 봐야 한다.

이렇게 자주 만나는 사이지만 철이는 미애와 거리를 둔다.

이름 때문에 둘이 함께 있으면 가수 '철이와 미애'라고 놀림을 당하는 것이 끔찍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또 180㎝를 훌쩍 넘는 거구에 소문이 험악한 전학생인 자신과 얽히고 나면 미애의 학교생활이 고단해질 것을 걱정하는 마음도 있다.

하지만 150㎝를 갓 넘기는 작은 키에 말괄량이인 미애는 막무가내로 철이에게 다가선다.

주변에 곁을 안 주는 철이의 외로움을 알아채고 먼저 친구가 되자며 손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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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
[네이버웹툰 갈무리]


보통의 로맨스 웹툰은 한눈에 반했다는 설정으로 시작하지만,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은 두 주인공이 우정을 쌓는 과정부터 촘촘히 그렸다.

아직 친구가 최고의 관계라고 여기는 둘이기에 "영원한 친구가 되자"라는 말을 대단한 고백처럼 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이야기 전개는 느리지만, 철이와 미애가 서로를 아끼게 되고 그 감정이 우정과는 다르다는 것을 서서히 자각하는 과정에 독자들이 한층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전작 '치즈인더트랩'로 이름을 알린 순끼 작가 특유의 섬세한 감정 묘사도 도드라진다.

애매하고 복잡해 나조차도 설명하기 어려운 사춘기 시절의 오락가락하는 심리를 잘 그려냈다.

사랑은 자신으로부터 한 칸 떨어진 드라마 속, 만화 속 재미있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해오다가 막상 자기 이야기가 되자 어쩔 줄 몰라 하는 미애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연합뉴스

웹툰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
[네이버웹툰 갈무리


판타지를 쏙 빼고 우리 곁에 있을법한 인물들과 이야기만으로 채웠다는 점도 매력이다.

학교 친구들은 물론 이 둘이 함께 다니는 능금학원의 친구들까지 모두 개성 있으면서도 과하지 않은 캐릭터로 묘사된다.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인 1999년을 배경으로 삼은 점도 재미난다.

카카오톡은커녕 삐삐밖에 없어서 서로 연락하기 힘들고, 오해가 쌓이면 직접 만나야만 풀 수 있는 시절이다.

지방의 비평준화 지역에 남아있던 고등학교 입시와 지금은 사라진 귀밑 3㎝의 엄격한 두발규정, 영화 '스크림' 비디오테이프 등이 주요 소재로 등장해 마치 '응답하라 1999'를 보는듯한 느낌도 든다.

현재 네이버웹툰에서 볼 수 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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