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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OSEN 'Oh!쎈 초점'

'행복배틀' 여자들만 사찰했어요? 이런 스릴러를 봤나[Oh!쎈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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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누가 내 피드 사찰하고 쓴 거 아니냐고". 막장 스릴러일 줄 알았는데 현실적인 여성서사물이었다. '행복배틀'이 넘치는 현실감으로 보는 이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 방송 중인 ENA 수목드라마 '행복배틀'은 SNS에서 치열하게 행복을 겨루던 엄마들 중 한 명이 의문투성이인 채 사망하고, 비밀을 감추려는 이와 밝히려는 이의 싸움을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 작품이다. 배우 이엘, 진서연, 차예련, 박효주, 우정원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이합집산을 이루며 갈등과 워맨스를 모두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의 시작은 소소했다. 송정아(진서연 분), 김나영(차예련 분), 오유진(박효주 분), 황지예(우정원 분) 등 영어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엄마들끼리 SNS 네트워크를 시작으로 제목처럼 행복배틀을 벌였다. 직관적인 소재와 이야기가 명문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다뤘던 'SKY 캐슬'에서 어린 아이들로 대상을 옮긴 드라마라는 느낌마저 선사했다.

특히 SNS를 통한 미묘한 경쟁 구도와 자녀의 성적이나 활약상, 남편의 시계는 기본, 부부간 다정함까지 경쟁하는 풍경이 적나라하게 현실을 반영하며 호평받았다. "이런 계정 어디서 꼭 한번 봤다"는 반응들이 공감의 웃음을 자아낼 정도로 현실적인 소재와 구성을 방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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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장미호(이엘 분)가 등장하며 작품은 본격적으로 스릴러 성격을 가져갔다. 오유진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 후로 벌어지는 의문스러운 일들까지. 복잡한 등장인물들 사이 관계가 서서히 드러나며 막장과 스릴러를 오가는 갈등 구조로 박진감을 선사하는 중이다. 치정 관계가 언급되면서도 오유진의 죽음이라는 핵심 줄거리가 풀어지지 않는 전개는 '웰메이드 막장' 소리를 나오게 만든다.

무엇보다 SNS 안에서 누구보다 행복했던 등장인물들은 극이 전개될수록 불행한 약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전시하던 행복은 실제와 달랐고, 경쟁과 배틀을 위한 과장과 과시욕이 들어간 순간 진정한 행복과는 멀어지는 일이 '행복배틀'에서 펼쳐지고 있다. SNS와 스마트 문명이 고도로 발달했고 주위의 시선에 어느 곳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2023년 한국에서 벌어지는 살풍경이 드라마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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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나친 현실성이 때로는 촌극 같아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현실 풍자가 더해지다 못해 작품의 세계관이 희미해지는 때도 오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배틀'은 웰메이드의 기조를 잃지 않겠다는 듯 주된 장르인 스릴러의 매력을 예리하게 세운다.

역설적인 점은 장미호와 오유진의 과거, 재혼가정에서 만난 두 자매의 이야기가 새로운 울림을 남기고 있다는 것. 부모의 이혼 후 각자 아빠와 엄마를 따라 자매로 엮인 두 사람이 어떻게 어긋나게 됐는지 동시에 어떤 결핍을 지니게 됐는지가 가정사를 통해 드러나는 중이다. 가족이라는, 어떤 형태로든 누구나 시작하는 최소한의 사회화 단위가 ‘행복배틀’ 안에서는 유독 약한 연결고리로 부각됐다. 어느 누구라도 '행복배틀'의 등장인물들과 마찬가지로 결핍을 겪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풍자극 같았다가도 또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였다가. 복합장르의 매력을 십분 살리는 '행복배틀'의 끝이 어떨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쏟아지는 드라마, 시네마 타이즈들 가운데 웬만한 시청자도 첫 방송만 보면 마지막 회가 예상되기 쉽 건만, 의외의 수확이다. 이제 막 8회를 마지고 후반부에 접어든 이 드라마의 끝이 기대된다. / monamie@osen.co.kr

[사진] EN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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