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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 방식을 둘러싼 표준 경쟁이 첨예해지고 있다. 테슬라 NACS가 빠르게 북미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업체들은 아직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NACS가 가볍고 작은 장점으로 지지를 받고 있지만, 기존 CCS 생태계가 재편돼야 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27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와 워싱턴주는 고속도로 전기차 충전 시설을 구축할 때 지원금 조건에 NACS 방식을 추가할 예정이다.
NACS는 테슬라가 만든 충전 표준이다. 당초 TPC라는 이름으로 불렀지만, 지난해 말 기술을 공개하고 이름도 북미 표준을 뜻하는 NACS로 바꿨다.
테슬라가 NACS를 표준화하려는 이유는 미국 정부 보조금 때문으로 추정된다. 미국 행정부가 5년간 75억달러 규모 충전시설 구축 보조금을 편성한 상황, 슈퍼 차저를 개방하며 지원을 받겠다는 의도다. 빠르게 성장하는 충전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목적도 크다는 해석이다. 장기적으로는 테슬라가 자사 방식을 표준화해 기술적 우위를 자랑하며 전기차 시장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에서는 NACS가 미국에서 표준으로 자리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었다. 미국이 지난해 발표한 충전 인프라 확대 정책(NEVI)에 CCS 방식을 표준으로 규정하고 보조금 지급 기준으로 삼은 것. 당초 NACS를 주목하다가 글로벌 표준에 맞추려한 조치였던 만큼, NACS를 표준으로 삼으면 이를 다시 번복하는 셈이 된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테슬라와 다소 불편한 관계라는 점도 우려되는 요소로 지적됐다.
그러나 미국 지방 정부가 NACS에 힘을 실어주면서 규정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현지 매체들은 자칫 충전기 보조금이 낭비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NACS도 포함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 NACS 뭐길래
NACS는 가벼운 케이블과 작은 충전구를 최대 장점으로 한다. AC와 DC를 전선 하나로 구현한 덕분이다. 반면 CCS는 DC와 AC를 따로 사용해야 해 충전 전압이 높아질 수록 더 무겁다.
통신방식이 구형인 계측제어통신(CAN)으로, CCS에서 쓰는 고속전력통신(PLC)과 비교해 한계가 있었지만, 최근 들어 PLC 도입을 늘리면서 극복하는 중이다.
안정성도 높다. PLC는 다양한 제조사가 만들어 아직 표준을 정립하지 못한 반면, NACS는 테슬라가 만들어 안정적인 성능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충전과 동시에 결재하는 플러그앤차지(PnC) 서비스를 주도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영향이 크다.
800V 이상 고출력 충전도 조만간 지원할 예정이다. NACS는 현재 500V급으로 서비스 중, 테슬라는 추후 '메가차저'라는 이름으로 1000V 충전 서비스로 확대하기로 했다.
호환성 문제도 없을 전망이다. 기존 충전기나 전기차도 간단한 조치와 커넥터 등만으로 NACS를 지원할 수 있다. GM과 포드 등도 앞으로도 커넥터를 통해 다양한 충전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할 계획, 충전기 업체도 기존 제품에서 일부만 업그레이드해 NACS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SK시그넷 관계자는 "이미 800V 고전압 출력이 가능하고 통신 방식도 구현이 어렵지 않아 제품 개발에 어려움은 없다"며 "차량에 따라 CCS에서는 800V를, NACS에서는 400V로 충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테슬라가 북미에서 압도적인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도 NACS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다. 완성차 업계가 충전 인프라 확충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 NACS를 따르면 이런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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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계 재편 부담 커
문제는 NACS가 표준으로 자리잡으면 기존 충전 관련 생태계를 완전히 개편해야한다는 부담이다. CCS용 부품을 개발하던 기업들이 테슬라를 중심으로 생존 경쟁을 시작해야한다는 것.완성차 업계도 차량을 개발하는데 테슬라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게 된다.
NACS가 테슬라가 아닌 차량에서도 수준 높은 통신 성능을 제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테슬라가 NACS를 공개하긴 했지만, 타사 자동차에 적용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직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테슬라가 차별울 둘 가능성도 있다. 신기술이 새로 도입되는 경우에는 완성차 업계가 테슬라를 따라가야할 수도 있다.
CCS도 PnC를 염두에 두고 점차 성능을 개선하면서 통신 성능에 대한 장점도 희석되는 분위기다.
아직 1000V를 지원하는 슈퍼차저 V4가 보급되지 않은 것도 한계다. 현대차 장재훈 사장도 최근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NACS를 사용하면 오히려 충전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미국 루시드모터스도 NACS 충전 시스템을 따라가기 어렵다며 CCS 규격을 따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임재우 연구원은 "사용자 입장에서는 NACS가 가볍고 작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지만, 사업자와 제조사 입장에서는 두가지 충전기를 제작과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낭비인 만큼 방향성에 고민이 클 것"이라며 "사업자와 제조사가 사용자 입장에서 고민을 많이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핵심은 서비스 품질
충전기 표준 논쟁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결국은 커넥터를 활용하면 어떤 충전 규격이든 서로 사용할 수 있는 만큼, 단순히 충전구 형태의 차이에 불과하다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NACS 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CCS에 비해 장점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단순히 북미에 인프라가 충분히 확보된 슈퍼차저를 활용하기 위함일 뿐"이라며 "굳이 테슬라 방식을 따라갈 필요도 없다. 더 좋은 방식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전 규격보다는 PnC를 얼마나 제대로 지원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충전 사업자 중 PnC를 지원하는 곳은 테슬라 슈퍼차저와 함께 현대차 E-핏을 비롯해 일부지만, 다양한 서비스로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기술 개발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최영석 차지인 대표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EVS36에 참가해 "최근 테슬라 NACS가 이슈가 되면서 충전구의 모양에만 집착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서비스는 PnC 이므로 이에 대한 수요가 폭증할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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