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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음주운전 사고와 처벌

“오늘은 괜찮아”…음주운전 부르는 경찰의 단속일정 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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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단속 일정을 공지하는 경찰서가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음주운전 예방 목적으로 매달 단속 날짜와 장소를 공유하는 것을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26일 전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나주경찰서는 2022년 1월부터 이달까지 1년 6개월 동안 누리집(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월별 음주단속 일정을 게시했다. 올해 6월의 경우 읍·면·동 단위로 총 8일의 음주단속 날짜를 공지했다. 면 단위 농촌 지역에는 ‘주간에 불시 음주단속을 시행한다’는 안내글도 보인다. 날짜별 조회 수는 대부분 100회를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일부 시민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커뮤니티 앱 등을 통해 일정표를 사진으로 찍어 올리는 방식 등을 통해서다. 시민 박모(41·나주시)씨는 “술자리를 함께한 뒤 운전대를 잡으려는 지인을 만류하자 음주단속 일정표를 보여주며 ‘오늘 이 동네는 괜찮아’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단속 일정을 공유하는 것은 ‘잘 피해 다녀라’라고 말해주는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일부 경찰서가 한시적으로 음주단속을 게시하기도 하지만 나주경찰서처럼 정기적으로 공지하는 곳은 없다. 세종 북부경찰서가 2021년 말부터 2022년 초까지 연말연시에 5차례 공지한 것을 비롯해 부산 해운대경찰서 2021년(2차례), 전남 영광경찰서 2022년(2차례) 등을 제외하곤 현재 남아 있는 게시물은 없다.

충남 금산경찰서는 2012년 11월~12월 한 달간 5차례에 걸쳐 음주단속 일정을 공유한 뒤 사전예고제를 폐지했다. 당시 금산경찰은 공지를 통해 “사전예고제가 반응이 좋지만, 이를 악용하는 운전자가 있고 형평성 논란으로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음주운전 사전 공지에도 나주 지역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청 자료에 따르면 단속 일정을 공유한 2022년 음주단속 적발은 293건으로 2021년(255건)보다 14.9%(38건) 늘었다. 나주경찰서 관계자는 “지역 파출소가 단속하는 일정을 공지한 것일 뿐 나주경찰서 교통과에서 별도로 불시 단속을 하고 있다”며 “공지만 보고 음주운전을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희규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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