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자영업자 연체율 1.0%···비은행권 상승세 가팔라

한국외식업중앙회 자영업자들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생계 회복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씨(62)는 은행과 카드사에서 받은 대출 약 7000만원을 갖고 있다. 그간 열심히 일해 빚을 갚는다고 갚았지만 1년 사이 대출 이자가 많이 오르고 음식점 매출까지 줄어, 빚 갚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김씨는 대출을 제날짜에 상환하지 못한 채 한 달 이상 연체했고, 형편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 결국 은행에 채무조정을 신청했다.

김씨와 같은 자영업자들이 금리 상승,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연체에 몰리고 있다.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이 지난 1분기에도 오름세를 지속해 8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6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33조7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3조8000억원 증가했다. 자영업자 대출 통계는 자영업자가 보유한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을 합산한 수치다.

1분기 자영업자의 연체율(1개월 이상 기준)은 2015년 1분기(1.13%) 이후 8년 만에 최고인 1.0%로 집계됐다. 전 분기 말(0.65%)보다 0.35%포인트 올랐고, 상승 폭도 전 분기(0.12%포인트)에 비해 컸다.

연체율을 은행권과 비은행 2금융권으로 나눠서 보면 2금융권의 연체율 오름세가 더 가파르다.

1분기 은행권의 자영업자 연체율은 0.37%, 비은행권은 2.52%였다. 은행권은 전 분기보다 0.11%포인트 올랐지만 비은행권은 0.92%포인트 급등했다.

자료: 한국은행

비은행권을 더 구체적으로 보면 저축은행(5.17%) 연체율이 전 분기보다 1.86%포인트 상승했다. 상호금융(2.22%)과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1.66%)는 각각 0.83%포인트. 0.6%포인트 올랐다. 보험(0.69%)도 연체율이 0.36%포인트 상승했다.

비은행권 연체율의 상승 속도가 더 빠른 것은 비은행권 차주(대출받은 사람)의 특성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비은행권 차주는 저신용·저소득·다중채무자라는 이유로 1금융권에서 밀려난 경우가 많다. 또 금리 상승 탓에 갚아야 할 이자가 늘고 경기 둔화로 매출 회복이 지연되자, ‘돌려막기’를 하거나 사업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더 많이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자영업자 중에서도 저소득층(소득 하위 30%)의 2금융권 대출이 급증했다. 은행권에서 저소득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지난해 4분기(71조9000억원) 이후 올해 1분기(72조7000억원)까지 3개월간 8.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에선 대출 잔액이 2조7000억원에서 2조9000억원으로 20.8%, 상호금융에선 37조1000억원에서 38조6000억원으로 23.7% 불었다.

소득 수준별로 연체율을 보면 저소득 자영업자의 전 금융권 연체율은 지난 1분기 1.6%로 전 분기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2019년 3분기(1.7%) 이후 3년 반 만에 최고다.

중소득(소득 30∼70%)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전 분기보다 0.5%포인트 높은 1.8%로 집계됐다. 2020년 1분기(1.9%) 이후 최고 수치다. 고소득(소득 상위 30%)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0.9%로, 3개월 전보다 0.2%포인트 올랐다.

한은은 자영업자 대출이 현재보다 더 부실화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한은은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앞으로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대출금리 부담이 유지될 경우 취약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 규모가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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