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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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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투어 ‘장타’ 선수들을 응원해야만 하는 이유 [김정훈의 리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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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한국 여자골프의 미래’입니다.

한국 여자골프 팬들은 18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DB그룹 한국여자오픈 대회를 보셨을 텐데요. 홍지원(23)이 마다솜(24), 김민별(19)과 2차 연장 끝에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이 ‘특훈’에 들어가는 등 우승 욕심을 낸 선수들이 많았지만, 주인공은 메이저대회에서만 2승을 올린 홍지원이었습니다. ‘디펜딩 챔피언’ 임희정(23)은 대회 도중 부상으로 기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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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끝난 KLPGA투어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DB그룹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홍지원. 한국여자오픈 대회조직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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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은 홍지원이 차지했지만, 관심은 최근 3년간 국가대표를 거쳤던 선수들이 가져갔습니다. 한국여자오픈은 KLPGA투어 메이저대회이지만 주최와 주관은 대한골프협회(KGA)가 합니다. 그래서 KLPGA투어 대회 중 유일한 내셔널 타이틀 대회라 부릅니다. KGA가 주관하다 보니 아마추어 신분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대거 참가를 합니다. 이 때문에 아마추어 신분 때부터 이 대회를 경험한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이 특히 이 대회를 욕심 냅니다.

● 한국 여자골프 미래 보여준 한국여자오픈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이 ‘장타’ 경쟁을 벌이며 팬들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특히 지난해까지 함께 국가대표 생활을 하다 나란히 KLPGA투어에 입성한 김민별, 황유민(20), 방신실(19)은 호쾌한 장타로 갤러리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이 대회는 4라운드로 치러졌는데 방신실은 72홀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가 265.1야드(약 242m)로 3명의 선수 중 가장 길었습니다. 황유민은 262.8야드, 김민별은 257야드였습니다. 현재 국가대표이자 아마추어 신분인 김민솔(17)도 같은 이유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김민솔은 선배인 김민별보다도 긴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인 262야드를 날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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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민별, 방신실, 황유민. 한국여자오픈 대회조직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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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평균 비거리로만 본다면 놀라울 정도는 아닙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 톱3 선수가 모두 280야드(약 256m)를 넘기기 때문입니다. 1위인 윈 시아오웬(18·중국)이 282야드, 2위 윙타위랍 나타크리타(21·태국)와 3위 에밀리 크리스틴 퍼더슨(27·덴마크)이 약 280야드를 날리고 있습니다. 국내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약 15m 이상 멀리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대회에서 국가대표 출신 선수의 드라이브 최장 비거리를 본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이 대회 드라이브 최장 비거리는 황유민이 3라운드 16번홀(파5)에서 기록한 343야드(약 314m)입니다. KLPGA투어와 KGA 등에 따르면 16번홀의 전장은 514m입니다. 충분히 투온이 가능하게 티샷을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황유민은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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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이자 아마추어 신분인 김민솔은 한국여자오픈에서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 262야드, 개인 드라이브 최장 비거리 335야드를 보냈다. 한국여자오픈 대회조직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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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민 뿐만 아닙니다. 아직 투어 데뷔를 하지도 않은 김민솔이 2라운드 16번홀에서 335야드를 보냈고, 김민별 역시 1라운드 16번홀에서 327야드를 보내며 이 대회 개인 드라이브 최장 비거리를 만들었습니다. 2020년까지 국가대표를 뛰었던 신인왕 출신 이예원(20)도 2라운드 16번홀에서 330야드를 보냈고요. 이들 모두 버디를 낚았습니다. 방신실만 유일하게 4라운드 7번홀(파5)에서 317야드(약 290m)를 보냈습니다. 7번홀 전장이 513m이니까 이 기록 역시 투온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 투온 시도 가능해야 미국 무대 적응

이들의 활약을 보며 한국 여자골프의 미래를 본 이유는 올 시즌 LPGA투어에 입성한 유해란(22)이 미국 무대에 도전하며 느꼈던 첫 소감이 떠올라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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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입성한 유해란은 미국 무대 진출을 앞두고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를 20야드 늘렸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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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란은 LPGA투어 퀄리파잉(Q) 스쿨에 수석으로 통과한 뒤 시즌 준비를 위해 국내로 돌아왔을 때 “미국 무대에서 가장 충격적으로 느꼈던 것은 파5홀에서 모든 선수가 투온을 당연히 시도한다는 것이었다”고 했습니다. 이어 “내가 국내 무대에서 뛸 때 비거리가 부족하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는데, Q스쿨에서 내 비거리가 그렇게 길지 않다고 느꼈다”고 했습니다. 국내 무대에서는 비거리를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미국 무대 초입부터 자신의 비거리가 길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시즌을 앞두고 비거리를 늘리기 위한 집중 훈련에 들어가겠다던 유해란은 지난 시즌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 245야드에서 올 시즌 265야드로 20야드나 늘렸습니다. 이렇게 준비한 유해란은 올 시즌 톱5 2차례를 포함해 톱10에 4차례 진입했고, 신인왕 랭킹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흔히들 골프에서 비거리가 전부는 아니라고 합니다. 멀리만 보낸다고 해서 정교한 골프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장이 점점 더 길어지는 현실 속에서 이 말은 절반만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멀리 똑바로 보낸 뒤 정교하게 마무리해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투어 선수들이 비거리를 이유로 미국 무대 진출을 점차 꺼리는 상황 속에서 최근 3년간 국가대표를 거쳤던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모습은 충분히 의미가 있는 이유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5명의 선수 중 인터뷰를 위해 직접 만난 3명의 선수는 모두 공통되게 “빠른 시일 내에 미국 무대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단순히 진출하겠다가 아니라 LPGA투어 무대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올릴 자신감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비거리에 자신이 있으니 미국 무대에 도전해 적응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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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별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동아일보와 만나 “3년 이내에 미국 무대에 진출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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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출신으로서 이들 중 가장 일찍 KLPGA투어 무대에 나와 신인왕을 차지한 이예원, 올 시즌 신인왕 경쟁을 펼치고 있는 김민별, 황유민, 방신실. 그리고 곧 KLPGA투어 무대에 나와 호쾌한 장타를 보여줄 김민솔까지…. 주니어 선수 중 가장 돋보이며 국가대표가 되는 선수들이 매년 이렇게 ‘장타왕’으로 성장하고 있으니 한국 여자골프의 미래가 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 투어에만 안주해 미국 무대 진출을 꺼린다면 결국 한국 여자골프의 세계 경쟁력은 뒤처지기 때문입니다. 한국 여자골프 팬들이 장타 선수들에게 단순히 ‘시원하게 때리는 선수’로만 칭찬할 일이 아닌 이유입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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