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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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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8기 1년] ① 뒤바뀐 지방권력…전임자 정책 속속 '뒤집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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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흔적 지우기'·'자기 색깔 입히기'…보수화 경향 두드러져

"방향 전환 불가피해도, '묻지마 폐지' 아닌 '신중한 정리' 필요"

[※편집자 주: 민선 8기가 내달 1일 출범 1년을 맞습니다. 지방권력의 정치지형이 바뀌면서 전임자 정책이 폐기되고 새로운 정책이 도입되는 등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단지 개발 등 지자체 수장들의 야심 찬 사업도 전개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여전한 구태와 갑질, 과잉 의전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연합뉴스는 민선 8기 1년을 되돌아보고, 남은 임기를 위한 개선점과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기사 3편을 송고합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TBS 예산지원 중단'(서울시), '지역화폐 대폭 축소'(대전시), '신청사 후보지 교체'(강원도·고양시), '기본소득 대신 기회소득'(경기도)

민선 8기 지방권력의 전면 재편으로 전임 단체장들의 역점사업들이 백지화되거나 대폭 축소되고 있다.

광역단체장의 경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 수가 민선 7기 시절 '3대 14'에서 '12대 5'로 180도 뒤바뀌었다. 기초단체장도 '53대 151'에서 '145대 63'으로 역전됐다.

지방의회까지 국민의힘이 다수당을 차지한 지자체는 정책 변화와 보수화 경향이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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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 예산 지원 중단' 조례안 서울시의회 본회의 통과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시의 경우 국민의힘 오세훈 시장이 2021년 4월 보궐선거 승리로 10년 만에 수장으로 돌아온 뒤 지난해 6·1지방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하며 최초의 4선 서울시장이 됐다.

서울시의회도 국민의힘이 전체 112석 중 68%에 해당하는 76석을 차지하며 더불어민주당 우세였던 권력 구도가 12년 만에 바뀌었다.

다수당이 된 국민의힘은 오 시장이 자정을 요구해온 TBS(교통방송)에 대한 서울시 예산 지원을 2024년부터 중단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올해 관련 예산도 대폭 삭감했다.

이는 방송인 김어준 씨가 6년 넘게 진행해오던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하차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시민단체 활동가 출신인 박원순 전 시장의 역점 사업이었던 마을공동체 사업 지원 조례는 폐지됐다. 시 브랜드 슬로건을 'I·SEOUL·YOU'(아이·서울·유)에서 'SEOUL, MY SOUL'(서울, 마이 소울)로 바꾸기 위한 절차도 밟고 있다.

인천시도 민선 8기 출범 후 주민참여예산을 지난해 485억원(397건)의 40% 수준인 196억원(411건)으로 크게 줄였다.

이는 민선 7기 당시 2019년 199억원(42건), 2020년 297억원(247건), 2021년 401억원(286건), 2022년 485억원(397건) 등으로 주민참여예산을 꾸준히 늘린 것과 상반된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주민참여예산에 대해 제도 운용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취임 전부터 지적한 바 있다. 유 시장은 국민의힘, 민선 7기 박남춘 전 시장은 민주당 소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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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맞잡은 부울경 단체장
[연합뉴스 자료 사진]


경남도는 국민의힘 박완수 지사가 취임하면서 민주당 김경수 전 지사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부울경 특별연합'(메가시티)을 중단했다.

대신 박 지사는 같은 당 박형준 부산시장, 김두겸 울산시장과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또 부산시와 경남도와의 행정통합을 제안해 논의가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이 광역단체장을 싹쓸이한 충청권의 경우 '전임 단체장 지우기'가 더욱 도드라진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민주당 소속의 전임 이시종 지사가 만든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WMC) 지원을 중단했다.

'전통무예 전도사'로 불렸던 이 전 지사는 재임 시절인 2016년 WMC를 설립하고 2차례 세계무예마스터십을 개최했다. WMC 사무국은 결국 청주시를 떠나 서울 관악구로 옮겼다.

이장우 대전시장도 민주당 소속의 전임 허태정 시장이 임기 중 발행한 지역화폐 '온통대전'을 없앴다.

지난 5월 '대전사랑카드'로 다시 발행된 지역화폐는 월 구매 한도가 30만원, 캐시백은 3%로 할인 혜택이 큰 폭으로 줄었다.

주요 정책은 물론 신청사 후보지까지 바뀐 지자체도 있다.

국민의힘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민주당 소속의 전임 최문순 지사가 추진한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 동해망상1지구 개발사업을 전면 재검토한 데 이어 도청사 신축 후보지도 새로 정했다.

최 전 지사가 동서고속철도 개통을 고려해 춘천역 인근 근화동 옛 캠프페이지를 도청사 신축지로 지난해 1월 선정했지만, 김 지사는 '밀실 결정'이었다며 지난해 12월 춘천시 동내면 고은리 443 일원으로 후보지를 바꿨다.

국민의힘 이동환 경기 고양시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일산동구 백석동 요진 업무빌딩으로 청사를 이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 소속의 전임 이재준 시장 시절에는 덕양구 공영주차장을 포함한 주변 그린벨트 지역의 토지를 매입해 신청사를 지을 예정이었다. 이 시장은 요진 빌딩의 기부채납이 확정돼 신청사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며 시민을 위한 정책 결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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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청 신청사 후보지인 춘천 고은리 일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임 단체장의 정책을 유지하며 자기 색깔을 입히는 단체장들도 많다.

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경우 같은 당 이재명 전 지사의 청년·농민 기본소득 등을 계승하면서 예술인·장애인 '기회소득'을 도입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기회소득은 사회에서 가치를 창출하지만, 보상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일정 기간 소득을 보전하는 것이다.

민선 8기 새 단체장들의 정책 전환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치 철학 등에 따라 행정 방향이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행정의 연속성과 예산 손실 등을 고려해 정책 폐지나 축소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경기환경운동연합 황성현 정책국장은 "4년마다 바뀌는 정책은 시민에게 혼란과 불편을 초래하고, 행정의 노력과 시간을 헛수고로 만드는 것이므로 신중해야 한다"며 "'묻지마 폐지'가 아니라, 사업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려는 노력부터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주대 강신구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리더십 체인지에 따른 정책방향 전환은 어쩔 수 없지만, 많은 예산이 투입된 사업은 신중하게 정리하고, 그 과정에 시민들의 동의를 얻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시민 공청회나 지방의회 심의 등의 노력을 더 많이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황봉규 이해용 전창해 김준범 신민재 노승혁 최찬흥 기자)

c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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