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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음주운전 사고와 처벌

[단독] "오늘 음주운전 괜찮아"…경찰서 단속 공지 씁쓸한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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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단속 일정을 공지하는 경찰서가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경찰서는 음주운전 예방 목적으로 매달 지역민에게 단속 날짜와 장소를 공유하고 있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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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음주운전 단속 현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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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전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전남 나주경찰서는 2022년 1월부터 이달까지 1년 6개월 동안 누리집(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월별 음주단속 일정을 게시했다. 6월 단속 일정을 보면, 음주단속 날짜(총 8일)를 표기했다. 장소는 읍·면·동 단위까지 나온다. ‘면 단위농촌 지역에는 주간에 불시 음주단속을 시행한다’는 안내글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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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경찰서가 누리집 공지사항을 통해 매달 음주단속 일정을 게시하며 음주운전 예방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나주경찰서 누리집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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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조회수 ‘껑충’…악용 사례도

날짜별 조회 수는 대부분 100회를 넘는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230여회, 12월은 190여회 조회를 기록했다.

일부 시민은 이를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주시민 박모(41)씨는 “술자리를 마친 뒤 운전대를 잡으려는 지인을 만류하자 그는 음주단속 일정표를 보여주며 ‘오늘 이 동네는 괜찮아’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단속 일정을 공유하는 것은 ‘잘 피해 다녀라’라고 말해주는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실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커뮤니티 앱에서도 일정표를 공유하기도 한다. 해당 일정표를 사진으로 찍어 올리던지, 글씨를 복사해 퍼 나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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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경찰서가 누리집 공지사항을 통해 매달 음주단속 일정을 게시하며 음주운전 예방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나주경찰서 누리집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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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경찰서, 형평성 논란에 폐지

기자가 전국 모든 경찰서 홈페이지를 점검했지만, 음주단속을 공지하는 곳은 없었다. 세종 북부경찰서는 2021년 말부터 2022년 초까지 연말연시에 5번을 공지, 부산 해운대경찰서 2021년 2번 공지, 전남 영광경찰서 2022년 2번 공지한 것 말고는 게시물은 없다. 2010년대까지 게시한 일부 경찰서도 있었지만, 고작 4~6번에 불과했을 뿐 매달 공유한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충남 금산경찰서는 2012년 11월~12월 한 달간 음주단속 일정을 공유했지만, 5번에 그친 뒤 사전예고제를 폐지했다. 금산서는 공지를 통해 “사전예고제가 반응이 좋지만, 이를 악용하는 운전자가 있고 형평성 논란으로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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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금산경찰서가 2012년 누리집 공지사항을 통해 음주단속 일정을 게시했다가 사전예고제를 폐지했다. [금산경찰서 누리집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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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적발 건수 지난해보다 14% 더 늘어

음주운전 사전 공지에도 나주지역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청 자료를 보면, 단속 일정을 공유하기 시작한 2022년 음주단속 적발은 293건으로 2021년(255건)보다 38건(14.9%)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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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음주운전 단속 현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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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경찰 “경찰서 매일 불시 단속”

나주 경찰은 "지역에서 꼭 음주 때문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사망사고가 늘고 있어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사전에 공지하고 있다"라고 했다. 나주지역 교통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1~5월 2명에서 올해 같은 기간 11명으로 급증했다.

나주경찰서 관계자는 "지역 파출소가 단속하는 일정을 공지한 것일 뿐 나주경찰서 교통과에서 별도로 불시 단속을 하고 있다”며 “일정표만 보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나주=황희규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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