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샤자다 다우드, 술레만 다우드, 폴 앙리 나졸레, 스톡턴 러시, 해미쉬 하딩. 미국 구조당국은 22일(현지시간) 타이태닉호를 보기 위해 대서양 심해로 내려갔다가 실종된 관광용 잠수정 ‘타이탄’의 잔해가 침몰 지점 인근에서 발견돼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
타이태닉호를 보기 위해 관광용 잠수정 ‘타이탄’에 탑승했다가 숨진 이들의 유족들은 애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유족과 지인들은 지나치게 위험한 탐험에 나섰다는 일각의 지적을 인정하면서도 꿈을 좇아 살았던 고인을 추모했다.
파키스탄 기업가로 아들 술레만 다우드(19)와 함께 탐험을 떠났던 샤자다(48)의 누나 아즈메는 22일(현지시간)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동생과 조카의 사고 소식을 믿을 수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특히 조카 술레만이 이번 여행을 무서워했다며 “탐사 일정이 ‘아버지의 날’과 겹쳤고, 이에 샤자다를 기쁘게 하려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파키스탄에서 가장 부유한 재벌 출신이다. 다우드가는 전기와 비료, 우유 등 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엔그로’의 소유주로, 샤자다는 섬유와 비료 제조업을 담당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샤자다 가족은 영국 런던에 거주하며 평소 자신의 부를 자랑하지 않고 조용하게 생활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막대한 비용을 들여 남극 등 오지 여행을 즐겼다고 한다. 아즈메는 “진짜 나쁜 영화에 사로잡힌 느낌”이라며 “동생과 조카를 생각하면 숨을 쉬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프랑스 국적 폴 앙리 나졸레(77)의 의붓아들 파샬도 미 CBS 인터뷰에서 “인생에서 누군가의 양아버지가 되기란 쉽지 않다”며 “하지만 나와 아버지는 사이가 좋았고 서로를 존중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나졸레가 자신이 사랑하는 모험을 하다가 사망한 사실에 위안을 얻을 수 있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그의 집은 바다였다. 아버지는 바다에서 편안함을 느꼈다”며 “너무나 위험한 여정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아버지는 자신이 한 일을 사랑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타이태닉호는 아버지에겐 큰 의미가 있었고, 마지막 시간을 타이태닉호와 함께 보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졸레는 타이태닉호 잔해가 있는 북대서양 바다를 35차례 이상 잠수한 해양 전문가로 ‘미스터 타이태닉’이라는 별칭을 얻은 인물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타이태닉호에 남겨진 보석을 찾아 유족과 후손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항공기 서비스회사 ‘액션항공’의 회장 해미쉬 하딩(58)의 친구이자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인 출신인 테리 버츠는 영국 BBC에 “하딩은 모험을 좋아했지만, 아드레날린 중독자는 아니었다”며 “전형적인 영국 탐험가였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사람은 넷플릭스를 보고, 어떤 사람은 골프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하딩은 바다와 우주로 향했다”고 고인을 기렸다.
하딩은 2019년 제트기로 남극과 북극을 모두 통과하는 세계 일주를 46시간 40분 22초 만에 마쳐 최단 시간 기록을 세웠고, 2021년엔 2인용 잠수함을 타고 세계에서 가장 깊은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로 내려가 가장 오랜 시간 동안 가장 멀리 해저를 탐사한 인물로 기록됐다.
지난해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세운 민간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을 통해 우주여행을 다녀왔다.
이 외에 잠수정을 직접 운항했던 스톡턴 러시(61)는 미국 독립선언문에 서명했던 벤저민 러시와 리처드 스톡턴의 후손으로 10대 시절부터 스쿠버 다이버, 비행기 조종사 자격증을 따는 등 모험을 즐겼다. 그의 아내 웬디는 111년 전 타이태닉호에서 숨진 이시도어 스트라우스와 아이다 스트라우스 부부의 후손이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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