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깃털같은 처벌, 중대재해법 효과 무너뜨려"
인천 중대재해법 1호 선고 입장 발표 기자회견 |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안전 관리 소홀로 중국인 노동자가 숨진 건설현장의 원청 시공사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는 전국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선고된 3번째 사례이자 인천에서는 처음이다.
인천지법 형사10단독 현선혜 판사는 23일 선고 공판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모 건설사 대표이사 A(63)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건설사 법인에 벌금 5천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현 판사는 또 산업안전보건법 혐의로 기소된 B(57)씨 등 하청업체 관계자 2명에게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산업안전사고 예방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현 판사는 "피고인들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으로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해 죄책이 무겁다"며 "사업자가 종사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안전 시스템 미비로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사전에 방지하려면 피고인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는 과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지만 이를 초과하는 전과는 없다"며 "피고인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재범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며 유족과 원만히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4월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한 바 있다.
사고 발생한 영종도 건설 현장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인천중대재해대응사업단은 이날 재판 후 인천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처벌이 지나치게 가볍다며 반발했다.
발언자로 나선 권영국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는 "법원은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며 "솜방망이를 넘어 깃털같은 선고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법이 기업 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부 약속을 수용해 법원과 검찰이 정찰제처럼 형량을 맞추고 있다"며 "중대재해법 적용과 엄중한 처벌을 통한 사고 예방 효과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종회 건설노조 경인본부 본부장도 "중대재해법이 없던 2004년 경기 용인 아파트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가 추락사했을 때 하청업체 소장이 실형을 선고받았다"며 "지금은 중대재해법이 만들어졌는데도 이런 작태를 보이는 것이 건설 노동자로서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윤석열 정부 들어 건설현장에 불법 하도급과 고용이 판을 치면서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책임 떠넘기기에 시달리고 있다"며 "또다시 죽음의 현장으로 바뀌고 있는 건설현장에 중대재해법을 확실히 적용해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3월 16일 오전 9시 40분께 인천시 중구 을왕동 근린생활시설 건설 현장에서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40대 중국인 남성 노동자 C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고 당시 C씨는 건물 1층에서 거푸집을 받치는 보(기둥과 기둥 사이에 연결된 수평 구조물)의 높낮이를 조절하고 있었으며 갑자기 이 구조물이 쓰러지면서 철제 파이프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
C씨는 하청업체 소속 일용직 노동자로 확인됐으며 A씨는 시공을 맡은 원청 건설회사의 경영 책임자였다.
검찰은 A씨가 사전에 사고 위험 요인을 개선하지 않는 등 안전 확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사고의 주요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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