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 경영책임자(CEO)가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츠 이야기' 대담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망 사용료’ 지불을 둘러싼 국내 통신사(ISP)와 온라인 콘텐츠사업자(CP)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가운데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낼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는 “한국 기업이 깔아놓은 인터넷 망에 무임 승차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22일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망 이용료에 관한 질문을 받고 “고객에게 더 좋은 경험을 위해 CP와 ISP가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궁극적으로 회원들의 행복을 위해 협업해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입장을 표현했다.
서랜도스 CEO는 직접적으로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우리가 ISP를 위해 한 것은 10억달러 정도를 오픈 커넥트 시스템에 투자했다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비트 전달을 좀 더 용이하게 하고 있고, 6000개 이상 지점의 다양한 국가에서 인터넷이 빨라질 수 있게 했으며 계속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 경영책임자(CEO)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넷플릭스와 한국콘텐츠 간담회를 앞두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
▶넷플릭스-SK브로드밴드 4년째 법적 공방
망 이용료 부과는 첨예한 이슈다. 국내 통신사는 구글, 넷플릭스 등 대규모 인터넷 트래픽을 일으키는 빅테크가 천문학적으로 치솟는 망 투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빅테크는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데이터 트래픽은 그 내용·유형·기기와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 원칙’을 내세워 반대 의사를 밝혔다.
국내에선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 문제를 두고 2020년부터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2021년 6월 1심 재판부가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지만, 넷플릭스가 항소하면서 2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양측은 9차 변론 기일까지 마친 상태로, 명확한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선 7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서랜도스 CEO가 망 사용료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기대했지만, 기존 입장만 재확인하면서 공방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선 망 이용대가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지난 13일 유럽의회가 빅테크도 망 이용대가를 부담할 필요가 있다는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국내 통신업계는 관련 논의가 재점화되길 기대하고 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 경영책임자(CEO)가 2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츠 이야기 대담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동한 넷플릭스 부사장, 테드 서랜도스 CEO, 이성규 시니어 디렉터, 고현주 PR총괄 시니어 디렉터. [연합] |
▶“지금까진 겉핥기”…향후 4년간 한국에 3조 투자
서랜도스 CEO는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 콘텐츠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며 향후 4년간 25억달러(약 3조2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그동안 한국 창작자들과 넷플릭스는 훌륭한 파트너십을 이어왔지만, 한국 콘텐츠의 잠재력을 생각하면 지금까지는 겉핥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4년 동안 25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고, 이는 2016년부터 지금까지 투자한 것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라며 “이 투자금은 향후 차세대 창작자들을 육성하는 데도 쓰인다”고 말했다. 이어 “넷플릭스에 공개된 한국 콘텐츠 5개 가운데 1개는 신예 작가나 감독의 데뷔작품”이라며 “이 같은 수치를 보면 우리가 얼마나 한국의 성장에 의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랜도스 CEO는 이날 영화 ‘카터’와 드라마 ‘더 글로리’,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을 언급하며 “이 콘텐츠들은 90개 국가 이상에서 넷플릭스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면서 “한국 콘텐츠의 스토리텔링은 역사를 반영하고 음악과 음식 등 다양한 것들이 이야기 속에 묻어나고, 정해진 공식이 없다는 강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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