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못질”···이태원 참사 구속기소 공무원 6명 중 4명 석방에 유가족 분통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경찰 내부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왼쪽)과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이 21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에서 보석 석방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전 작성한 인파 관리 정보보고서를 참사 이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경찰 ‘정보라인’ 간부들이 보석으로 석방되자 참사 유가족들이 “책임 회피”라며 반발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희영 용산구청장 보석으로 인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어제 박성민과 김진호의 보석 청구를 인용했다”며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국회까지 매일 뜨거운 아스팔트를 걸으며 진상규명을 염원하는 유가족들의 마음에 피고인들은 또다시 못질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성민과 김진호는 자신의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잘못을 전혀 뉘우치고 있지 않다. 이들의 파렴치한 태도를 규탄하며, 재판부에 피고인들을 엄중히 처벌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피고인들이 엄벌에 처해질 때까지 이번 공판을 끝까지 주시할 것”이라고 했다.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과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경정)은 핼러윈 기간 이태원 일대에 대규모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이 담긴 4건의 정보보고서를 참사 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달 열린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용산서 정보관 김모씨는 “(김 경정이 참사 이후) ‘정보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어떻냐고 하셨고, 제가 거부감을 느끼자 ‘112 상황보고서를 축약해서 쓴 것이라고 하는 것은 어떻냐’며 여러 방법을 제시하셨다”고 증언했다.

박 경무관과 김 경정은 지난해 12월5일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신청한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속됐다. 이후 두 사람은 참사 관련 처음으로 기소돼 지난 2월부터 재판을 받고있다. 이들은 출석 및 증거인멸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하고, 주거 제한 및 보증금 5000만원 납입을 조건으로 전날 석방됐다.

이로써 이태원 참사로 구속된 피고인 6명 가운데 4명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게 됐다. 아직 수감 중인 피고인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 등 2명이다.

앞서 업무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원준 전 용산구 안전재난과장은 지난 7일 보증금을 내고 석방됐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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