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이순신의 2ｍ 긴 칼 ‘장도’, 국보 된다

문화재청,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 지정 예고

1594년 제작 칼과 칼집 2쌍···충무공 지은 시구 등 새겨져

‘요대함’은 보물로 추가 지정 예고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 지정예고된 ‘이순신 장도’. 문화재청 제공

충무공 이순신 장군(1545~1598)의 숭고한 정신과 행적이 서려 있는 긴 칼인 ‘이순신 장도(長刀)’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된다. 또 이순신 장군의 유물인 요대(허리띠·보물)를 보관하던 나무함인 ‘요대함’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문화재청이 22일 밝혔다.

‘이순신 장도’는 원래 보물로 지정돼 있는 ‘이순신 유물 일괄’에 포함돼 있었으나 이날 국보로 승격 지정이 예고되면서 보물 구성에서는 빠진다. 이에 따라 ‘이순신 유물 일괄’은 기존의 ‘요대’ ‘옥로’(갓 장식 옥 공예품) ‘잔과 받침(도배구대·복숭아 모양 잔과 받침)’ 등 3건과 이날 보물로 지정 예고된 ‘요대함’으로 구성된다.

국보로 지정 예고된 ‘이순신 장도’에 충무공 이순신이 지은 시와 무늬가 새겨져 있다. 문화재청 제공

‘이순신 장도’에 새겨진 시구와 무늬. 문화재청 제공

국보로 지정 예고된 ‘이순신 장도’는 칼 2점, 칼집 2점 등 모두 4점(2쌍)으로 구성됐다. 특히 2점의 장도는 각각 칼몸 196.8·197.2㎝, 칼날 137.3·137.8㎝, 칼자루 59.5·59.4㎝, 무게 4.32·4.20㎏가 거의 같다. 칼집도 각각 길이 144.5·144.5㎝, 가죽 끈 길이 87.0·92.0㎝, 무게 1.40·1.24㎏으로 유사하다. 조선시대의 군용 도검 형식을 보이는 장도들은 외날의 칼날이 칼등 방향으로 조금 휘어있으며, 칼날은 칼날 위쪽과 아래쪽 각도로 볼때 가장 보편적인 육각도(六角刀) 단면이다.

장도 1의 경우, 칼날 위쪽 부분에 이순신이 직접 지은 시구 ‘삼척서천산하동색(三尺誓天山河動色, 석자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하가 떨고)’이, 장도 2의 칼날 위쪽 부분에는 ‘일휘소탕혈염산하(一揮掃蕩血染山河,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인다)’가 새겨져 있다. 이 글귀는 조선 정조 당시(1795년)에 편찬된 ‘이충무공전서’에 기록된 내용과 일치한다.

특히 칼자루 속으로 들어간 부분인 슴베에는 ‘갑오사월일조태귀련이무생작(甲午四月日造太貴連李茂生作, 갑오년 4월에 태귀련과 이무생이 만들었다)’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어 장도들의 제작 시기와 제작자를 알 수 있다. 제작 시기인 갑오년은 임진왜란이 벌어지고 있던 1594년을 말한다. 칼날에는 물결무늬 등이 새겨져 있기도 하다.

보물로 지정 예고된 이순신의 ‘요대함’. 문화재청 제공

이순신 장군의 유물로 보물로 지정돼 있는 ‘요대’. 문화재청 제공

칼자루는 모두 나무에 물고기 껍질(어피·魚皮)을 감싼뒤 붉은 칠을 했으며, 칼자루의 일부분에 직사각형의 금속판을 댄 후 검은 칠을 한 가죽 끈을 X자로 교차해 감아 칼자루를 잡았을 때 손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나무를 깎아 만든 칼집에는 몸에 찰 수 있도록 가죽 끈을 매달았다.

문화재청은 “어피를 감고 주칠을 한 칼자루,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한 금속판, 칼날에 새긴 명문과 물결무늬, 칼집의 장식과 가죽 끈 등은 모두 조선의 도검에서 보이는 전통적인 양식들”이라며 “칼자루를 단단하게 쥘 수 있도록 가죽끈을 X자로 교차해 감은 방식, 칼날이 휘어진 곡률 등은 당시 칼 제조기술이 발달한 일본 칼의 요소도 일부 적용됐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이순신 장도’는 칼날에 새겨진 시구가 ‘이충무공전서’ 기록과 일치하는 등 이순신의 역사성을 상징하고, 제작연대와 제작자가 분명하며, 조선 도검의 전통 제작기법에 일본의 제작기법이 적용된 양상을 밝힐 수 있는 자료이자, 다양한 전통공예의 조화로운 활용과 세련된 조형감각 등 수준 높은 제작기술과 예술성으로 국보로 지정될 가치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순신 장군의 유물인 ‘복숭아 모양 잔과 받침’(보물), 문화재청 제공

이순신 장군의 유물로 옥으로 만든 갓 장식인 ‘옥로’(보물). 문화재청 제공

이날 보물로 지정 예고된 ‘요대함’은 원형의 나무함으로 별도의 잠금장치 없이 위함을 아래함 위에 뚜껑처럼 덮는 형식이다. 아름드리 나무를 베어 일정 간격으로 칼집을 넣어 세우고 판재에 베싸기를 한 후 겉은 검은 흑칠, 안은 붉은 주칠을 했다. 조선의 전통적 공예기법과 높은 기술 수준으로 제작된데다 다른 유물들에 비해 크기가 크고 보존상태도 좋아 학술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문화재청은 또 ‘이순신 유물 일괄’의 구성품인 ‘잔과 받침(도배구대)’을 우리말로 풀어 쓴 ‘복숭아 모양 잔과 받침’으로 명칭을 변경하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30일 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보 지정 등의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유물은 보물로 지정된 ‘이순신 유물 일괄’ 외에도 임진왜란 동안 직접 쓴 일기와 주고 받은 편지·글을 모은 서간첩 등으로 구성된 ‘난중일기와 서간첩 임진장초’(국보) 등이 남아 있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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