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레턴 보고서, 지휘관에게 면죄부 줘…ICC 조사 시 혐의 드러날 것"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호주군 |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호주 연방 상원의원이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호주 군인들의 전쟁 범죄혐의를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며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호주군 지휘관들의 전쟁 범죄 혐의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21일(현지시간)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 등에 따르면 재키 램비 상원의원(무소속)은 전날 ICC에 호주 방위군 고위 지휘관들의 전쟁 범죄 혐의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11년 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던 호주 방위군의 전쟁 범죄 혐의를 조사한 브레레턴 보고서로 지휘관들은 면죄부를 받고 사병들만 범죄를 뒤집어쓰게 됐다며 "호주군은 사건을 은폐하는 문화가 있다. 군 최고 책임자와 정부는 이 사건이 그냥 잊히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호주 방위군은 2001년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벌어지자 20년 동안 특수부대 등 약 4만명의 군인을 파병했다.
이 기간에 호주군 특수부대가 파병 기간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의혹들이 나왔고, 호주 정부는 2016년 군인 출신의 폴 브레레턴 뉴사우스웨일스 지방법원 판사를 특별조사관으로 임명했다.
브레레턴 판사는 2020년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내고 아프간에 파병됐던 전·현직 호주군 특수부대원 25명이 2005년부터 2016년 사이 23차례에 걸쳐 39명을 불법적으로 살해했다며 이들을 기소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군 특수부대는 하급 병사들에게 '블러딩'(여우가 총탄에 죽는 것을 처음 본 초보 사냥꾼의 얼굴에 여우의 피를 바르는 의식)을 해야 한다며 비무장 아프간인에 대한 사살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호주 정부가 이처럼 자체 조사에 들어가고 보고서도 내면서 호주군은 ICC의 조사를 피할 수 있었다.
ICC는 ICC 설립 조약인 로마 조약에 서명한 나라가 저지른 전쟁 범죄를 조사하고 기소할 의무가 있다. 다만 해당 국가가 전쟁 범죄를 조사할 의사가 있고 실제로 조사에 나서면 ICC는 나서지 않는다.
하지만 램비 의원은 브레레턴 보고서에는 지휘관들에게 형사적 책임이 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나온다며 이는 브레레턴 판사가 전쟁 범죄 혐의에서 지휘관의 역할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램비 의원은 ICC가 이 사건을 조사하면 지휘관들이 이번 불법 행위에 대해 "알고 있었거나 알고 있었어야 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며 ICC 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리처드 말스 국방부 장관은 ICC가 조사에 나설지는 ICC의 문제라며 "호주 정부는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브레레턴 보고서에 나오는 권고 사항을 최대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ICC에 호주군을 제소한 재키 램비(왼쪽) 호주 상원의원 |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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