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일시상환 비중 크고, 부동산가격에 취약”
“비은행금융기관 연체율 상승 불가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주부들이 장을 보고 있다. 문재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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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의 대출 규모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말보다 51%나 급증해 1034조원에 육박하고, 자영업자 1인당 대출 규모는 비자영업자의 3.7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경기 회복이 늦어지고 상업용 부동산 가격도 내려가면 대출을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33조7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6%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이 1%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자영업자 대출의 증가세가 유독 가파른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684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50.9%나 급증했다.
한은은 “취약차주·비은행권·대면서비스업 위주로 증가하는 등 전반적으로 자영업 부채의 질도 나빠졌다”며 “연체율은 올해 3월 말 현재 1.00%로 과거 장기 평균(2012∼2019년·1.05%)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취약 부문을 중심으로 오르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앞으로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대출금리 부담이 유지될 경우 취약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 규모가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예상했다. 올해 말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위험률은 3.1%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고, 특히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고, 저소득 또는 저신용 상태인 취약차주의 연체위험률은 18.5%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 추이. 한국은행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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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국내 자영업자 대출이 구조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올해 1분기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비주택 부동산 담보대출 비중이 58.6%로 비자영업자(15.1%)를 크게 웃돈다. 그만큼 상업용 부동산 경기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또 자영업자 1인당 대출 규모(3억3000만원)는 비자영업자(9000억원)의 3.7 배에 이르고,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일시상환 방식과 단기대출 비중이 각 44.2%, 73.2%로 비자영업자(37.7%·37.6%)보다 크다. 한은은 “대출액도 많고 상환 기간도 짧아 자영업자들의 원리금 부담이 더 크다”며 “단기적으로 새출발기금 등을 통해 취약차주의 채무 재조정을 촉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자영업자 부채구조를 단기에서 장기로, 일시 상환에서 분할 상환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가계대출 역시 비은행 금융기관, 취약차주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하반기에 연체잔액이 늘어난 신규연체차주의 58%는 취약차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올 1분기 말 현재 각 5.6%, 2.8%로 비교적 높지만, 장기 평균(9.3%·3.2%)을 밑돌고 있다. 다만 2020년 이후 취급된 대출의 경우, 대출금리 상승과 정책지원 축소 등과 함께 그동안 이연된 연체가 일부 늘어나는 것이 불가피하고, 당분간 가계대출 연체율이 높아질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특히 20~30대의 경우 저축은행 대출 규모가 2019년보다 1.5배로 불어난 상태다. 대출금리 상승과
한은은 “2020년 이후 취급된 대출의 연체율 상승 압력은 비은행금융기관에서 크게 나타날 것”이라며 “대출금리 상승과 정책지원 축소 등으로 그간 이연되어 온 연체가 일부 늘어나는 것이 불가피하고, 한동안 가계대출 연체율을 높이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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