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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가격인상, 알려야 할까요?"…물가 고공행진에 기업도 자영업자도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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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인상 안내할까요' 질문에 "인상은 조용하게" 한목소리

기업·산업도 '슬그머니 인상' 전방위 확산…"솔직하면 뭇매 맞아"

뉴스1

자영업자 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가격인상 안내 공지는 하는 게 아닙니다. 단골손님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통상 신규 손님이 더 많이 올 테니 모르는 게 약입니다."

21일 한 자영업자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가격인상 결정했습니다. 배달의민족에 가격인상 안내문구 알려야 할까요'라는 게시글에 자영업자 A씨는 이런 댓글을 달았다.

글 작성자는 300원에서 1000원 정도 인상 예정이라고 알렸다. A씨 이외의 많은 자영업자도 "가격인상 안내 문구는 적는 게 아니다" "공지 없이 올렸는데 아무 말 없이 주문해 주신다" "가격이 마음에 안 들면 주문 안 하지 않겠냐" "자연스럽게 묻어가는 식으로 장사해야한다" 등의 조언을 전했다.

인상폭이 1000원 이하로 크지 않은 점을 고려했겠지만, 익명성을 통해 자영업자들이 요즘 소비자를 대하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일부 자영업자는 가격 인상을 공지했더니 볼멘소리를 들었다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B씨는 "부득이 가격을 올려야 해 한 달 동안 공지했더니 뭐라고(불만을 표현) 하는 사람이 있었다"며 "최근 물가 폭등 때문에 신규 손님뿐 아니라 기존 손님들도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다. 앞으로는 조용히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몰래 가격 인상은 자영업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명 식·음료 프랜차이즈들을 중심으로 대다수 프랜차이즈들은 매장이나 홈페이지 등에 가격인상 공지 없이 슬그머니 값을 올려온 지 오래다. 소비자 사이에서 소문이 나면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하고, 조용히 지나가면 다행이라는 식이다.

가격인상 공지를 생략하는 유통·소비재 기업들도 늘었다. 가격인상 이슈를 피하기 위한 리뉴얼(기존 제품명 유지하면서 포장박스·용기디자인·제품용량 등 변경) 출시는 소비재 산업 전반으로 확산했다.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현상도 고도화하고 있다.

최근엔 가구·인테리어 업계에서도 슬그머니 가격을 조정하는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그간 가구 기업들은 소비자 보호와 브랜드 신뢰도 제고 차원에서 타업계 대비 솔직하게 가격 인상을 알려왔다.

그러나 지난해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진행했던, 연이은 가격 인상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줬다고 판단하면서 공개를 꺼리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홈페이지 공지 등을 생략하고 인상 사실도 숨기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 또는 영업·마케팅 부문에서 가격 인상 사실이 새어나오자 이들에 대한 입단속까지 나선 모습이다.

기업과 자영업자들은 가격 인상 공지가 없어지는 이유에 대해 가격인상 사실을 알린 기업이 오히려 대표로 뭇매 맞는 양상이 반복돼 왔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구업체 관계자는 "10년 전만 해도 소비자 불편을 줄이기 위해 점포와 공식 홈페이지 등을 통해 가격 인상을 알려왔다"며 "그러나 최근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슬그머니 가격을 인상한 기업보다 가격인상 시기와 인상률을 명확하게 밝힌 기업을 오히려 엄격한 잣대로 지탄하는 현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의가 부정당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학습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

ideae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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