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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만화와 웹툰

웹툰자율규제위원장 "원천 규제 불가능…사회적 합의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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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하 위원장 인터뷰…"성인용 작품, 15세로 편집하는 현상 새 문제"

민원 내용도 변화…혐오 표현→약물 오남용 지적 늘어

연합뉴스

인터뷰하는 박인하 웹툰자율규제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박인하 웹툰자율규제위원장이 지난 19일 서울 성동구 서울웹툰아카데미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6.21 scape@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웹툰 같은 디지털 콘텐츠는 자율 규제가 아니면 원천적인 규제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총량이 어마어마하고 어디서 어떻게 유통되는지 다 알기도 어렵죠. 기구를 만들어 규제한다고 하면 순식간에 이를 회피하는 방법부터 찾아낼 겁니다."

박인하 웹툰자율규제위원장은 지난 19일 서울 성동구 서울웹툰아카데미(SWA)에서 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웹툰을 자율 규제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최근 웹툰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는 가운데 청소년들이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웹툰에 노출된다는 지적이 늘면서 웹툰자율규제위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자율규제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한국만화가협회가 맺은 웹툰 자율규제협력 업무협약에 기반해 지난 2017년 출범했다.

현재 만화가협회, 방심위 등에서 추천한 교사, 변호사, PD, 교수 등이 3기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일각에서는 영상물등급위원회, 게임물관리위원회처럼 공공기관이 고삐를 쥐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웹툰은 영화, 게임 등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 박 위원장의 설명이다.

영화나 게임은 제작에 많은 자본이 들어가는 만큼 신작 개수가 한정적이지만, 웹툰은 저자본으로 얼마든지 그려낼 수 있다.

네이버웹툰에서만 매주 700여 편의 웹툰이 연재 중이고, 우리가 이름도 모르는 수많은 플랫폼이 존재하는 것을 고려하면 지금 이 순간에도 수천 편의 웹툰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박 위원장은 "디지털 콘텐츠는 사후에 다 찾아보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규제를 만들어) 못 그리게 하면 익명 사이트에서 후원자에게만 웹툰을 공개하는 등 얼마든지 새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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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하 웹툰자율규제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박인하 웹툰자율규제위원장이 지난 19일 서울 성동구 서울웹툰아카데미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6.21 scape@yna.co.kr


그러면서 일괄적인 규제 대신 자율규제위에서 꾸준히 검토 의견을 주면 작가들이 스스로 사회적 합의 수준을 고민하고 바꿔나가는 식으로 자정해 나갈 수 있다고 봤다.

일례로 과거 소년만화에서 맥락 없이 등장하던 성적인 장면이 사라지게 된 점을 들었다.

그는 "과거 소년만화를 보면 의미 없이 여학생의 팬티가 노출되는 장면이 종종 나왔지만, 이제는 웹툰에서 아무도 그런 컷을 그리지 않는다"며 "규제를 통해 바뀐 게 아니라 새로운 사회적 기준에 맞춰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율규제위 출범 초창기에는 많이 제기됐던 혐오 표현 관련 민원이 최근에는 급격히 줄어든 점도 언급했다.

과거 웹툰에서는 혐오 표현이 개그 요소로 쓰였지만, 인식이 바뀌면서 작가들부터 해당 표현을 쓰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오히려 최근에는 사회적인 이슈에 맞춰 약물 오남용 장면에 대한 민원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위원장은 과거와 같은 규제 일변도로 돌아설 경우 문화적 창의력이 억압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그는 "한국 만화는 오랜 기간 사전 심의를 받아왔고 이로 인한 트라우마가 있다"며 "'만화는 어린이용'이라는 규제의 틀 속에서 그 어떤 매체보다도 강하게 눌려있었고, 규제 이슈에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의에 맞춰 안전한 만화만 만들게 됐고 뻔한 내용이 되다 보니 독자가 이탈하는 현상이 벌어졌다"며 "어떤 틀을 만들게 되면 문화 창의력이 억압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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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박인하 웹툰자율규제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박인하 웹툰자율규제위원장이 지난 19일 서울 성동구 서울웹툰아카데미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6.21 scape@yna.co.kr


다만 박 위원장은 업계에서 최근 아슬아슬한 수위의 15세 이용가 웹툰과 동일한 내용의 성인 웹툰이 완전판이란 이름으로 동시 연재되는 현상에는 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제일 걱정하는 것은 성인용 작품을 전 연령이 볼 수 있도록 편집해서 클린 버전을 만들고 완전판 열람을 유도하는 것"이라며 "자율규제위가 강제적인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여러모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웹툰 '리터러시'(문해력)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지금과 같은 미디어 환경에서 규제보다 중요한 것이 어린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리터러시 교육이라고 봅니다.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웹툰을 어떻게 잘 읽어낼지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고, 잘 수용할 힘을 기르게 해야 하는 것이죠."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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