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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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민심을 근거로 국회의원 정수 30명을 줄이자고 제안했다. 국민의힘은 비례대표 확대 찬성 등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공론조사 결과에 대해 “편향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주장은 정치혐오 정서에 기댄 포퓰리즘으로 선거제 개혁 논의를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에 나서자”라며 “정답은 민심이다. 주권자인 국민들께서 많다고 생각하시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4월 선거제 개편 논의를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국민은 국회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며 의원 정수 축소를 주장했다. 야당도 조심스러운 입장인 의원 정수 문제를 건드려 선거제 개편 논의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국민의힘은 공론조사 결과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는 공론조사 결과를 두고 여야 간 토론이 이뤄졌다. 공론조사는 지난달 시민참여단 469명이 숙의 과정을 거치게 한 뒤 그 전후로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 어떻게 변했는지 비교하는 방식으로 실시됐다. 공론조사에서는 ‘비례대표를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숙의 후 43%포인트 증가하는 등 숙의 결과 의원 정수 확대에 긍정적인 지표들이 나타났다.
정개특위 위원인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공론조사 워킹그룹(실무단)을 포함한 전문가 12명 중 5명이 민주당과 관련돼 있다고 전날 주장했다.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공론조사는 워킹그룹이 바이어스(편향)되고, 토론 발제 과정이 주로 정치학자분들에 의해 주도돼 경도된 여론조사(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며 공론조사 결과를 참고자료로만 삼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공론조사에 전문가로 참여한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이날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연구를 진행한 분들이 바이어스가 있어서 한쪽으로 몰고 갔다거나 가치 없는 자료라고 말하는 것에 반대의견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정치학자 10명을 붙잡고 국회의원 정수를 물어보면 10명 중에 9~10명은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게 맞다고 답변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개특위 위원장인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회의에서 “공론조사는 여야 간사실의 협의를 통해 의제, 발제자 선정 등을 워킹그룹에 위임했다”며 “워킹그룹 구성은 이미 (여야에) 보고를 드렸고 치우침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공론조사 결과를 선거제 개편 논의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뉴질랜드는 선거법 개혁에 대한 동의 의사를 여러 번 묻는 식으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성공적 선거법 개정 사례”라며 “그런 점에서 공론조사의 의미가 굉장히 컸다고 생각하고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선거제에 대한 양당의 정쟁적 선동이 많기 때문에 제대로 정보를 제공하고 숙의 후 나온 결과야말로 국민 여론”이라며 “공론조사를 바탕으로 선거제 개혁이 되도록 공신력 있는 구조를 만들어 위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대표자인 의원들의 심사 자체가 사실은 숙의 과정”이라며 “여기서 결론이 나면 그게 국민의 뜻으로 치환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입법권은 국회에 있지만 선거법 같은 경우 이해충돌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여야의 선거제 개편 협상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이달 초 여야 원내수석부대표와 정개특위 간사로 구성된 ‘2+2 협의체’는 다음 회의 날짜도 잡지 못했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각 당이 당론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협의할 게 없는 상황”이라며 김 의장이 목표로 제시한 ‘6월말까지 협상 타결’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야 청년 정치인으로 구성된 초당적 모임 ‘정치개혁 2050’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6월 중으로 선거제 개혁에 대한 결론을 내려달라”며 “초당적으로 정치개혁을 약속했던 만큼 양당은 적어도 편법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도 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다양성을 보장하는 선거제 개혁 없는 다당제 실험은 결국 정치혐오에 기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며 “민심이 정확히 반영되는 국민과 닮은 국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국민께 정치적 선택지를 넓혀드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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