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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사재기와 매점매석

“천일염 한 포대 8만원”…오염수 불안 악용한 ‘되팔기’ 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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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편의점·온라인서 품귀 현상 빚자

중고마켓에 7만~8만 원대 판매 글 잇따라


한겨레

소금 20kg짜리 포대가 가득 찬 사진을 올려 판매하는 글. 중고마켓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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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예고로 인한 불안감에 소비자들이 소금을 사면서 대형마트마다 소금 품절 사례를 빚고 있다. 이러한 틈을 타 온라인 중고마켓을 중심으로 소금을 비싼 값에 되파는 사람들이 늘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먹거리 안전성을 걱정하는 서민들의 시름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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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산 소금 20kg을 7만원에 판매한다는 글. 중고마켓 갈무리


20일 <한겨레>가 당근마켓·중고나라 등 온라인 중고마켓을 둘러본 결과, “천일염을 판매한다”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은 “소금을 너무 많이 사서 되판다”거나 “작년에 사 놓은 소금을 안 쓰게 돼 판매한다”는 내용이다. 한 누리꾼은 “○○식구들에게만 우선 50포만 풀어본다”고 올려 소금을 대량 비축하고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중간 유통업자일 가능성을 의심케 하는 글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앞서 지난 8일 전남 신안군수협직매장이 “수매단가 및 인건비 상승으로 ‘신안천일염 2021년산 20kg’ 가격을 2만5천원에서 3만원으로 올린다”고 공지한 것에서 보듯, 이달 초까지만 해도 간수를 뺀 2021년산 소금 20kg의 산지 적정 가격은 3만원 정도였다.

하지만 중고마켓에서는 소금 20kg 한 포대를 7~8만원 이상에 판매한다는 글도 수두룩하다. 여기에 택배비 5~6천원은 따로 받는 경우도 많다. 대형마트는 물론 편의점과 온라인 마켓에서도 소금이 품귀현상을 빚자 마음이 다급한 사람들을 겨냥해 바가지를 씌우는 셈이다.

<한겨레>가 중고마켓에 글을 올린 한 누리꾼에게 전화로 문의하며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하자, 그는 “온라인 마켓에도 비싼 곳은 8만~9만원씩 팔기 때문에 오히려 싸게 파는 것”이라면서도 구매가격을 묻는 말에는 확답을 피했다.

한 맘카페에 글을 올린 누리꾼은 “벌써 소금을 사재기해 비싼 값에 파는 되팔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때에 참 양심도 없다”고 적었다.

한겨레

3년 된 소금을 8만원에 판매한다는 글. 중고마켓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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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런데도 해양수산부는 지난 15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브리핑에서 “여러 차례 현장을 확인한 결과, 천일염 사재기 징후는 아직 없다”고 밝힌 데 이어 19일에는 “천일염 품귀 및 소금 가격 인상은 4~5월 기상여건으로 생산량이 줄어 생긴 문제가 근본 원인이다. 생산량이 점차 회복돼 6~7월 생산량이 정상화되면 공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주부 송아무개(44)씨는 “집 근처 마트에서는 며칠 전부터 ‘1인당 1포대로 구매량을 제한한다’는 안내문을 내걸고 있다”며 “2011년 일본 대지진 때도 소금 품귀현상이 벌어졌던 기억이 나는데, 정부는 ‘사재기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니 눈 가리고 아웅이 아닌가 싶다. 소금 사재기를 하진 않았지만 불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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