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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왓츠앱’ 계정 줄줄이 차단…탈레반, 소통 창구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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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간 스마트폰 보급화

교신 수단 등에 왓츠앱 활용

메타 ‘탈레반 제재’에 동참

정부·비정부 업무 마비 우려

“우리가 소통하는 유일한 방법은 왓츠앱이었는데 접근이 안 된다.”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가 소유한 메신저 앱 ‘왓츠앱’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제재에 동참하면서, 왓츠앱에서 문자와 음성으로 정보를 주고받던 탈레반이 곤경에 빠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탈레반 관료와 군경 사이에서 왓츠앱 차단으로 인한 불만이 만연한 상황이다. 왓츠앱이 그룹 이름과 프로필 사진 등을 근거로 탈레반 계정을 찾아내 엄격하게 계정 접근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한 지역 경찰 대변인은 “왓츠앱에 50명이 들어간 (채팅) 그룹이 있었는데, 40~45명이 차단당했다. 나 역시 차단당해 사진과 영상이 삭제되면서 10GB(기가바이트) 상당의 데이터를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대탈레반 제재는 탈레반이 2021년 정권을 다시 잡기 전에도 존재했다. 그러나 메신저 앱 차단으로 인한 효과가 커진 건 비교적 최근이다. 이는 최근 2년간 아프가니스탄에서 4G 통신망이 개선되고 스마트폰 사용 또한 급증한 점에 일부 기인한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전역에 휴대폰 기지국이 세워졌으며, 인구의 약 70%가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탈레반 또한 재집권 후 언론 성명 배포 등 내부 행정 업무를 왓츠앱에 광범위하게 의존해 왔다. 미국이 철수하면서 통신 신호를 통해 서방에 추적될 가능성이 사라지자 탈레반 전사들은 24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탈레반 부대는 저항세력에 대한 급습을 계획하고 조율할 때도 왓츠앱을 통해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탈레반 사령관은 전초기지를 공격할 때 왓츠앱에 사진을 올려 상부와 정보를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목표물의 좌표를 찍어 왓츠앱으로 보내는 식이다. 그는 “e메일에 비하면 왓츠앱은 영상과 사진을 보내기에 간편한 도구”라고 말했다.

북부 지역의 한 경찰은 “왓츠앱은 우리에게 무척이나 중요하다”면서 “만약 왓츠앱이 없다면 우리 정부와 비정부 업무는 마비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왓츠앱이 의사소통 도구로 확고히 자리잡은 상황에서 계정이 지속적으로 차단되자 탈레반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왓츠앱에서 계정이 차단당하면 심카드를 교체해 새로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작전 연락 실패 등 실제 업무에 지장을 빚고 있는 탈레반 대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값에 심카드를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제사회는 탈레반에 광범위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탈레반을 정식 정부로 인정한 국가는 없으며, 미국은 중앙은행 자산 수십억달러를 동결하는 등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여행 금지로 인해 탈레반 지도자들은 해외 고위 인사를 만나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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