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아세안 진출 강화 계획 발표
인구·소비시장 커지는 잠재력 고려
쇼피·라자다·토코피디아 경쟁 치열
미·중 갈등 피해 우회시장 파고들어
중국 바이트댄스의 동영상앱 틱톡(TikTok)이 최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시장에서 이룬 성과를 요약한 것이다. 미·중 갈등에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에 대한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틱톡이 동남아 공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추쇼우즈(周受資) 틱톡 최고경영자가 1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포럼에서 사진촬영에 응하고 있다. 자카르타=신화통신·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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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세안 시장 두고 전자상거래 大戰 이어질 듯
16일 자카르타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틱톡의 추쇼우즈(周受資)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틱톡 임팩트 포럼’ 기조연설에서 틱톡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공개했다. 틱톡은 최근 6년 사이 동남아 지역 직원을 80배 늘리고, 지난해에는 전년에 비해 총상품가치를 7배로 끌어올렸다. 이같은 기세를 바탕으로 틱톡이 향후 수년 동안 동남아 지역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그는 약속했다.
틱톡의 성장세와 동남아 시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IT 기업의 각축전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컨설팅업체 모멘트웍스가 내놓은 연구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모멘트웍스는 보고서에서 틱톡이 지난해 아세안 시장에서 44억 달러의 총상품가치를 달성해 싱가포르 씨그룹(Sea Group)의 쇼피(Shopee), 중국 알리바바(Alibaba)의 라자다(Lazada), 인도네시아 고투(GoTo)의 토코피디아(Tokopedia) 등 경쟁사들에 비해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1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틱톡 임팩트 포럼’ 기조연설에서 추쇼우즈 최고경영자가 인도네시아 지도를 배경으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자카르타=신화통신·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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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점유율을 둘러싼 IT 기업들의 아세안 시장 혈투는 동남아의 잠재력을 고려할 때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세안 지역의 인구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평균 연령은 낮다. 10개 회원국의 인구는 6억3000만명이며, 인구의 절반 이상이 30세 미만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 지역 주민들의 향후 IT 이용빈도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틱톡만 하더라도 이 지역의 월간 접속자는 3억2500만명에 이른다. 이들 중 1억2300만명이 인도네시아 접속자이다. 아세안에서 틱톡샵을 이용해 수입을 올리는 자영업자는 1500만명이며, 이들 중 500만명이 인도네시아인이다. 틱톡 플랫폼에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소규모 사업자가 인도네시아에서만 200만명에 달한다. 이들이 판매하는 것들은 패션 상품, 기술제품, 수제품 등 품목을 가리지 않는다.
◆ 전통 플랫폼 선호하는 동남아 소비자
이러한 환경을 고려할 때 추가 투자는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게 틱톡의 판단이다. 틱톡은 향후 수년 동안 동남아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는 약속의 일환으로 광고와 전자상거래(EC) 플랫폼에 참가를 희망하는 소규모 사업자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 시기와 규모 등은 향후 3년 동안 아세안 지역에 12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지원 대상은 12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아세안 지역에서 성과를 일군 틱톡이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지만, 상황이 호락호락한 것만은 아니다. 선발주자들을 향한 도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 지역 플랫폼 이용자들의 특징도 틱톡의 행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동남아 지역 소비자들은 전자상거래를 이용할 때 전통적인 플랫폼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틱톡이 확실한 대안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그만큼 미지수다.
동남아 전자상거래 시장의 절대강자인 싱가로프 씨그룹의 쇼피 본사 내부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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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경쟁력도 아세안 시장에서 1위, 2위, 3위를 달리고 있는 선발주자들에 비해 밀린다. 동남아 전자상거래 시장의 강자인 씨그룹의 쇼피가 지난해 달성한 총상품가치는 479억 달러였다. 틱톡의 10배가 넘는다. 알리바바의 라자다가 달성한 지난해 총상품가치는 201억 달러로 틱톡의 4~5배 수준이다. 고투의 토코피디아는 지난해 184억 달러의 총상품가치를 달성했다.
◆ 틱톡, ‘디지털 소매시장’ 선택…게임체인저 노려
아세안 시장에서 선발주자들의 강세 속에 틱톡이 선택한 길은 디지털 소매시장이다. 틱톡은 코로나19 시기 와중이던 2022년에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지난해에는 씨그룹의 쇼피가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싱가포르로 진출했다.
코로나19 조치 해제로 오프라인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지만, 온라인시장의 성장은 아세안에서도 대세가 된 상황이다. 아세안의 전자상거래 시장의 최대 시장은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10개 회원국 총상품가치 시장의 52%을 차지하고 있다.
루훗 빈사르 판자이탄 인도네시아 투자조정부 장관(오른쪽)과 추쇼우즈 틱톡 최고경영자가 15일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틱톡 포럼 현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자카르타=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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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등 아세안은 미·중 갈등 와중에 중국 업체의 공격적 진출로 인한 경쟁체제의 혜택을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의 공격적 진출이 그간 다양한 제품의 공급이 부족해 상대적으로 다른 선진국 소비자들에 비해 혜택을 보지 못한 아세안 지역 이용자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적극적인 공략을 이어오고 있는 틱톡이 아세안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틱톡과 온라인 인플루언서의 결합이 양산할 긍정적인 효과를 지목하는 시선도 있다. 문기봉 아세안비즈니스 센터장은 “동남아 시장은 다른 어느 시장보다 온라인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막강하며, 전자상거래 유통에서는 이들이 거의 기업의 역할을 할 만큼 세상을 바꾸고 있다”며 “커뮤니티와 상거래를 잇는 틱톡의 특성을 고려할 때 아세안 인플루언서와 틱톡이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 센터장은 그러면서 “인터넷 커뮤니티 측면에서도 틱톡은 페이스북이 동남아 시장에서 차지했던 기존 위상을 상당 부문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틱톡 이용자들이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수입을 올리는 구조여서 다른 경쟁업체들의 고민이 커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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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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