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 경북 의성장
여름김치는 역시 열무다. 의성장에서 조선배추와 열무 두 묶음을 사와 김치를 담갔다. 재료가 맛있으면 매실청이나 설탕이 필요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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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과 경남 의령 사이에서 잠시 고민을 했다. 둘 다 양파와 마늘 수확이 한창일 동네다. 선택은 경북 의성, 유기농 사과 농원에 볼일이 생겨 의성으로 다녀왔다. 경상북도 의성을 처음 간 것은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이다. 친환경 사과 농원이 의성 다인면에 있어 찾아갔었다. 20년 전에는 저농약 인증이었고 지금은 유기농 사과를 생산하고 있다. 여기를 매년 몇 번을 다니면서 사과 품종에 대해 배우고 공부했다. 우리가 흔히 부사라 하는 사과에도 여러 종류가 있음을 알았다. 동북 7호, 미얀마, 로열골드 등 다양한 사과 맛을 봤다. 몇 년 전에는 시나노 골드라는 노란 사과도 생산했다. 지금이야 여러 곳에서 생산하는 게 노란색 사과지만 그때는 낯설어하던 사과였다. 특히 유기농 농원의 사과는 모양도 좋지 않고 크기도 작지만 자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향이 있다. 유기농 농원을 겉에서 구별하는 방법은 풀이다. 나무 주변에 풀이 자연스레 자라고 있다. 사과밭을 거닐면 풀향기가 그윽하다. 과일은 겉보기보다는 품고 있는 향과 맛이 중요하다. 사람도 속을 봐야 한다고 하면서도 겉만 본다. 과일도 그런 경향이 강하다. 마하농원(054)862-6666
의성장은 2, 7장이다. 의성 안계장은 1, 6장이다. 다인면 마하농원에서 일을 보고는 안계장으로 갔다. 역시 면 단위 장은 작다. 장터 구경이 목적이 아니었다. 장터 근처에 있는 만둣집이 목적지였다. 어쩌면 진정한 의미의 로컬푸드를 실행하는 식당이다. 의성에서 나는 농산물을 이용해 만두를 빚는다. 로컬푸드 매장에 식당을 같이하더라도 대부분이 정육식당이다. 다양한 로컬푸드 소비보다는 고기가 먼저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식당은 의성에서 생산한 작물로 만두를 빚는다. 메뉴도 단출해 만둣국과 전골, 예약해야 하는 수육이 전부다. 만둣국 외에 찐만두와 튀김만두도 주문할 수 있다. 만두는 작아도 속은 꽉 차 있다. 씹는 맛도 좋거니와 소가 퍽퍽하지 않다. 튀김만두는 국만두와 모양새가 다소 다르다. 속도 달라 국만두보다 고기 양이 많다. 따로 생만두, 찐만두, 군만두를 포장 판매도 한다. 먹다 보면 사가야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내일 의성장 보고 집에 갈 때 사가야지 하다가 상주에서 볼일이 생겨 깜빡했다. 다음 출장 때는 꼭 사갈 생각이다. 상호가 오늘 만든 것만 판다는 의미에서 오늘손만두다.(054)862-0700
장터 다니면서 찾은 ‘맛있는 열무’
없나보다 했더니 한적한 골목서 발견
‘꼬습은’ 열무와 보기 드문 조선배추
생각지 못했던 식재료 만난 즐거움
제철 재료의 맛, 여름 김치로 그만
의성 농산물로 꽉꽉 채운 손만두
특산물 마늘 넣은 풍미 좋은 소시지
장터 풍경만큼 구수한 팥빵도 별미
(왼쪽 사진부터) 전으로 즐기기 좋은 고소한 맛의 재래종 솔부추. 의성에서 생산한 작물로 속을 꽉 채운 손만두. 의성은 대표적인 한지형 마늘 생산지다. 마늘의 고장에선 마늘맛이 나는 육가공품도 만날 수 있다. 구수한 팥소의 맛이 일품인 오밀조밀의 팥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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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장이 서는 전날에 도착해서는 오일장터를 한 바퀴 돈다. 장이 설 때와 안 설 때의 분위기가 180도 다르다. 사람 구경하기 힘든 시장이 장이 서는 순간 사람 사는 냄새로 가득 찬다. 비포(Before)와 애프터(after)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시장에서 문 연 곳은 손에 꼽을 정도. 그중에서 사람이 그나마 있는 곳은 시장 한쪽에 자리 잡은 닭발집. 보리밥과 국수에 숯불 닭발과 닭목 구이를 파는 곳에만 사람이 있다. 과일 가게 두어 곳은 상품 몇 개만 진열한 채 문만 열었다. 을씨년스럽던 장터가 장이 서면 흥이 넘친다. 휑했던 시장통은 오가는 사람이 가득하다. 수박 한 통, 참외 몇 개만 있던 과일가게에는 참외, 오렌지, 수박 할 것 없이 매대가 가득 차 있다.
낙동강 지류인 남대천과 쌍계천이 지나는 의성은 물 맑은 곳에서 나는 골부리가 손님을 기다린다. 의성 이웃인 문경에서는 골뱅이라고 하는 녀석으로 실제 이름은 다슬기다. 의성 아랫동네는 고디라고도 한다. 다슬기 작은 두 대야를 앞에 두고 있는 할머니 앞에서 잠시 살까 말까 주저했다. 대야 앞에는 손녀가 작성했을 듯한 다슬기 손질하는 법이 자세히, 그것도 컴퓨터에서 출력한 것으로 놓여 있었다. 실제로 요리하면 맛은 있겠으나 귀찮음이 맛을 이겼다. 사실 다른 목적이 없었다면 샀을 것이다.
의성장으로 떠나기 며칠 전에 경기도 양평에서 일 보고는 여주장을 잠시 구경 갔었다. 갔다가 장터에서 열무국수를 먹다가 말았다. 국물도 국물이지만 김치 자체가 너무 달았다. 가격을 치르고 나오면서 의성장에 맛있는 열무가 있으면 사다가 김치를 담가야지 생각했었다. 장터 구경을 다니면서 맛있는 열무도 같이 찾았다. 몇 번을 왕복해도 딱히 마음에 드는 열무가 없었다. 열무 사는 것을 포기하고는 재래종 부추인 솔부추를 샀다. 고소한 맛이 좋은 녀석으로 전을 부치면 그만이다. 한 번만 더 보자 하고는 사람이 적은 시장통에서 드디어 찾던 열무를 만났다. 게다가 생각지도 않은 속이 차지 않은 비결구 배추인 조선배추까지 만났다. 얼갈이하고 모양새는 비슷하나 길이가 두 배 정도 길었다. 쌈으로, 겉절이로도 좋고 열무와 같이 김치를 담가도 좋다. 여름이 오면 배추김치를 잘 먹지 않는다. 김치냉장고에 있는 김장배추라면 몰라도 새로 담근 여름 배추김치는 맛이 별로다. 누가 담그든, 어찌 담그든 재료인 배추 자체에 맛이라는 것이 없다.
여름이 오면 김치를 가끔 담근다. 주로 담는 것은 열무와 오이김치다. 여름 김치 재료로 이만한 것이 없다. 맛도 있거니와 제철이기에 가격 또한 저렴하다. 파는 할머니 말로는 “기가 맥히게 꼬습워”였다. 집에 와서 맛을 보니 실제로 고소했다. 요즈음 통배추에서는 맛보기 힘든 맛이었다. 오일장터의 매력은 생각지 않은 식재료를 만난다는 것이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대형할인점과는 다른, 보물찾기 같은 잔재미가 오일장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조선배추, 열무 두 묶음 8000원 주고 사와서는 김치를 담갔다. 두어 시간 절이고는 새우젓, 소금, 고춧가루, 생강가루, 밀가루 풀을 넣고 버무렸다. 재료가 맛있으면 설탕은 필요 없거나 적은 양만 있어도 된다. 재료가 지닌 단맛을 믿으면 된다. 굳이 매실청이나 설탕이 필요 없다. 김치 담그기는 생각보다 쉽다. 모든 일이 그렇듯 해보고 해봐야 는다. 처음 하는 것은 생각이나 손길이 낯설어한다. 손에 익는 순간 맛이 나기 시작한다. 한 번 해봐서 맛으로 성공하는 경우는 일본 만화 주인공밖에 없다. 두어 번 해보면 나만의 맛이 생기기 시작한다. 자전거 처음 탈 때 누군가 뒤를 잡아주다가 놓으면 넘어지거나 비틀거린다. 몇 번 타면 핸들 조종이 손에 익는다. 자전거 타는 경험이 쌓이면 종국에는 두 손 놓고 타는 경지까지 간다. 음식 만들기나 김치 담그기 또한 그렇다. 하다 보면 는다. 처음에 담근 열무김치를 생각해보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지금은 누가 달라고 하면 줄 수 있을 정도다.
의성은 마늘이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한지형 마늘 생산지 중 하나다. 마늘은 한지형 생산지와 난지형 생산지로 크게 나눌 수가 있다. 따듯한 남쪽에서 주로 나는 것은 난지형 마늘이고 의성, 단양, 서산, 태안 등지에서 나는 것은 한지형이다. 의성을 다니다 보면 다른 시골 마을과 다르다는 점을 느낄 수가 있다. 마당이 넓은 곳은 따로, 그렇지 않으면 옥상에 마늘 건조대를 만든다. 비를 피할 수 있고 햇빛이 직접 내리비치지 않으면서 바람이 잘 통하도록 했다. 다른 건 몰라도 건조대 있는 건물을 보는 순간 의성임을 느끼곤 했다. 유월 첫 주의 의성 들판은 마늘 수확 시작이었다. 장터에는 따로 마늘장이 서는 곳이 있었지만 거의 개점 휴업 상태. 의성의 마늘 수확은 둘째 주부터 시작이다.
마늘 먹인 소가 있는 동네인 의성에서는 같은 소고기라도 조금 색다르게 파는 정육점이 있다. 박가와 정가 성을 가진 부부가 운영하는 정육점인 ‘박가정’이다. 외관도 일반적인 정육점 모양새와 달리 카페처럼 깔끔하다. 의성 마늘 소를 드라이에이징(건식숙성)해서 판다. 필자는 등급 높은 소를 잘 먹지 않아 소고기는 구미에 당기지 않았다. 소고기 외에도 무항생제 돼지고기로 만든 햄인 잠봉과 마늘 소시지도 있기에 사왔다. 유명한 의성 마늘을 이용한 햄이 있다. 마늘 맛을 느끼기 힘든 양이 들어갔지만 이름은 당당하게도 의성마늘햄이다. 생색만 낸 의성마늘햄과 달리 잠봉에서 제법 마늘 맛이 났다. 박가정 0507-1308-3436
오일장은 시골 생활에 있어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물 귀한 곳이 사막, 시골은 사람이 귀하다. 도회지처럼 오밀조밀 모여 살지 않는 시골은 사람 보기 힘들다. 그나마 장이 서야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지팡이를 짚고서라도, 한 시간 한 번 다니는 버스를 타더라도 장터에는 사람이 모인다. 사람 사는 향기가 그립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의성 읍내에 상호가 ‘오밀조밀’인 비건 빵집이 있다. 전국에서 먹어본 팥빵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맛있다. 진득하고 달기만 한 팥소 대신 구수한 맛이 일품인 곳이다. 오밀조밀 0507-1397-9118
▶김진영
매주 식재료를 찾아 길을 떠난다. 먹거리에 진심인 만렙의 28년차 식품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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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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