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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사재기와 매점매석

천일염 주문 폭주에 홈페이지도 닫았다…“정부는 사재기 아니라는데, 뭐라 설명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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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 비금농협 홈페이지에 ‘천일염 재고 소진’ 을 알리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비금농협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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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량이 폭주해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배송이 최소 3∼4주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남 신안 태평염전은 지난 15일 자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 이같은 공지를 올렸다. 국내 단일 염전으로 최대 규모인 태평염전은 일시적으로 소비자 주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 구매 수량도 ‘1인 2포대’로 제한했다.

김치영 태평염전 부장은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주문받은 소매 물량 4000개에 대한 택배 포장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감당이 어려워 일시적으로 주문을 차단했다”면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우려한 사재기 말고는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남 신안군 비금농협도 15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천일염 품절’을 공지했다. 비금농협은 “택배(판매) 천일염 재고 소진으로 인하여 택배가 불가하다”면서 “올해 천일염을 매입해 간수를 빼서 택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금농협은 택배 판매 재개 시점을 오는 10월쯤으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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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전남 증도 태평염전이 운영하는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 주문 폭주로 인한 배상 지연을 알리는 안내문이 게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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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염을 대량 유통하는 염전과 농협이 판매를 중단하기 시작한 15일에도 정부는 “천일염 사재기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은 이날 열린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브리핑에서 “여러 차례 현장을 확인한 결과 가공·유통업계 차원에서 발생하는 천일염 사재기 징후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소매가 늘긴 했지만 중도매인들의 ‘매점매석’은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부만 현장 상황을 모르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천일염 가격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현실화하면서 주문이 크게 늘고 가격도 오르고 있다.

태평염전에서 판매하는 20㎏들이 천일염 1포대 소매 가격은 현재 5만5000원이다. 다른 곳에서는 6만원을 넘기도 한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소매 가격은 3만2000원 정도였다. 신안 농협에서 판매하고 있는 소금은 2022년과 2021년에 사들인 재고 물품이지만, 20㎏ 1포대 판매 가격이 3만3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정부는 소금 값 상승과 관련해 “4~5월 생산량 감소”를 들고 있지만 이 역시 현지 상황과 차이가 있다. 신안군은 “4~5월 잦은 강우로 생산량이 일부 감소했지만 6월부터는 기상 여건이 양호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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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의 한 염전에서 노동자가 천일염을 생산하고 있다. 신안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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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염 산지 가격은 생산량 회복에도 급등세다. 전남도가 파악한 올해 천일염 산지 평균가격은 20㎏ 1포대 기준 1월 1만3576원에서 4월 1만3740원, 5월 1만4127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 5~11일 천일염 가격은 1만8969원으로 급등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임박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다.

당국은 7월부터 햇소금이 본격 출하하면 물량이 충분한 만큼 ‘소금 품귀’ 현상이 수그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매점매석 단속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지 않는 한 소금 가격은 언제든지 급등할 수 있다. 실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했던 2011년 당시 국내 천일염 가격은 93% 올랐다.

한 염전 관계자는 “지금 상황은 누가봐도 오염수 방류를 염두해 둔 ‘소금 사재기’기 분명한데 정부만 아니라고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상수 조선대 경제학과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우려로 소금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 공급은 늘지 않아 가격이 폭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정부가 민간에만 맡기지 말고 소금값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소금 품귀 상황은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마스크 대란’과 비슷한 점이 있다”며 “당시 시장에서 마스크 품귀 조짐이 있었지만 정부 대응이 늦어지면서 큰 혼란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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