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대책 중 하나로 ‘서울팅’ 제시
신원 보증해 ‘안전한 만남’ 중개 의도
핵심 비껴간 대책에 ‘탁상행정’ 비판도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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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세간의 비판에도 청년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서울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민간 서비스와는 다른 ‘안전한 만남’을 중개하겠다는 것인데,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세태와 저출생 원인 등 핵심을 짚지 못한 근시안적 대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팅은 최근 서울시가 제시한 저출생 대책 중 하나다. 미혼자들이 운동·요리 등 활동을 통해 ‘자연스러운 만남’을 갖게 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서울시는 서울팅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서울시의 서울팅 추진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형적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저출생의 근본 원인은 결혼·출산을 망설이게 하는 높은 주거비용,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현실에 있는데 만남 주선은 핵심을 비껴간 대책이라는 것이다. 이미 민간에서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앱) 등 유사한 서비스가 자리잡은 지도 오래다.
오 시장은 지난 13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서울팅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민간에만 맡겨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을 서울시가 개입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주선하는 만남 사업은 신원을 확실하게 보증하기 때문에 유사한 민간 서비스보다 안전하다는 취지다.
그는 “미혼 여성이 남성을 교제할 때 스토킹 성향이 있는 건 아닌지, 극단적 범죄 성향을 가진 사람이 나타나는 게 아닌지 불안이 있다고 한다”며 “(서울팅은) 적어도 극단적 성향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는 자료를 받는다”고 말했다. 해당 자료에 대해서는 “재직증명서나 혼인관계증명서 등 (스토킹 같은) 최악의 경우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오 시장이 ‘안전함’을 서울팅의 의미로 설명했지만, 스토킹 등 교제폭력이나 교제살인 위험은 직장 유무나 경력 등으로 판단할 수 없다. 지난해 9월 벌어진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범인 전주환만 해도 입사 경쟁이 치열한 서울교통공사 소속이다.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황당한 생각”이라며 “스토킹·성희롱·성폭행 가해자들 중 변호사와 의사들도 더러 있을 뿐 아니라, 젠더 폭력이 직업군이나 계층에 따라 일어나지는 않는다. 특정 기준을 근거로 위험한 사람을 거를 수 있다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 내부에서도 서울팅 가입 요건으로 범죄 성향을 거를 수 없다며 “그런 것은 당사자가 충분한 사귐을 통해서 선택해야 할 문제”라는 반응이 나왔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유사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가 오는 7월 행사를 계획하고 있고 충북 청주시와 경남 김해시 등에서도 추진되고 있다. 오 시장은 “출생률이 많이 저조해서 앞으로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하는 것까지 하겠다는 관점에서 이해해 달라”고 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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