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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포용사회가 저출산 극복 해법···다양한 가족 형태 인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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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新가족 리포트] 전문가 특별좌담

1인가구 비중 30% 넘어 복지비용 증가 등 초래

동거가구는 통계조차 없어···제도·현실 미스매치

비혼동거·혼인 차별 없앤 프랑스 등 출산율 회복

'정상 가족' 중심 출산·가족 정책 이젠 벗어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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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1인 가구가 2021년 기준 716만 가구를 기록해 전체의 33.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구의 3분의 1이 1인 가구인 셈이다. 그러나 한국에는 여전히 동거 가구를 비롯한 다양한 가족에 대한 통계가 존재하지 않아 다양한 형태의 비친족 가족 관계가 모두 1인 가구로 집계되고 있다. 시민사회에서 가족의 형태는 이미 다양해지고 있으나 다양한 삶이 모두 1인 가구로 집계된 탓에 명확한 실태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가족 형태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그것을 국가가 인정하고 있지 않아 문제가 생긴다”며 “다양한 형태로 서로가 서로를 돌볼 권리를 주는 것은 더 큰 사회적 비용와 국가의 책임을 개인이 나눠 갖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저출산·고령사회라는 인구구조는 한국 사회를 지체시키고 경제성장이 마이너스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포용사회’가 누구나 아이를 낳아도 안전한 사회로 가는 저출산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좌담회 전문. 사회=한영일 사회부장

◇한국의 가족 양상과 사회 시스템은 ‘미스매치’ 상태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먼저 짚어보자. 왜 지금 다시 ‘가족’이라는 개념을 생각해봐야 할까.

△박진경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처장=우리 사회 시스템은 가족에 대한 개념부터 가족 지원 제도까지 현실과 미스매치인 상태가 수십 년 전부터 이미 발생했다. 1인 가구가 700만 명이 넘는 현실이지만 1인 가구의 자살률 문제나 의료비 문제 등은 국가적인 비용의 문제로 돌아올 것이다. 개인 한 사람이 책임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관점에서 우리 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종걸 가족구성권연구소 연구위원=우리나라는 민법이나 건강가정기본법 안에서도 가족을 혈연·혼인·입양으로만 한정하고 있다. 다만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0%가 넘고 3040세대뿐 아니라 전 세대에서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해 실질적인 사회복지 제도가 제공되지 않는 등 국가가 인정하지 않는 상황으로 인해 사회적 위기까지 연결되고 있는 현실이다.

△황두영 작가('외롭지 않을 권리' 저자)=KB경영연구소의 ‘한국 1인 가구 보고서’를 보면 자발적보다 비자발적으로 1인 가구가 된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또 같은 조사에서 ‘앞으로 1인 가구를 계속 유지할 것 같다’는 비율이 ‘1인 가구를 해소할 것이다’ 혹은 ‘반반이다’라는 비율보다 훨씬 높다. ‘1인 가구를 해소할 것 같다’는 응답은 10%도 되지 않았다.

비자발적인 이유로 1인 가구가 됐고 1인 거주 형태가 해소될 것 같지도 않다는 모순적인 응답은 그만큼 가족 형성 욕구가 있더라도 가족 형성 방법이 마땅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는 (개인 차원의) 외로움이나 불편함의 수준을 넘어 고독사나 심각한 돌봄 공백, 사회복지 비용 증가와 노인 빈곤율 증가 등 견딜 수 없는 문제 상황까지 봉착하게 됐다.

△변수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고령화로 인해 한 개인이 사는 생애 주기가 굉장히 길어졌고 그 안에서도 가족의 유동성이나 유연성이 강해졌는데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는 여전히 과거의 제도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예전에는 3·4인 가구 등만 경험했다면 이제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되니 많은 곳에서 욕구가 분출되고 그것들이 어떻게 보면 폭발하는 것이다. (시민들 사이에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돼왔지만 사회가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계속 변화해왔고 이제는 들어주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까지 왔다.

◇어느 누가 아이 낳아도 차별 없는 ‘포용사회’가 저출산 해법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사회가 돼야 저출산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가족의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포용사회’와 저출산 문제 해결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박 전 사무처장=‘애 낳기 편한 사회’를 만들어주면 된다. 현재 한국이 가족 예산으로 16년간 280조 원 정도를 썼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이것을 연으로 나누면 1년에 20조 원도 안 된다. 기초연금으로 한 해에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돈이 1년에 20조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얼마 안 되는 돈이다. 몇 조 안 되는 비용을 국가가 책임지면서 가족에 계속적으로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교육비나 양육비에 대한 부담이 여성뿐 아니라 남성까지, 청년 세대 전반의 출산 기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20대 초중반 이상 청년 세대, 결혼할 수 있는 사람으로만 출산을 얘기하는 구조가 문제다. 혼인·혈연·입양 중심의 가족에 국가의 발전 책임을 강요했던 시기가 이제는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 시민들의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은 오히려 자신과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 상호 의존하면서 돌봄·양육·부양하고 싶어한다. 더 이상 기존의 혈연 관계나 혼인 관계에서는 아니고자 한다는 거다.

△황 작가=포용사회와 저출산 해결이 얼핏 연결되는 것 같지만 모순적인 방향이라는 느낌도 들기는 한다. 사람들이 비혼 출산을 하려 해도 ‘이 사회를 내가 얼마나 믿고 비혼 출산을 할 수 있는가’ ‘이 사회에서 내가 차별받지 않고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가’가 문제다.

△변 연구위원=그간 한국의 저출산 정책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가족에 집중해왔다. 가족 다양성에 대한 관심보다는 3·4인 가족에 몰두해온 것이다. 그러다 아이를 자유롭게 낳는 서구 국가를 살펴보니 개인이 아이를 낳아 키워도 아무 문제가 없는 사회가 됐을 때, 성평등한 사회가 됐을 때 출산율이 회복되더라는 거다. 여러 가족과 개인의 삶을 포용하는 것과 개인의 삶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펼치는 정책이 출산율 회복에도 도움이 됐다고 볼 수 있다. 모든 이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게 포용사회와 저출산의 해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선거 앞두면 ‘가족 정책’ 원점···제도 바뀌어야 인식도 변화

-결국 정치권과 국회의 움직임이 있어야 시민들의 생활과 제도가 바뀔 수 있다. 선거나 총선을 앞두고 저출산과 관련한 문제들이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나.

△박 전 사무처장=총선이나 선거를 앞두면 더 보수화된다. 차별금지법 하나 통과시키는 데도 십수 년이 걸리고 선거 때마다 다시 과거로 되돌아가는 양상이 나타난다. 사회적 합의가 아직 안 됐다는 것도 핑계다.

△황 작가=저출산 관련 문제는 개개인의 측면을 넘어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시장 재생산이 되지 않고, 노동력 재생산과 사회적 활력이 떨어지며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그것이 국가 재정에도 부담이 되고, 기업들이 시장을 창출하는 데도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는 문제다. 보수 진영이라서 못 한다기보다는 가족 제도에 대해 새로운 정책을 던졌을 때 표 계산이 안 되기에 아직 정치적 검증이 덜 된 제도라는 점 때문에 선거에서 반영되기 힘들었던 것 같다.

△이 연구위원=역사적 논의 흐름과 해외 사례를 많이 보시면 좋겠다. 프랑스나 서구 사회가 실질적으로 비혼 동거 가족 안에서도 출산을 인정할 수 있는 흐름으로 가게 되면 결국 출산율은 올라갔다. 다양한 사람들의 권리로서 이야기돼야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평등이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소수자의 특정한 영역으로 이해되지는 않아야 한다.

△박 전 사무처장=프랑스의 출산율 회복은 비혼 동거 출산을 일반 혼인 출산과 동등하게 비차별적으로 해준 것 덕분이었다. 그 고리가 된 게 팍스법이다. 법이 선도적으로 길을 터주면서 출산율과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의 팍스법도 동성 커플이 먼저 문제 제기해줬는데 (한국에서는 가족 다양성 논의를 하면서) 소수자 권리 얘기를 계속 배제하다보니 논의하려고 판을 벌려놓으면 계속 무산되는 경험을 한다.

△황 작가=저는 동성혼 반대는 과감히 무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출산·고령사회나 돌봄 공백이라는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성혼 반대라는 작은 조약돌에 가로막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 반대는) 어느 정도 무시하고 차별에 대한 원칙적인 반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은 채 ‘나중에 논의해보자’라거나 ‘10년은 더 차별하자’ 이런 식으로 말할 수는 없다. 이번 기회에 차별 해소에 대한 원칙적인 입장과 다양성의 입장을 보여줘야 한다.

정치인들이 혐오를 뛰어넘는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쉬운 선택을 한다. 사람들이 싫어하니까 나도 싫어한다고 표현을 하는 것은 사실 굉장히 무책임한 정치 행위다. 그것이 개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수준을 넘어 우리 사회의 통합성을 떨어뜨리는 차원까지 나타나고 있는데도 쉬운 정치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박 전 사무처장=저출산·고령화는 한국 사회의 경제성장이 마이너스로 갈 수밖에 없는 형태다. 1700만 명이 이미 고령 인구고 100만 베이비붐 세대가 편입되면 인구의 반이 고령 인구인 구조다. 이들에 대한 돌봄을 국가가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제공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해 있다. 의료 서비스를 늘려도 장기요양보험 수급률은 10%도 안 된다. 실제로 다양한 형태로 함께 돌보고 감당하며 살 수 있는 권리를 달라는 것은 더 큰 사회적 비용과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것을 개인이 나눠 갖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인식 변화 이끄는 제도 변화 필요해

-앞으로 정부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변 연구위원=제도가 변화하면 인식도 변화한다. 조사를 해보면 ‘다양한 가족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냐’는 질문에 개인들은 대부분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편견을 갖고 있냐’는 질문에는 ‘너무 많이 갖고 있다’가 답이었다. 도덕적 응답을 했다고 쳐도 긍정적이다. 그런 제도가 생기면 개인들이 도덕적 태도를 취할 테니까. 실제로 나는 변할 준비가 돼 있는데 사회와 남이 안 변했다면 그 또한 제도가 먼저 바뀌면 되는 것이므로 긍정적이다.

또 하나는 국가 통계의 문제다. 통계에서 ‘1인 가구’ 아니면 ‘비친족 가구’로 집계하고 있는데 동거 가족은 1인 가구로 집계될 수도 있고 비친족 가구로 집계될 수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모두 동거 통계를 내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동거 통계를 못 내고 있다. 이걸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과 살고 있는지, 결혼하지 않아서 파트너와 살고 있는지 등 비친족 간의 가족 등에 대해 다양하게 조사를 해야 한다. 동거가 굉장히 많다는 것을 수치로 보여줄 수밖에 없고 인식 면에서도 통계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됐으면 한다.

△이 연구위원=현재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생활동반자법’ 뿐만 아니라 내가 죽게 됐을 때의 연명의료 결정권, 재산 처분권 등을 원 가족이 아니라 ‘내가 지정한 1인’이 할 수 있게 하는 제도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이렇게 실질적인 부분에 대한 상상력을 더 키워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인 실천을 하고 있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야 한다. 이제는 정치가,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그 얘기를 들어야 한다.

△황 작가=가족 제도를 크게 바꾸면 가족이 무너질 것이라고 걱정하는데 가족이 무너진다는 것을 ‘아이를 낳지 않는다’ ‘가족 구성원 수가 줄어든다’ 등의 지표로 정책 효과를 평가한다면 현행 가족 제도만큼 실패한 제도도 없다. 우리 제도가 실패한 지점들을 좀 인정해야 한다. 가족을 꾸리고 살 때까지 기도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정리=박신원 기자 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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