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 논란 일파만파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국회 계류된 ‘상호주의 공정선거법’ 통과 재차 요구
국내 체류 3년 지나 영주권 취득 외국인에 투표권 부여…5년으로 높이자는 게 골자
법무부, 국내 거주 외국인의 투표권 제도 개편 추진 필요성 밝히기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지난 8일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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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정간섭으로 비치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 논란에 국민의힘이 국회에 계류 중인 이른바 ‘상호주의 공정선거법(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 통과를 내세우고 있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국내 체류 3년이 지나 영주권을 취득한 외국인 특히 중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이 주어지지만, 반대로 중국은 외국인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점을 들어 국내의 중국 국적 거주자에게 투표권이 주어지는 자격 기한을 5년으로 늘리자는 게 법안의 골자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낸 권성동 의원은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이재명 대표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회동하며 보여준 굴욕적 사대주의가 논란이 되고 있다”며 “모욕적 발언에도 제1야당 대표가 항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이 대표를 비판했다.
권 의원은 “야당 대표는 대한민국 의전서열 8위”라며 “아무리 정부와 여당이 밉다고 해도, 자국 외교노선을 겁박하는 내정간섭 앞에 머리를 조아려서야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걸핏하면 정부와 여당에 외교참사를 운운하더니 정작 본인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 시기부터 보여준 삼궤구고두례(三跪九叩頭禮) 수준의 굴욕을 당했다”며 “다자주의 외교를 외치더니 정작 사대주의를 했다”고 주장했다.
‘삼궤구고두례(三跪九叩頭禮)’는 신하나라가 큰 나라를 만났을 때 머리를 조아려 절하는 것을 말하는데, ‘삼전도의 굴욕’ 당시 인조가 청 태종 앞에서 이같은 치욕을 당한 적 있다.
권 의원은 지방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국내의 중국 국적 유권자가 10만명 가량인 점을 들어 내정간섭으로 비치는 싱하이밍 대사 발언이 실제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봤다.
이러한 점을 들어 “특정 지역에 집중된 외국인의 거주 양상과 선거방식이 결합되면 외국인 투표권이 민의를 왜곡할 여지가 있다”고 시정 필요성을 부각했다.
아울러 “국가 간 상호주의 원칙을 견지하고 중국의 내정간섭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국회는 ‘상호주의 공정선거법’을 조속하게 통과시켜야 한다”며 “보편타당한 원칙과 국가적 자존 앞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민주당을 향해서도 “삼전도로 갈 것인지 독립문으로 갈 것인지 국민 앞에서 선택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지난해 6월1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체육관에서 개표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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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공직선거법과 주민투표법 등은 영주권자의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권을 허용하지 않지만, 지방선거에서는 표를 던질 수 있게 한다.
‘마을의 일꾼’을 뽑는 게 지방선거 취지인 만큼 국적을 불문한 지역 주민이면 누구나 선거권을 가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선과 총선은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을 뽑는 거여서 한국 국적을 갖는 국민에게만 선거권이 부여된다.
우리나라는 중국 국적 영주권자에게 투표권을 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외국인 유권자는 총 12만7623명이며 이 중 중국인은 10만명가량으로 추산됐다.
중국은 현지 거주 외국인에게 선거권을 주지 않는다. 중국 선거법은 ‘만 18세가 된 중화인민공화국 공민은 민족, 인종, 성별, 직업, 가족 배경, 종교적 신념, 교육 수준, 재산 상태와 거주 기간에 관계없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진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공민’은 중국 국적을 보유한 사람을 말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과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외국인들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외국인 선거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국내 거주 외국인 투표권 이야기는 김대중 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1년 발간한 ‘외국인 지방참정권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장기 국내 거주 외국인에 대한 참정권 부여 관련 논의는 김대중 전 대통령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부상했다.
2000년 11월 처음 장기거주 외국인에게 지방선거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장기거주 외국인에 대한 지방선거권 등의 부여에 관한 특례법안’이 발의됐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고, 2005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장기 체류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선거권을 부여하기로 합의하면서 ‘체류자격 취득일 후 3년이 경과한 외국인으로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외국인 등록대장에 올라 있는 사람’에 한해 이듬해 있었던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부터 선거 참여가 허용됐다.
영주 자격 취득 후 3년이 경과한 국내 외국인 선거권자는 2006년 지방선거 당시 6726명이었으나,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10만6205명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영주권이 있는 외국인들의 선거 참여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세금을 납부하는 만큼 의사 결정 과정에 이들을 참여시키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은 외국인 유권자들이 지방자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언급한다. 외국인 유권자 비율이 국내 정치에 영향을 줄 정도로 높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에 외국인 유권자 수가 비약적으로 많아지는 만큼 아직은 국내 선거 참여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반론 등도 만만치 않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해 외교적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영주권을 가진 국내 거주 외국인의 투표권 제도 개편 추진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법무부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실의 ‘상호주의에 따른 외국인 참정권을 폐지하는 방안 검토’ 관련 질문에 “우리나라는 3년 이상 된 영주권자에게 지방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며 “해외 거주 우리나라 국민은 대부분 해외에서 선거권이 없다”고 답했었다.
이어 “이러한 불합리한 문제 해결을 위해 해외 선진국들의 영주권 제도를 참조해 상호주의를 원칙으로 영주제도 개편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그러면서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선진화된 이민정책의 체계적 추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법무부의 답변을 두고 향후 논의 결과에 따라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표를 던졌던 중국 국적의 영주권자들이 다음 지방선거에서는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할 수도 있어 보인다는 관측이 일부에서 나왔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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