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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탄핵의 강 vs 조국의 강'?…조국·우병우 출마설에 난감한 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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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내년 총선에 전직 청와대 민정수석 2명이 동시에 등판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죠.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인데요. 두 사람 모두 출마설을 적극 부인하지 않으면서 소문을 키우고 있습니다. 다만, 여야는 두 사람의 출마가 반갑지만은 않은 분위기인데요.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을 정리했습니다.

[기자]

'평행이론',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사람의 운명이 동일한 패턴을 보이는 현상을 일컫는 말인데요. 서로 다른 시대는 아니지만 묘하게 운명이 겹쳐보이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입니다. 서울대 법대 선후배인 두 사람, 각기 서로 다른 정권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는데요. 장기간에 걸쳐 검찰 수사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죠. 검찰이 본인과 주변 가족들의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면서 고초를 겪었는데요. 그럼에도 각자의 주군으로부터는 굳은 신임을 받았습니다.

[박근혜/당시 대통령 (2016년 7월 21일) : 소명의 시간까지 의로운 일에는 비난을 피해 가지 마시고,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 가시기 바랍니다.]

[문재인/당시 대통령 (2020년 1월 14일) : (수사나 재판) 그 결과와 무관하게 이미 조국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어떤 고초, 그것만으로도 저는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은 두 사람에게 민정수석 재직 당시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었는데요. 두 사람의 영장 청구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기이한 우연도 있습니다. 우 전 수석의 영장을 청구할 때 윤 대통령은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으로 수사를 주도했는데요. 조 전 장관의 수사는 윤 대통령이 수사의 최종 결재권자인 검찰총장일 때 벌어진 일이었죠.

[우병우/전 청와대 민정수석 (2016년 11월 6일) : {가족회사 자금 유용한 것에 대해서 인정하십니까?} 검찰에서 성실하게 답변하겠습니다.]

[조국/전 법무부 장관 (2019년 12월 26일) : 저는 검찰의 영장심사 내용에 동의하지 못합니다. 오늘 법정에서 판사님께 소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런 기묘한 운명의 연장선일까요? 두 사람이 내년 22대 총선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죠. 둘 모두 출마한다면 단순히 '박근혜의 남자 VS 문재인의 남자'란 대결 구도를 넘어 두 과거 정권의 대리전 양상까지 띠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낭설이라고 치부하기엔 소문의 내용도 구체적입니다. 우 전 수석은 고향인 경북 영주, 조 전 장관은 서울 관악구에 출마할 것이라며 지역구까지 특정된 상황인데요.

[조원진/우리공화당 대표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만약 우병우 (전) 수석이나 조국 전 장관이나 출마를 하게 되면 이게 당선 확률도 궁금하지만 역풍 같은 거 우려가 있지 않을까요?} 당선 확률은 둘 다 됩니다. {출마하면 됩니까?} 당선될 지역에 나가서 하니까 될 거고. {당선될 지역에 나갈 거니까 될 거다.}]

실제로 두 사람은 출마 의사를 은근슬쩍 내비치기도 했는데요. 조 전 장관,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 퇴임 후 처음으로 경남 평산마을을 찾았죠.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평산책방에서 책방지기로 잠시 봉사한 후 문 전 대통령과 독주를 나누고 귀경했다"고 밝혔는데요. 문 전 대통령과 같이 일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조국 사태를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저와 제 가족에게는 무간지옥(無間地獄)의 시련이 닥쳐 지금까지 진행 중"이라고 적은 건데요. 멸문지화의 고통에 이르게 한 자신의 과오와 허물을 자성하고 있다면서도 향후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조국/전 법무부 장관 (10일 / 페이스북 음성대역) :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이 부정되고 폄훼되는 역진(逆進)과 퇴행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있는 것을 지켜만 볼 수 없다는 뉘앙스인데요. 문 전 대통령과의 회동이 '길 없는 길'의 시발점인 듯합니다. 조국 사태 이후 조 전 장관은 문 전 대통령과의 공개적인 만남을 피해왔죠.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올해 들어 기류가 바뀌었습니다. 출간 이후 북콘서트를 열고 지지자들도 만났는데요. 총선 출마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부인하지는 않았습니다.

[장성철/공론센터 소장 (KBS '여의도 사사건건' / 지난달 11일) : '여차하면 출마하겠다'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 관악 쪽으로도 이사 갔다라고 하고, 또한 '출마할 거예요?'라고 물어봤을 때 조국 장관의 워딩은 뭐냐 하면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거든요. '출마 안 하겠다'가 아니에요.]

국정농단 사건으로 380여일 동안 옥고를 치른 우 전 수석도 지난해 말 특별 사면됐죠. 변호사 자격도 회복하고 피선거권도 쥐게 됐는데요. 지난 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출마설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정치권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했는데요.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열린 답변을 내놨습니다.

[우병우/전 청와대 민정수석 (9일, 중앙일보 / 음성대역) : 출마하라는 전화도 많이 오고, 또 요즘 평소에 알던 사람들 만나도 항상 그것부터 물어보고 그럽니다. 하지만 정치를 하느냐 마느냐보다는 그래도 평생 공직에 있었으니 국가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뭘까를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치가 아니더라도 어떤 방식이든 국가에 봉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건데요.

[현근택/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그럼 이거 1000%. 왜냐하면 조국 장관은 그래도 '길 없는 길'이라고 그랬고 그 길이 출마도 있고 아니면 다른 길도 있는데 이거는 출마라고 그랬고 국가라고 그랬으니까 당연히 이거는 무조건 출마인데. {이건 1000%예요?} 이건 1000%도 넘어요.]

두 사람의 총선 출마, 정치권 입장에선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개봉을 앞둔 것과 마찬가지일 텐데요. 두 거대 생명체 간의 충돌을 보는 느낌인 듯합니다.

둘을 바라보는 여야의 시선은 마냥 우호적이지만은 않습니다. 두 사람이 출마하면 한쪽은 '탄핵의 강', 다른 한쪽은 '조국의 강'으로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셈이기 때문인데요. 일단 국민의힘은 우 전 수석의 출마설 자체를 대놓고 꺼리는 분위기입니다.

[김병민/국민의힘 최고위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과거로 퇴행하는 정치, 국민들께서 별로 좋아하지 않으실 거라고 확신하고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는 것 아닙니까? 지금 2023년을 지나 2024년 새로운 시대정신을 어떻게 담아내야 될지에 대한 혁신 고민을 해야 되는데 일단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전혀 이런 일들에 대해서 국민들께 실망 드리는 일 없을 거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김병민 최고위원, 우 전 수석은 조 전 장관과 대칭을 맞추기 위해 언론이 의도적으로 소환한 인물이란 생각입니다. 당내에서는 우 전 수석이 단 한 번도 거론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는데요.

민주당도 조 전 장관의 재등판이 부담스러운 눈치입니다. 조 전 장관이 출마하는 건 좋으나 민주당과는 선을 그어줬으면 하는 건데요.

[김의겸/더불어민주당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그런데 몇 가지 전제조건들은 다들 있어요. 제일 큰 전제조건은 '민주당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나간다'라고 하는 게 선제조건이 거의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조국의 강'에 이어 '남국의 늪' 이야기까지 나오는 마당에 조 전 장관에게 기호 1번을 달아준다면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조원진/우리공화당 대표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우병우 전 수석보다는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역풍이 꽤 세고 또 이재명 당대표가 조금 견제해야 될 상황도 있을 겁니다, 아마. 그것은 이제 전체 선거에 악영향이 있다. 그래서 친명계 쪽에서 썩 밝게 맞이하는, 그러한 반기는 그러한 인사는 아니다.]

김의겸 의원은 조 전 장관 스스로가 공천은 물론 입당 신청도 생각하지 않는 게 맞다고 못 박았습니다.

[김의겸/더불어민주당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조국 전 장관이 정치를 하려면, 그리고 국민의 심판을 한번 받아보려면 공천 신청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입당조차 하지 않는다라고 하는 것을, 이건 주변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 중에 하나가 그거다라고 본인 스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 오늘은 현실판 평행이론을 보여주고 있는 두 전직 민정수석에게 '줌 인'해봤는데요. 사실 민주 국가에서는 피선거권이 있는 한 누구나 출마할 수 있는 건 당연하죠. 다만 두 사람이 정치권에 발을 딛는 건 그다지 환영받지 못할 일인 듯합니다. 진영 간 대결과 국민 분열을 더 부추길 수 있는 위험성 때문일 텐데요.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진중권 교수가 두 사람에게 남기는 조언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진중권/광운대 특임교수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지난 9일) : 그냥 가만히 계시는 게 애국하는 건데 그렇게 이처럼 쉽게 애국할 수 있는 분이 많지 않거든요. 저는 나라를 위해서 낚시를 권합니다.]

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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