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서 ‘총선 출마설’ 다시 소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왼쪽)이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났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0일 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날 낮에 문 전 대통령과 만난 사실을 공개했다. 조 전 장관 페이스북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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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난 뒤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이 부정되고 폄훼되는 역진과 퇴행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며 정치활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한때 불거진 차기 총선 ‘조국 출마설’이 다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조 전 장관의 정치 행보가 총선에서 민주당에 대형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0일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문재인 대통령님을 오랜만에 찾아뵙고 평산책방에서 책방지기로 잠시 봉사한 후 독주를 나누고 귀경했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문 전 대통령과 함께 평산마을을 걷고 평산책방에서 앞치마를 두른 채 계산대에 선 사진, 함께 술잔을 부딪치는 사진 등을 올렸다.
조 전 장관은 또 2012년 대선 지지 활동으로 시작된 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언급한 뒤 “2019년 8월9일 검찰개혁의 과제를 부여받고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됐지만 제 가족에게는 무간지옥의 시련이 닥쳐 지금까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오와 허물을 자성하고 자책하며, 인고하고 감내하고 있다”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을 걸어가겠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첫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뒤 2018년 법무부 장관이 됐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을 상징하는 인물로 여겨졌다. 장관 인사청문 과정에서 딸 조민씨의 표창장 위조 논란 등 여러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이른바 ‘조국 사태’가 발생했다. 조 전 장관은 장관 취임 36일만에 사퇴했다. 이후 조 전 장관과 문 전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만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지난 1월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비리 관련 혐의 등으로 1심 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법정구속은 면했다.
조 전 장관이 문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차기 총선을 약 300일 앞둔 시점에 공개하며 자신의 역할을 언급한 것을 두고 민주당 일각에서는 조 전 장관 출마설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0일 CBS 라디오에서 조 전 장관 총선 출마에 대해 “사전에 ‘우리는 안 됩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도 적절하다고 생각은 안 든다”며 “당내에서는 조국 장관 (관련) 말을 많이 하지는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지난달 11일 CBS 라디오에서 조 전 장관 출마 가능성에 대해 “저는 나올 것 같다. (딸)조민을 내세우든지”라며 “왜 언론에 자꾸 노출되고 그런 것들을 알리느냐. 그것은 상당한 간 보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조 전 장관이 정치행보를 본격화하거나 총선에 출마할 경우 당에 큰 타격이 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수도권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1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은 분이 정치적인 행보를 하는 것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지난 대선 때의 문재인 정부 심판론이 다가오는 총선에서 민주당 심판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조 전 장관이 내로남불의 상징처럼 돼 있어 움직임이 우려스럽다”면서도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조 전 장관이 출마까지 생각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2일 KBS 라디오에서 조 전 장관 출마설에 대해 “저희한테 내로남불 딱지가 달라붙은 게 언제냐, 조국 사태 때 아니냐”며 “저희가 조국의 강을 확실히 건넜나. 지금 강으로 풍덩 빠지자는 이야기다. 그러면 (총선이) 정권 심판이 아니고 야당 심판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지난달 29일 KBS 라디오에서 조 전 장관 출마설에 대해 “출마한다면 (조 전 장관) 본인이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민주당은 다른 지역구에서 다 참패”라고 말했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조 전 장관의 이러한 행보는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한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본인이 저지른 과오와 허물을 자성한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보다 전 국민께 상처를 남겼던 자기 행동에 대해 ‘어떻게 죗값을 치러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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