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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르포] 국립중앙박물관서 LG 투명 OLED로 재탄생한 신라시대 토기… 외국인도 “이런 기술 처음 본다” 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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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 전시에서 토기 뚜껑 진열대에 투명 OLED가 적용된 모습. /최지희 기자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 특별 전시실. 지금으로부터 1600년 전인 신라 5세기 무덤에서 나온 토기 진열대로 다가서자 투명한 유리 위에 글자가 떴다. 신라인들이 장송 의례에 사용하던 흙 그릇이라는 설명이다. 이내 순식간에 글자가 사라지고 진열대가 그래픽으로 뒤덮이더니 토기 각각의 설명 영상이 유리 위에서 3분여간 펼쳐졌다. ‘사람들이 모여서 의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을 향해 의례에 참가한 모든 사람이 절을 하고 있습니다’와 같은 설명이 토기 위에 떴다 사라졌다. 토기를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쉽게 알아채기 어려운 조그마한 장식인 토우(흙으로 만든 인형)도 그림으로 확대돼 의미를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지난달 26일부터 시작한 이 전시에 쓰인 유리 패널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LG디스플레이가 양산하는 투명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디스플레이 산업 혁신 전략 사업의 일환으로 국립중앙박물관과 함께 투명 OLED를 활용해 기술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담당한 이상미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 학예연구사는 “전시에 투명 OLED를 처음 적용해 봤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다”며 “그림이나 실물 자료로 남아 있지 않은 토우 속 이야기를 말로 구구절절 표현하는 대신 투명 OLED를 활용해 영상으로 전달하니 관람객들이 전시품을 더 재밌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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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관람객이 투명 OLED가 설치된 진열대에서 토기 뚜껑에 달린 토우(흙 인형) 설명을 보고 있다. /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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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에는 총 5곳에 투명 OLED가 다양한 방식으로 설치돼 있다. 관람객이 몰린 곳은 삼국 5세기 무덤에서 나온 등잔 모양의 토기 전시였다. 집처럼 꾸민 전시관에 토기를 두고 투명 OLED로 낮부터 밤까지 바뀌는 모습을 겹쳐 띄워 과거에 이 토기가 어떻게 등잔으로 쓰였는지 시각화해 보여줬다. 등불 이미지를 토기에 덮어씌워 실제로 불을 붙인 것 같은 효과를 내기도 했다. 전시에 쓰인 투명 OLED는 두께 17㎜에 투명도는 40%로, 유리 창문처럼 패널 뒤로 관람객이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날 전시관을 찾은 관람객들 대부분은 투명 OLED가 탑재된 진열대 앞에서 2~3분가량을 머물며 화면에 뜨는 설명에 관심을 보였다. 서울 강동구에서 초등학생 자녀와 체험학습을 왔다는 차모(46)씨는 “아무리 대단한 유물이라고 아이에게 설명을 해줘도 스스로 흥미가 안 생기면 지나가고 마는데, 여기선 시각 자료가 함께 떠 아이가 집중해서 전시를 살펴봤다”고 말했다. 한국을 여행 중인 영국인 드웨인 후퍼씨는 “여행할 때마다 그 나라의 국립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꼭 들러보는데 이런 장치는 처음 본다”며 “글을 읽기 어려운 어둑한 곳에서도 이 디스플레이 기술이면 설명이 해결되니 다른 박물관에도 도입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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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 특별 전시에서 등잔 모양의 토기에 투명 OLED가 적용된 모습. /최지희 기자



2019년 세계 최초로 LG디스플레이가 양산한 투명 OLED는 백라이트 없이 화소 스스로 빛을 내는 OLED의 장점이 극대화된 기술이다. 투명한 패널에 정확한 색 표현이 가능한 데다 OLED 특성상 열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소비전력도 LCD(액정표시장치)나 LED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투명 OLED 기술을 확보하려면 우선 대형 OLED 패널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기술 장벽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투명 OLED의 활용 사례는 점차 늘고 있다. 올해 초 개관한 인천국제공항 한국문화유산 홍보관에는 외벽 유리창 대신 투명 OLED 18대를 가로 7.5m, 세로 2.5m로 이어 붙인 대형 투명 OLED 비디오 벽이 있다. 통유리처럼 투명한 패널에 전통 민화가 선명하게 떠 관광객들의 호응이 좋다고 한다. 경기 수원시는 버스 창문에 투명 OLED를 적용한 ‘XR모빌리티버스’를 관광상품으로 운영 중이다. 승객이 버스 바깥을 보는 동시에 관광 명소에 맞는 영상 콘텐츠가 창문에 뜨게 했다. 이외에도 중국 지하철과 박물관, 일본 철도, 미국 백화점 등에 투명 OLED가 쓰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투명 OLED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보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전 세계 투명 OLED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00억원에서 2025년 3조원, 2030년에는 12조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투명 OLED 패널 크기를 확대해 라인업을 다양화하는 동시에 투명도를 70%까지 높이는 로드맵을 밟아가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아직 시장이 작은 편이지만 박물관부터 공공기관을 비롯해 유통, 건축, 인테리어, 교통 등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며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 빠르게 도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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