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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서해수호 55용사들의 이름을 한명 한명 부르기 전 울먹이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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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윤석열’의 첫 행보는 보훈(報勳·공훈에 보답함)이었다. 2021년 3월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윤 대통령은 3개월간 잠행을 하다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사 윤석열'이 아닌 '정치인 윤석열'로 기자들을 만난 윤 대통령은 “우당 선생 가족 가운데 항일 무장 투쟁을 펼친 6형제 중 살아 귀국하신 분은 다섯째인 이시영 선생 한 분”이라며 “한 나라가 어떤 인물을 배출하느냐와 함께 어떤 인물을 기억하느냐에 의해 그 존재가 드러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2주 뒤 윤 대통령은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정치 출마를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도 2년 전 그때와 똑같은 말을 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의 품격은 국가가 누구를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달려있다”며 “국민을 위해 헌신한 이들을 끝까지 기억하고 예우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최원일 전 천안함장과 유족, 생존 장병이 함께했다.
윤 대통령의 오른쪽 양복깃엔 6·25전쟁 뒤 아직 돌아오지 못한 국군 전사자 12만1879명을 뜻하는 ‘1218179’가 적힌 태극기 모양의 배지가 달려있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가의 부름에 응답한 분들을 어떤 경우에도 잊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마음은 정치를 처음 결심했을 때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유독 보여주기식의 ‘쇼’를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보훈 행사만큼은 연일 파격과 최초가 쏟아진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진심을 담는다는 점에서, 보훈 행사만큼은 새로운 시도에 너그러운 편”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2일 국가유공자를 대통령실로 초대한 자리에서 국가보훈부 승격 정부조직법안에 직접 서명했다. 부처 신설과 관련해 전자결재가 아닌 대통령 서명식이 열린 건 국가보훈부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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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년 전 6월 9일 전직 검찰총장 신분으로 남산예장공원 우당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전시물을 관람한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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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4일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북한 도발에 맞서다 전사한 55명 장병의 이름을 모두 호명하는 ‘롤 콜(roll-call·이름 부르기)을 했다. 이 역시 최초로 윤 대통령은 전사자의 이름을 부르다 울먹이며 25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뒤 “누군가를 잊지 못해 부르는 것은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다짐”이라며 희생 장병의 이름을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불러나갔다. 윤 대통령은 보수 대통령으론 최초로 5·18 기념식에도 2회 연속 참석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가족을 잃은 유족의 모임인 ‘오월의 어머니회’ 소속 어머니들과 함께 기념식에 입장했다. 비를 맞으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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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6일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한 뒤 대간첩 작전 전사자 묘역을 방문, 참배객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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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현충일에도 윤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베트남전 및 대간첩 작전 전사자 묘역을 참배했다. 유족들은 “살다 보니 이런 날이 오네요”라며 윤 대통령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국가의 부름을 받아 숨진 이들로 대부분이 20대였다”며 “찾아올 사람도 많지 않은 현실을 윤 대통령은 안타까워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와 같은 윤 대통령의 ‘보훈 행보’에 대해 “윤 대통령의 소신이자 국가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국가보훈처 업무보고에서 보훈을 “나라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본질”이라고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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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오월 어머니회원들과 함께 행사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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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천안함 막말 등 역사 인식과 관련해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야당과의 차별화 행보란 해석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최근 20·30세대는 국가 안보를 중시한다”며 “민주당의 천안함 막말 논란과 대비되며 윤 대통령의 보훈 행보가 더 주목을 받는 듯 하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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