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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중국 막 나가나…“미국 앞마당에 도청기지 설치 움직임” 보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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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CNN, 美관리 인용보도
“中, 미국에 의도적 도발”
백악관·쿠바는 보도 ‘부인’

블링컨, 내주 방중 가능성
시진핑 면담, 해빙모드 주목


매일경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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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미국 앞마당인 쿠바에 미 군사정보 수집을 위한 도청기지 건설을 추진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백악관은 곧바로 “그 보도가 정확하지 않다”고 부인했고 쿠바 외교당국은 낭설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CNN이 중국의 쿠바 도청기지 설치 움직임을 추가 보도한 데 이어 미 의회는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도청기지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등 파장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중국이 쿠바에 도청기지를 짓는 대가로 수십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비밀리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자금난에 처한 쿠바를 설득했고 원칙적으로 도청기지를 건설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쿠바는 미국 플로리다에서 약 100마일(160km) 떨어져 있다. 중국이 이 곳에 도청시설을 설치할 경우 미국 남동부에 위치한 미군 기지를 포함한 전역의 전자 통신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이메일, 전화, 위성 전송을 포함한 신호들의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또 주변을 오고가는 선박의 통행도 감시할 수 있게 된다.

쿠바 도청기지 건설 예정지와 실제 건설 착수 여부 등 세부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의 최대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이 미국 본토 바로 앞에 첨단 군사·정보 수집능력을 갖춘 ‘스파이 기지’를 설치하는 것은 전례없는 위협이다.

구소련(러시아)이 냉전시대였던 1962년 쿠바에 핵 미사일을 배치하려다가 미국과 전쟁위기 직전까지 갔던 사건을 고려하면, 중국의 쿠바 도청기지 건설은 미국에 대한 강력한 도전이다. 쿠바는 사실상 60여년 만에 미·중 사이에 신냉전을 재촉발하는 격전지가 될 수 있다.

앞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 겸 쿠바 공산당 총서기는 작년 11월 중국을 국빈방문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사회주의 진영국가들의 단결을 강조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도 중국 인근에서 군사정보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쿠바 도청기지 건설을 정당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크레이그 싱글턴 선임 연구원은 “쿠바 내 도청 시설은 중국이 미국과 똑같이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 기지 설립은 중국의 광범위한 국방 전략이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신호이자, 일종의 게임 체인저”라며 “쿠바를 선택한 건 의도적인 도발”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백악관과 쿠바 외교당국은 보도 내용에 대해 즉각 부인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WSJ 보도와 관련해 “정확하지 않다”면서도 구체적으로 무엇이 잘못됐는지 밝히지 않았다. 이어 “중국과 쿠바 관계에 진정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중국의 활동을 면밀히 감시하고 대응하는 조치를 통해 국내와 역내에서 우리의 모든 안보 공약을 이행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중국과 쿠바가 새로운 형태의 스파이 기지를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워싱턴 주재 쿠바 대사관은 “해당 보도는 완전히 허위이고 근거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CNN은 2명의 정보소식통을 인용해 “쿠바가 중국 스파이시설을 섬에 건설하는 것에 동의했다”며 “미국도 수 주전부터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후속 보도했다. 중국의 미 전자통신 감시 시도는 지난 2월 정찰풍선 사태로 드러나기도 했다.

미 민주당 소속 마크 워너 상원 정보위원장과 공화당 소속 마르코 루비오 부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중국과 쿠바가 미국과 미국인을 목표물로 해서 협력하고 있다는 보도에 우리는 심각하게 혼란스럽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국가 안보와 주권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막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화당 대선주자인 니키 해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문 앞에 나타난 중국 위협에 깨어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최근 미·중 대화국면 조성에 따라 이르면 다음 주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중국 정찰풍선 사태로 연기된 그의 방중 계획이 넉 달만에 재추진된다. 그가 중국을 찾아가게 되면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의 방중 이후 최고위급 미국 정부인사이다.

블링컨 장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할 가능성도 있다. 이를 통해 미·중 정상간의 전화통화나 회담시기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9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대면 회담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러나 중국의 쿠바 도청기지 건설 의혹이 미·중 관계에 돌발 변수로 작용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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