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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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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가 골프공 물고 달아나... KPGA 선수권 둘째날 2차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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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호주의 한 골프 대회에서 까마귀가 골프공을 물고 있다. 유튜브 캡처


국내 프로골프 대회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선수권대회에서 웃지 못할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9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KPGA 선수권대회 2라운드 경기 도중 까마귀가 골프공을 물고 날아갔다. 이날 가장 마지막 조로 10번홀부터 경기를 시작한 김근우(21)는 1번홀(파4)에서 세컨샷을 앞두고 자신의 공을 가져간 까마귀의 발칙한 행동 때문에 당황했다.

야외에서 즐기는 스포츠인 골프는 종종 경기 외적인 요인에 의해 방해를 받기도 한다. 김근우와 같이 새의 돌발 행동이 대표적인 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골프 룰도 존재한다. 골프규칙 9조 6항 ‘외부의 영향이 집어 올리거나 움직인 볼’을 보면 “외부의 영향이 플레이어의 정지한 볼을 집어 올리거나 움직인 것을 알고 있거나 사실상 확실한 경우 페널티는 없으며 그 공은 원래의 지점에서 리플레이스 해야 한다”고 돼 있다.

김근우의 경우 까마귀가 공을 물고 날아갔기 때문에 벌타 없이 제자리에 공을 놓고 플레이를 재개하면 된다. 김근우는 경기 위원에게 까마귀가 공을 물어갔다고 설명했고, 같은 조에서 플레이를 한 선수들 역시 까마귀의 골프공 ‘도둑질’을 목격했기에 벌타 없이 당초 위치에 공을 놓고 경기를 재개했다. 김근우는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아냈지만 2라운드를 2오버파 73타로 마쳐 중간합계 4오버파 146타로 컷 탈락했다.

까마귀의 골프공 '도둑질'은 이날 오전에 경기를 한 고인성(30)에게도 일어났다. 5번홀(파4)에서 세컨샷을 하려던 볼을 까마귀가 훔쳐갔다. 고인성 역시 동반 플레이어의 사실 확인으로 벌타를 받지 않고 그 자리에 다른 공을 놓고 경기를 재개했지만 흐름이 끊기면서 적잖은 피해를 봤다. 고인성은 중간합계 7오버파 149타로 컷 통과에 실패했다.

KPGA 투어에서 이와 비슷한 일은 이따금 일어났다. 1999년 충북 진천군 천룡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선수권대회 때 페어웨이에 떨어진 볼을 까마귀가 물고 간 적이 있고, 2005년 매경오픈에서는 개가 벙커에 빠진 선수의 볼을 물고 간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2001년 매경오픈에서는 강욱순의 볼을 어린아이가 주워 간 적도 있다. 이 모든 경우 분명한 목격자가 있어 무벌타로 구제받았다.


양산 =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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