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네이비 씨 고스트' 전투체계 첫 시연…한화·LIG 무인전력 주축
무인전력 스스로 결정 대응하는 단계까지 구축…5전단 주축 전투실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활용한 상륙작전 |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해군이 미래 해양전에 대비해 구축 중인 새로운 전투체계 '네이비 씨 고스트'(Navy Sea GHOST)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유·무인전력을 복합적으로 구성해 전투에 나서는 이 체계는 그간 도상훈련(TTX)으로 작전개념을 발전시켜왔는데, 지난 8일 부산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실제 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처음 시연했다.
◇ "네이비 씨 고스트, 게임체인저 될 것"…2030년 이전 완벽한 모습 갖출 듯
'네이비 씨 고스트' 전투체계는 수상함과 잠수함 등 유인전력에 무인수상정(USV), 무인잠수정(UUV), 무인항공기(UAV), 무인자율로봇, 무인 수중자율기뢰탐색체(AUV), 무인 차세대 기뢰제거처리기(EMDW) 등 무인전력이 합세해 전투를 벌이는 개념이다.
해군이 작년 11월 유령을 뜻하는 단어 '고스트'를 조합해 네이비 씨 고스트로 명명한 것은 핵심인 무인전력을 더욱 부각하기 위해서다. 즉 사람이 타지 않고 적 레이더에도 잘 포착되지 않는다는 무인전력의 장점을 강조하고자 '유령'이란 뜻의 단어를 넣은 것이다. 그래서 무인함은 '유령선'을 연상케 하는 '유령함'으로도 불린다.
이번 시연의 하이라이트는 상륙작전. 유령함(무인수상정)과 드론 편대가 돌격대(제1파)로 나서 적 해안의 소형 함정을 격파하고 상륙 병력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이어 제2파로 무인전력지휘함이 다수의 군집 유령함과 헬기형 무인항공기를 통제하며 진입했고, 마무리는 상륙기동헬기와 고속상륙정 등 유인전력이 맡았다.
이번 시연은 해군 제5기뢰·상륙전단(이하 5전단) 주축으로 시범 모함(母艦)을 선정해 새로운 무인체계 전투실험을 해오던 가운데 이뤄졌다. 시연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이 체계를 더욱 다듬을 계획이어서 2030년 이전에는 완벽한 전투체계로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해군 관계자는 네이비 씨 고스트 전투체계가 "상륙작전에서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한 가운데 작전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네이비 씨 고스트' |
◇ 미국 '유령함대' 개념 연상…미군 "무인시스템 인태지역서 적과 경쟁력 더욱 강화"
미국 유령함대 개념은 적의 레이더에 잘 보이지 않는 유령함이 제1선에서 적 함정을 상대하고, 이미 상당한 피해를 본 적 함정을 제2선에 있던 유인함정이 격파하는 전술전략이다. 미군은 내년까지 유무인 체계가 복합적으로 구성된 유령함대를 건설하고 2025년부터는 유령함대를 실제로 운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유령함대는 미 해군의 분산해양작전(DMO) 개념에서 출발했다. 항공모함과 수상함이 중국의 둥펑(DF) 계열의 대함미사일 표적이 되지 않도록 항모타격단을 분산하는 전술전략의 한 방편이다.
문근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중국이 주장하는 제1도련선(필리핀·대만·오키나와·일본) 외곽에 유령함대를 배치해 중국 본토와 함정을 타격하고 DF-26 등 중국의 극초음속 대함미사일 위협에 대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미군은 "무인 시스템은 인명 손실 가능성을 줄이고자 위험이 발생하기 쉬운 지역에서 원격, 반자율 또는 완전 자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면서 "이 실험에 참여하는 무인 시스템은 해군력 강화에 기여해 인도 태평양에서 적과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더욱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시 헌터 무인수상함 |
◇ 한국 해군 무인체계 인프라는 구축돼…한화·LIG넥스원 등 주축
이번 MADEX 시연 행사에는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마린이노텍, 지오소나, 소나테크, 유맥에어, 두산모빌리티 등 12개 업체가 참여했고 이들 업체가 제작한 28대의 장비가 동원됐다.
한화시스템은 수색용 USV, 군집 USV를 선보였다.
최대 35노트의 수색용 USV는 연안 수상감시정찰과 수중 위험 물체 탐색 등 임무를 수행한다. 주야간 전천후 임무 수행이 가능하고, 전방 장애물을 자율적으로 회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접적해역에서 24시간 감시정찰을 통해 다수의 적 수상 침투세력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으며, 수중 침투에 대한 탐색 및 추적도 가능하다.
군집 USV는 다수의 무인 소해(기뢰제거) 전력을 동시 운용해 주요 항구의 기뢰탐색 등 효과적인 소해작전을 할 수 있고, 감시 정찰 임무도 가능하다.
한화시스템 무인수상정 |
LIG넥스원은 해검-3,5 등 두 종류의 USV를 동원했다.
길이 12m가량의 해검-3은 전방에 12.7㎜ 중기관총과 2.75인치 유도로켓 발사대를 탑재했다. 국내 최초로 최대 파고 2.5m의 해상에서도 항해할 수 있는 테스트를 마쳤고, 악천후 등 열악한 해상 조건에서도 유인전력 없이 24시간 운용할 수 있다. 탑재된 무인잠수정 및 드론과의 협업으로 수색 및 감시정찰 능력을 입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해검-5는 함정 탑재 전용 무인수상정으로, 의심스러운 표적 발생 시 모함에서 분리돼 표적을 식별하고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모함에서 띄우고 회수할 수 있다.
프리뉴, 두산모빌리티, 한국UAV, 해양드론기술, 네오테크 등에서는 수직 이착륙과 무장투하 UAV를 시연에서 선보였다.
시연에 참여하지 않는 콘셉트 모델도 주목받았다.
LIG넥스원의 초대형급 무인잠수정(XLUUV)의 콘셉트 모델이 처음 공개됐다. 적진 해역에서 감시정찰, 정보수집, 대잠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건조할 계획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NI-500VT 함탑재 무인기를 공개했다.
HD현대중공업도 개발 중인 무인전력지휘통제함 콘셉트 모델을 선보였다. 이번에 처음 공개된 무인전력지휘통제함은 UAV, USV, UUV 등을 활용해 해상과 수중, 공중에서 무인 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함정이다. 함정 후미에 헬기형 UAV 1대를 탑재할 수 있다. 해군은 이 함정을 도입할 계획이다.
LIG넥스원 해검 |
◇ 해군, 네이비 씨 고스트 3단계로 구축…5전단이 시범부대
해군은 네이비 씨 고스트를 단계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1단계 '원격통제형'은 무인전력을 유인전력에 탑재해 유인전력의 레이더 탐지 및 통신거리권 내에서 무인전력을 원격으로 통제하며 전투지원 임무를 수행하는 형태다.
'반자율형'의 2단계는 유인전력이 설정한 작전구역 내에서 무인전력이 자율 기동하면서 제한된 작전 임무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어 마지막 3단계인 '반자율 확산 및 완전자율형'은 유인전력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인전력이 스스로 결정하고 대응하는 단계를 말한다. 인공지능(AI)에 기반한 무인전력이 임무를 스스로 결정하고 대응하는 단계가 마지막인 셈이다.
오는 2040년대엔 무인수상함전대·무인잠수정전대·무인항공기전대 등으로 구성된 '해양무인전력사령부'도 창설한다. 이런 계획 추진을 위해 중형UAV, USV, 무인자율로봇을 이용한 해양전투실험을 우선해서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수중자율기뢰탐색체를 시험 평가해 체계개발을 올해까지 끝내는 한편 차세대 기뢰제거처리기도 오는 9월부터 시범 운용할 예정이다. 2020년대 중반부터 정찰용 무인수상정과 함 탑재 정찰용 무인항공기 개발도 시작한다.
해군은 작년 7월 네이비 씨 고스트 시범부대로 5전단을 지정했다.
오는 2027년까지 '기뢰전 해양무인체계 통합지휘통제 기술'을 기반으로 소해함에서 기뢰를 탐색하는 수중자율기뢰탐색체와 기뢰를 제거하는 기뢰제거처리기를 복합 운용할 계획이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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