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감사원 "전현희, 갑질 공무원에 탄원서 작성"... 10개월 감사했지만 권익위에만 주의 처분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특별조사국, 감사 기간 2차례 연장하며 집중 조사
전 위원장의 근무태만 의혹 등 사실로 결론 내려
감사위원 반대로 '주요 의혹' 처분 근거에서 제외
전 위원장 "불문 사항까지 공개한 건 법령 위반"
한국일보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9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팻말을 들고 감사 결과에 항의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관련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내부 제보를 받았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지난해 7월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중

감사원 '실세'인 유병호 사무총장의 이 한마디와 함께 시작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10개월 만에 끝났다. '갑질 공무원 탄원서'에 서명하는 등 권익위원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결론이다. 다만 전 위원장이 아닌 기관에만 주의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전 위원장은 감사 결과에 반발하며 법적 다툼도 예고한 만큼 여진이 계속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전 위원장의 3년 임기는 27일까지다.

감사원 "청탁금지법 위반 사실로 인정"


감사원은 9일 공개한 권익위 감사 보고서를 통해 △근무태만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 부당 처리 △추미애 전 법무장관 관련 유권해석 부당 처리 △갑질 직원 탄원서 부당 작성 등 모두 6가지의 제보 내용이 사실인 것으로 판단했다.

우선, 감사의 발단이 된 전 위원장의 근무 태만 의혹은 관용차 사용과 SRT 승하차 기록을 토대로 진위를 확인했다. 그 결과 2020년 7월부터 2년간 정부세종청사에서 업무를 했다고 등록한 89일 가운데 공식 출근시간(오전 9시)을 넘긴 날이 83일(93.3%)로 집계됐다.

감사원은 전 위원장이 '갑질 행위'로 징계받게 된 권익위 A국장에 대해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의 탄원서에 서명해 정부 소청심사위원회에 제출한 것도 문제 있는 처신이라고 지적했다. 갑질 근절의 주무부처인 권익위의 수장으로서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A국장은 2021년 부하직원에게 논문을 대필시켰다는 등의 혐의로 징계처분을 받았다.

감사원은 또 권익위가 전 위원장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숨기기 위해 결제 내역을 조작했다는 의혹도 사실이라고 결론 내렸다. 2020년 11월 외부 인사와 오찬을 했는데 1인당 3만4,000원씩 나오자 참석 인원을 조작해 금액을 낮췄다는 것이다. 청탁금지법상 1인당 식사 비용 한도는 3만 원이다. 아울러 수행비서가 전 위원장 출장 명목으로 교통이나 숙소를 예매·결제한 뒤 취소해 놓고 이를 정상 결제한 것처럼 속여 700만 원가량 횡령한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허위 보도자료 작성' 의혹도 부분적으로 사실로 판단했다. 권익위는 2020년 9월 검찰이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을 수사한 것에 대해 '봐주기'라는 지적이 빗발치자 "이해 충돌로 보기 어렵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그러자 야당은 '민주당 출신인 전 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고 물고 늘어졌다. 이에 권익위는 보도자료를 내고 "유권해석은 전적으로 담당 실무진의 판단"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감사 결과 전 위원장이 유권해석 과정에서 의견을 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전적으로 실무진이 판단했다'고 표현한 건 문제가 있다고 적시했다.
한국일보

그래픽=송정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핵심 의혹은 간단한 사실 관계만 설명…"사실상 빈손 감사" 지적도


이처럼 감사원은 여러 의혹이 사실이라고 판단하면서도 당사자인 전 위원장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대신 권익위를 상대로 '기관 경고' 조치에 그쳤다. 감사원 관계자는 "향후 같은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관 경고를 하는 편이 낫다고 봤다"면서 "전 위원장의 부당 행위는 감사보고서에 명시해 책임이 있음을 확실히 했다"고 말했다.

특히 전 위원장의 근무 태만과 허위 보도자료 관련 내용은 기관 경고의 처분 근거에서 빠졌다. 감사원 사무처는 이 혐의도 처분 근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최종 의결권을 가진 감사위원 다수가 "기관장의 출퇴근 시간과 근무지는 명확히 세워진 개념이 없다"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감사원의 이번 감사는 사실상 '빈손'으로 끝났다. 유 사무총장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제보"라며 분위기를 몰아간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결과다. 무리한 감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우여곡절 끝에 감사는 일단락됐지만, 보고서 내용을 놓고 전 위원장과 감사원의 공방은 지속될 전망이다. 전 위원장은 유 사무총장을 포함해 감사원 사무처에 대한 법적 소송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근태 문제를 두고 감사위원회에서 사실상 무혐의인 '불문 결정'을 내렸는데도 이를 (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건 감사원 관련 법령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