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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돈 벌고 좋은데, 태양광 설치할 데가 없어?” 드넓은 논밭을 주목했다 [지구, 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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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지난 5월 18일 전남 나주시 전라남도농업기술원 내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 모습. 주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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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전남 나주시에 있는 전라남도농업기술원 한쪽, 푸릇푸릇한 청보리가 펼쳐져 있는 4000㎥ 넓이의 밭.

군데군데에 지름 1.5m에 높이 3m의 넘는 거대한 말뚝 20여개가 꽂혀 있다. 이 기둥들이 이고 있는 건 수백장의 패널. 아래에서는 농작물을 키우고, 위에서는 전기를 생산하는 영농형 태양광단지다.

이곳에서 한전전력연구원과 전남농업기술원 등은 2020년 3월부터 시작한 ‘농업공존형 태양광 시스템’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설비용량만 370㎾. 이는 하루 1시간만 발전한다 해도 4인 가구의 한 달 전력사용량(332㎾h) 이상의 전기를 만들 수 있는 규모다. 이곳에서는 하루에 평균 3시간30분 태양광 발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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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8일 전남 나주시 전라남도농업기술원 내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 모습. 주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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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최대 수익을 끌어낼 수 있도록 전기 발전과 농작물 생산의 적절한 비중을 알아내는 것이다. 태양광패널이 위에 있는 만큼 작물에 일정 부분 그늘이 질 수밖에 없는데 어떤 작물이 어느 정도의 햇볕을 받았을 때 잘 자라는지 알아보는 실험장인 셈이다.

전남농업기술원은 햇볕의 양과 작물의 종류에 따라 총 45가지의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깨, 녹두, 팥, 옥수수, 콩으로 재배작물을 5가지로 설정했다.

작물이 받는 햇볕의 경우의 수는 9가지다. 우선 태양광패널이 아예 없는 경우와 패널을 단면만 설치하는 경우, 양면으로 설치하는 경우로 나뉜다. 그다음은 태양광패널의 각도를 조절해 그늘이 지는 정도를 4가지(0.0%·21.3%·25.6%·32.0%)로 구분했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해 햇볕의 양이 갈수록 늘어날 것을 고려해 2021~2050년과 2051~2080년으로도 시기를 구분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흔히 재배하는 깨, 녹두, 팥, 옥수수, 콩 등은 기후변화가 심화될수록 생산량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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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는 태양광발전을 하지 않고 농작물을 재배하는 경우보다 태양광발전을 병행할 때에 수익이 늘어났다. 대부분 작물은 태양광패널을 설치할 경우 수확량이 조금씩 줄어들었지만 태양광발전으로 나오는 전력도매가격(SMP)과 재생에너지공급인정서(REC) 수익이 이를 보전하고도 남아서다.

2050년까지 영농형 태양광으로 가장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작물은 ‘깨’로 나타났다. 음영비율이 25.6%일 때 ㎥당 약 10만900원(4월 환율 기준)을 벌 수 있었다. 2050년 이후에는 같은 조건에서 ‘콩’이 수익성이 더 좋았다. ㎥당 11만1300원 정도 나올 것으로 추산된다.

김소정 동국대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노지에서 재배할 때보다 태양광발전을 함께하는 경우에 농가 수익이 압도적으로 높다”며 “수확량은 어느 정도 감소하더라도 전체적인 농가 소득을 증가시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모든 작물이 햇볕을 많이 받을수록 많은 수확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옥수수는 전기 발전 수익을 제외하고 봐도 일정 수준 햇볕을 차단했을 때 생산량도 늘어났다.

태양광패널로 그늘이 전혀 지지 않을 때보다 음영비율이 21.3%일 때 옥수수 재배 수익이 ㎥당 3820원 늘어났다. 태양광발전으로는 ㎥당 7만4700원씩 증가했다. 합하면 평당 최대 40만원씩 이득이 늘어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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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8일 전남 나주시 전라남도농업기술원 내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 모습. 주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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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실적으로 영농형 태양광발전단지를 우리나라 농가에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이 정도 규모를 갖추려면 태양광패널뿐 아니라 하부 구조물 자재 및 건설에 초기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발전과 농업에서 최대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넓은 농지가 필요해 농가 보급용보다는 ‘기업형’ 농장에 걸맞은 모델이다.

이에 해외부터 대규모 영농형 태양광단지를 도입할 예정이다. 신재생에너지 스타트업 엔벨롭스는 민자발전사업과 한국국제협력단 공적개발원조(KOICA ODA)사업의 일환으로 남태평양 도서국가인 피지에서 올해 4㎿ 규모의 단지를 착공한다. 축구장 다섯 개 넓이의 농지에 태양광패널을 설치하고 아래에는 고추, 피망, 양배추, 바닐라 등을 심게 된다.

조영재 엔벨롭스 이사는 “작물들이 무조건 햇볕을 많이 받는다고 잘 자라는 게 아니다”며 “태양광패널이 지구 온난화로 강해진 햇볕을 조절하고 강우로부터도 보호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에서는 비닐하우스 농가부터 영농형 태양광을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조영재 이사는 “하중을 더 견딜 수 있는 구조로 조금 더 투자해 비닐을 패널로 교체할 경우 햇볕을 모두 전기로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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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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