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좋은 강남3구 노년인구 집중 일반화
1인가구도 늘어 ‘서울집값 불패신화’ 유효
2030 위한 공공주택 감당 가능할만큼 공급
주거정책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해야
지난달 30일 오후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교수가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튜디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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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 정순식 건설부동산부장 |
합계출산율 0.78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8위. 한국은 OECD국 중 지난해 합계출산율 0명대를 기록한 유일한 나라다. 저출산 해결을 위해 2006년부터 16년간 280조원이라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됐지만 ‘출산율 세계 최하위’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인구위기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정부도 지난 3월 ‘저출산·고령사회 정책과제 및 추진방향’을 내놓고 저출산 해결을 위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맞닥뜨린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저출산 대책의 근본적 대전환과 더불어 인구 문제와 밀접히 연관된 주택분야의 중장기적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오는 15일 헤럴드경제가 주관하는 ‘헤럴드 금융·부동산포럼 2023’의 메인 세션 연사로 나서는 인구 전문가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를 만나 대한민국의 인구문제 현황과 진단, 해법을 들어봤다. 오랜 기간 인구분야를 연구해 온 전 교수는 공공주택 공급 확대에 초점이 맞춰진 주거정책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0.78명이었던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올해는 0.73명, 내년에는 0.7명까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
▶2.1명을 인구유지선이라고 보는데 한국은 이미 1983년에 깨졌다. 주요 선진국은 더 빨리 깨졌는데 일반적으로 고도성장이 끝나고 이른바 성숙사회에 진입하면 출산에 대한 동기가 낮아진다. 현재 (한국의 인구유지선이 깨진 지) 40년이 지났는데 특히 우리가 벤치마킹하려고 하는 OECD국가나 유럽연합(EU) 국가들은 대개 1.6명 수준에 수렴하고 있다. 한국은 이들 국가보다 뒤늦게 인구유지선이 깨진 나라지만, 이제는 절반 이하 수준인 0.78명까지 떨어졌다.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 같은 도시국가들이 1명 이하를 기록한 적이 있는데 이런 국가들에서도 0.9~1명 사이에 있다. 한국은 국민소득 3만불 이상, 인구 5000만명을 넘어서는 규모의 국가임에도 0.7명대라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대미문의 사례다.
-이 같은 인구 변화가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금리가 계속 오를 리는 없다. 금리 상승세가 일단락되면 성장의 여력이나 잠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잠재성장률로 확인이 되는데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대다. 자산수익의 기대수치도 2%대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 우리 마인드는 여전히 위험자산이든 안전자산이든 두 자릿수의 자산수익을 기대한다. 앞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기대수익, 목표수익을 낮추지 않으면 안된다. 괜히 무리하면 위험한 투자가 될 수밖에 없다.
-꽤 오래전부터 ‘인구문제가 부동산 시장 하락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그럼에도 집값은 계속 올랐다. 이유가 무엇인가.
▶자산시장의 결정변수는 워낙 다양하지만 가장 근본적이고 원칙적인 변수는 수요다. 통상적으로 인구가 줄면 수요가 감소하고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보는 한 축이 있고, 인구가 줄어도 1인 가구가 늘어 수요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축이 있다. 그러나 더 많은 상황을 내다 봐야 한다. 한국은 지방에서 서울로 전입하는 사회이동이 전세계에서 유례 없을 정도로 활발한 나라 중 하나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이 급등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서울 집값은 안 빠질 것’이라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아직도 유효한 셈이다.
-교수께서는 노년인구의 도시이동, 특히 노년인구의 강남3구 집중현상이 일반화되고 있어 당분간 서울 집값은 떨어지기 어렵다고 주장해 왔다. 좀 자세히 설명해 달라.
▶통상 나이가 들수록 안전자산을 선호하고 위험한 선택을 하지 않아 사회이동을 하지 않는다는 이론이 있는데, 2005년부터 2015년까지의 5년 주기 센서스 통계를 살펴보니 75세 이상 지방인구의 서울 전입이 늘고 있다. 이론과 정반대의 얘기인데 특히 강남3구로의 전입이 증가했다. 강남3구의 특징은 의료, 간병 등 기반시설이 좋다는 점이다. 서울의 스테그플레이션 상황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지방인구가 넘어오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고령화는 이제 시작인데 축의 전환을 빨리 하지 않으면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아파트, 수도권 거주 일색인 현 주택시장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 보는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아파트 공화국으로 바뀐 건 1989년 1기 신도시 개발 때부터였다. 압축 고성장 모델에서는 이렇듯 수요를 품어내는 ‘교외확산형’ 도시성장의 방식이 유효하다. 단기간에 늘어나는 수요를 공급하는 방식은 아파트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전제가 깨졌다.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 20~30년 후에도 아파트가 유효한 주거 스타일일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수도권은 광역 교통 개발 등을 통해 직주분리 현상을 해소하고 있어 이러한 충격의 버퍼존이 있을 수 있다.
-정부는 3기 신도시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만들어 용적률을 대거 높이겠다는 정책도 발표했다. 이 같은 신도시 정책을 평가한다면.
▶그간 경기도는 서울과 비교할 때 늘 인구는 더 많이 늘었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사람들도 서울로 전입하기는 쉽지 않아 경기도로 빠졌었기 때문에 신도시 정책이 굉장히 유효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2020년부터 총인구 감소국가가 됐고, 경기도도 지난해부터 월별 기준 총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제 경기도조차도 총인구 감소 영향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생각하면 신도시 공급 방식이 계속 유효할지 의문이다.
정부는 경기도에 사람이 몰리니 수평 확산이 아닌 수직 확산을 위해 용적률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런데 서울에서는 아직 수직 확산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서울에서 주요 부동산 이슈는 용적률 카드의 전환이 될 것이다. 주택이 권력과 규제의 수단으로 활용된다면 경직적인 방식으로 용적률 카드가 활용될 테지만, 그게 아니라 변화에 조응하고 실험하는 차원에서 (주택에) 접근한다면 용적률 카드가 굉장히 자주 거론될 확률이 높다.
-우리나라 저출산 대책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내리고 있나.
▶우리나라 인구대책은 몸이 바뀌었는데 옷은 옛날 것을 그대로 입히려고 하는 것과 같다. 1960~1970년대 만들어진 구조를 현재에 적용시키려고 하니 미스매칭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출산 환경 관련 변화부터 읽어야 하고 주체인 청년인구의 속내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지만 권력, 예산 등을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정책은 그들과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한국은 선진국이다. 선진국에 맞게 정책을 펴야 한다. 출산이라는 종속변수를 두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독립변수를 여러 개 넣어보면 상관성이 있는 게 있는데 주택가격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은 직업 때문에 출산율이 낮아진다고 생각하지만 통계를 보면 2030세대 고용률은 변화가 거의 없었다. 취업 여부와 출산 여부가 직결되지 않지만, 주거와는 굉장히 밀접한 연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출산 대책의 주무부처도 국토교통부가 돼야 한다. 사람이 바뀌고 시대는 한참 앞서갔는데 구조와 인식은 예전 그대로 머물러 있으면 돈을 수억, 수조원을 써도 해결이 안 된다.
-그렇다면 주거분야에 있어 어떤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보나.
▶국토부가 할 수 있는 핵심 저출산 정책은 2030세대가 선택할 수 있는 공공주택에 대한 신규 공급이다. 매년 5만~6만가구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지금 인구가 줄고 있는데 매년 5만~6만가구를 만든다고 보편재가 되지 않는다. 공공주택은 시장에서 거래도 제한적이라 유휴자원화가 될 수 있다. 어쨌든 감당 가능한 공공주택을 많이 공급해야 한다. 새롭게 짓는 게 제일 간편한 방식이고, 무언가를 없애는 정책은 불편한 정책이기 때문에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 사고 체계를 바꿔야 한다. 주거정책도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리=신혜원 기자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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