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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러시아 '母子 실종' 전…유럽에서 北 외교관도 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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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경 개방 전 '연쇄탈북 가능성' 제기

태영호 "추가 망명 조짐…탈북러시 도와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북한 총영사관 직원 가족들의 행방이 묘연해진 가운데 최근 유럽에서 근무하던 북한 외교관이 탈북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북한의 국경 개방을 앞두고 '연쇄 탈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9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수주 전 유럽에서 근무하던 북한 외교관이 탈북했다. 근무 지역이나 탈북 일행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외교관의 가족 일부가 함께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은 모두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탈북민의 신변 보호를 위해 탈북 방식, 입국 경로, 신원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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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뒤 3년 넘게 국경을 봉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북중·북러 간 철도 무역을 재개하는 동향이 포착되는 등 조만간 국경이 다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북한 외교관 및 해외 파견자 등의 연쇄 탈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경 봉쇄가 풀리면 재외 인력을 대거 교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북한으로의 귀국을 원치 않는 이들의 이탈이 잇따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지난 4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선 북한 총영사관 직원의 가족 2명이 실종됐다. 북한 고려항공 소속 무역대표부가 러시아로 파견한 박모씨의 아내 김모씨(43), 아들 박모군(15)이다. 현지에서 고려관이라는 식당의 지배인으로 외화벌이를 하던 박씨는 2019년 검열을 받기 위해 평양에 들어간 뒤 돌아오지 못했다. 이후 아내 김씨가 '대리 지배인' 자격으로 식당을 운영했는데, 지난해 10월 식당 부지배인이 망명을 시도하다 붙잡히는 사건이 벌어졌다. 부지배인은 국경이 열리는 즉시 송환돼 처형될 가능성이 큰데, 대리 지배인이던 김씨에게도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이번 실종의 배경으로 꼽힌다.

대북 소식통은 이날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가족 단위로 해외에 나갔다는 것은 박씨 가족이 당국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의미"라면서도 "애초에 박씨가 검열을 받기 위해 평양으로 돌아갔을 때부터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모종의 문제로 박씨가 먼저 평양으로 불려간 것이라면, 나머지 가족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북한은 해외 인력을 숙청하려 할 때 가족을 한꺼번에 불러들이지 않고,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나눠서 입국시킨다"며 "아내 김씨처럼 해외에 남아 있던 가족이 본국으로 돌아간 가족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연락을 받고 탈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태영호 "北 엘리트층 탈북 러시 도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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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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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외교관'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연쇄 탈북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태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탈북·망명을 타진하는 북한 외교관이나 해외 근무자의 추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나도 최근 평양에 있는 줄만 알았던 후배들이 그새 한국으로 탈북해 서울에서 불쑥 내 앞에 나타날 때마다 깜짝 놀라고는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에서 알고 지내던 무역대표부 직원 2명을 올해 서울에서 각각 만났다고 소개하면서 "해외에서 무역 일꾼으로 일하면서 큰돈을 버는 등 나름대로 높은 지위에 있던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태 의원은 북한의 해외 공직자 탈북이 이어지는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과 '가족 간 이별'을 꼽았다. 그는 "유럽이나 동남아에서 임기가 끝나 평양으로 돌아가려고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에 왔다가, 국경이 막혀 베이징에 남은 대사들과 외교관 등이 저축했던 돈을 다 날리고 빈털터리가 됐다고 한다"며 "코로나19 이후 북한에 들어갔다가 다시 해외 근무지로 나가지 못한 인원이 늘어나면서 북한판 '이별 가족'이 생겼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설명했다.

태 의원은 나아가 우리 정부가 북한 엘리트층의 추가 탈북을 유도하기 위해 일자리 등을 챙겨줘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최근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 시절 중단됐던 고위 탈북 인사의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임용을 재개한 것은 좋은 출발"이라며 "가장 효과적인 평화 통일의 지름길은 더 많은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 러시'를 만드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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