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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죽음 부르는 ‘공포의 해루질’…제부도서 고립된 70대 부부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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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에 고립…30분 만에 구조

인천·서산 등지에서 사고 속출

순식간에 에워싸는 밀물에 고립

서해안에서 해루질을 하다 밀물에 고립돼 숨지는 사고가 속출하는 가운데 경기 화성시 제부도 인근 갯벌에서 해루질에 나섰던 70대 부부가 구조됐다. 해가 진 뒤 갯벌에서 조개나 물고기를 잡는 해루질은 조석 간만의 차가 큰 데다 수심까지 얕아 밀물이 빨리 차오르는 여름철에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게 해양경찰 등의 조언이다.

9일 평택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19분쯤 제부도 인근 갯벌에 있던 70대 남성 A씨가 “아내가 물에 떠내려가고 있다”며 112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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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대원들이 A씨 부부를 구조하는 모습. 평택해양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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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해경은 신고 접수 30분 만인 오후 4시49분쯤 A씨와 그의 아내인 70대 B씨가 해상에 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구조해 소방당국에 인계했다.

A씨 부부는 앞서 돌게를 잡기 위해 갯벌에 들어갔다가 고립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구조 당시 저체온증을 호소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였다. 해경 관계자는 “구조 당시 A씨 등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여서 자칫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면서 “갯벌에서 활동할 때는 물때를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오전 3시27분쯤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내리갯벌에선 60대 여성 C씨가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C씨는 “물이 들어와 갯벌에 고립됐다”며 해경에 신고했지만 에워싸는 밀물에 사고를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3주 사이 인천 앞바다에서는 C씨를 포함해 4명이 해루질을 하다가 고립돼 잇따라 숨졌다.

지난 4일에는 중구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에서 40대 남녀가 해루질 중 구조 요청을 하고 실종됐다가 12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해경 수색 작업에선 지난달 17일 같은 해수욕장에서 해루질을 하다가 실종된 50대 여성의 시신도 뒤늦게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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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수색하는 해경. 인천해양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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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서해안인 충남 태안군 곰섬 인근 바다에서도 지난 6일 해루질하던 30대 남성이 물에 빠져 실종됐다가 숨졌다. 그는 일행 4명과 함께 해루질하다가 50여분 만에 “물이 가슴까지 차서 나올 수 없다”고 일행 중 한 명에게 전화를 건 뒤 연락이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충남 서산군 고파도 인근 해상에서도 지난 3일 해루질을 하던 40대가 물에 빠져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다.

이처럼 사고 위험이 크지만 전국적으로 해루질 어로 행위는 늘어나는 추세여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태다.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이 해양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접수된 해루질 관련 신고는 435건으로 4년 전인 2017년(33건)보다 13배 폭증했다.

화성=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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