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관계자는 “하수에는 사람 배설물이나 일상 오염물 등이 뒤섞여 있다. 이를 분석하면 불법적인 마약 이용 실태 등을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약 투약 여부를 소변으로 검사할 수 있는 것처럼, 도시에서 생활하는 마약중독자의 배설물이 하수에 섞여 검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필로폰이 한국 사회에서 친숙하고 보편적인 마약임을 확인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식약처에 따르면 필로폰은 2020~ 2022년 3년 연속 조사 대상인 전국 34개 하수처리장에서 모두 검출됐다. 1000명당 일일 평균 사용 추정량은 21.8㎎으로 조사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통상의 필로폰 1회 투약량(30㎎)을 고려했을 때 약 1000명 중 한 명이 매일 필로폰을 한 차례 투약했다는 추정이 가능한 수치”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불법 마약류 7종에 대해 이뤄졌으며, 이 중 5종(필로폰, 암페타민, 엑스터시, 코카인, LSD)이 2020~ 2022년에 한 번이라도 검출됐다.
엑스터시는 클럽 등에서 주로 퍼지는 마약이라 ‘클럽 마약’이라고도 불리는데, 검출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엑스터시가 검출된 하수처리장은 2020년 19곳에서 2021~2022년 27곳으로 늘어났다. 1000명당 일일 평균 사용 추정량도 1.71㎎(2020년)에서 1.99㎎(2021년), 지난해 2.58㎎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부산·인천·울산과 같은 항만 지역의 1000명당 일일 평균 필로폰 사용 추정량은 31.63㎎으로 그 외 지역(18.26㎎)보다 40% 이상 많았다. 대도시(26.52㎎)가 그 외 지역(13.14㎎)보다 많았다. 지난해 경기 시화 하수처리장(136.50㎎)이 전국 평균(18.07㎎)보다 8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항만 주변에 마약이 많이 버려지거나 혹은 유통이 많이 되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극철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하수처리장으로 들어오는 물을 분석하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고도 처음 사용량을 추정할 수 있다”라며 “검출된 마약은 실제 투약된 것 중 일부라 이번 조사는 마약이 전국 곳곳에 퍼져 있다는 사회적 심각성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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