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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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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칼럼] 방전하는 전기차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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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필자는 지난달에 전기차 관련 국제 표준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뉴저지주를 다녀온 바 있다. 지난해에도 회의 행사에 참석했었는데 올해는 공항과 식당 등 모든 장소에서조차 마스크가 사라져 변화된 현지 상황을 더욱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을 꼽는다면 일회용 식기의 사용이 너무나도 잦고, 쓰레기의 분리수거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호텔에서의 아침식사 후 일회용 식기와 컵, 음식물, 남은 커피까지 모조리 쓰레기통에 함께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탈퇴했다가 재가입한 미국이 낯설지만은 않았다.

그런데도 미국이 매우 진심인 분야 중의 하나가 있다. 바로 전기차 제조업이다. 무려 850조가 넘는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테슬라만 보더라도 가히 전 세계에서 일당백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뒤로 제2의 테슬라를 꿈꾸는 루시드, 리비안 등의 전기차 전문기업이 즐비하다. 여전히 미국의 거리에서는 트럭과 버스가 디젤 매연을 내뿜고 휘발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대배기량 승용차가 활보하고 있는 상황인데 뭔가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테슬라와 같은 전기차 제조업체의 성공 비결이 무엇일까’ 궁금해 찾아봤는데 전기차 제조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고, 공급망 전체를 확보했다는 등의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여기서 정작 소비자들은 무엇을 기대하고 있을까? 전기차 사용으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또 있을까?

전기차 충전을 연구하며 이런 사례가 눈에 들어왔다. 미국 내 정전 원인의 80%가량이 자연재해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부지역의 허리케인, 중부지역의 토네이도, 서부지역의 산불과 같은 것들이다. 2022년 허리케인 ‘이안’이 미국 플로리다 지역을 강타했을 때 며칠 동안 전기가 공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때 일부 전기차 소유자는 전기차 배터리를 방전하여 가정에 전기를 공급했다고 한다.

전기차의 배터리가 충전뿐만이 아니라 방전도 가능하게 만들어졌기에 V2H(Vehicle-to-Home·차량-가정)를 통한 전기 공급이 가능했었다.

F사의 전기트럭의 경우 130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어 일반 가정에 사흘 정도는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 뉴욕주는 2035년까지 4만여대의 학교 버스를 전기차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한다. 낮에는 통학용도로, 밤에는 차고지에서 방전용도로 건물과 시설에 전기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하니 매우 유용하다.

이처럼 전기차는 배터리를 충전하여 달리는 용도에서 배터리를 방전하여 전기를 사용하는 방향으로도 진화하고 있다. 작게는 차박을 하면서 온갖 전기장치를 사용할 수 있고 크게는 전력계통에 대규모로 연결되어 국가 전력망 안정화에 기여할 수도 있다.

최근 보조금 감소에 충전 요금 인상까지 전기차 사용자의 시름이 있지만 전기차가 가상 발전소(VPP·Virtual Power Plant)의 역할을 본격적으로 한다면 또 다른 전기차의 매력이 보이지 않을까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전기연구원 전력ICT연구센터가 해당 연구·개발(R&D)을 수행하고 있어 조만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김영선 한국전기연구원 박사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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