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신고에 출동한 경찰, 가방·손 혈흔 이유 묻자
“하혈 하고 있다” 복부 고통 호소…경찰 구급차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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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우발적 범행이라고 진술했던 정유정은 지난달 31일 경찰 조사과정에서 "살인해보고 싶어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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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일면식도 없는 또래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한 정유정(23)이 검거 당시에도 거짓말로 경찰을 속이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트렁크에 피가 묻은 걸 수상히 여긴 택시 기사가 신고해 경찰이 출동하자 정씨는 “하혈했다”고 둘러댔다.
지난 7일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오후 범행 후 피해 여성의 시신을 훼손해 여행 가방에 담은 뒤 택시를 타고 경남 양산 낙동강변 공원에 시신을 유기했다.
차에서 내려 풀숲에 가방을 버리는 걸 수상하게 여긴 택시기사는 112에 연락해 “목적지에 도착해 가방을 들어주려다 물기가 있어 보니 피였다”며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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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에 포착된 정유정. 피해자 시신을 훼손해 캐리어에 담은 뒤 경쾌하게 걸어가는 장면이다. [부산 북구청·부산경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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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정유정 손과 가방에 핏자국이 남은 것을 발견하고 묻자, 정유정은 “하혈을 하고 있다”며 복부 고통을 호소했다.
당시 피가 묻은 캐리어를 함께 꺼낸 택시 기사는 충격으로 인해 일도 중단하고 주변인들과 연락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택시 기사는 동료 기사에 “여행 가방을 들어줬는데 물 같은 게 새어 나와 손이 젖었다”고 당시를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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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우발적 범행이라고 진술했던 정유정은 지난달 31일 경찰 조사과정에서 "살인해보고 싶어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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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은 최근 경찰이 진행한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PCL-R)에서 40점 만점에 28점이 나와 정상인 범주를 벗어났다. 통상 25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로 간주한다.
과거 잔혹한 살인범의 점수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 25점, 2005년 아내와 장모를 살해하고 여성 8명을 납치해 살해한 연쇄살인범 강호순 27점,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 29점, 연쇄살인범 유영철 38점 등이다.
“살인해보고 싶었다”고 자백한 정유정의 경우 시신 유기 이후 택시 기사가 신고하지 않았다면 연쇄살인을 벌였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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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살인' 정유정의 졸업 사진. [MBN 보도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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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살인' 정유정의 졸업 사진. [MBN 보도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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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은 사건 전까지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온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고 지내왔기에 연락처에는 친구의 전화번호도 찾을 수 없었다.
고교 동창들은 “진짜 말 없고 혼자 다니고 반에서 존재감이 없는 애였다”, “인사를 해도 인사 자체를 받아주지 않는 친구였다” “얘기를 잘 안 하고 대답도 잘 안 했다” “커튼 뒤에 항상 가 있고, 간식 먹을 때도 커튼 뒤에서 혼자 먹었다”고 전했다.
정유정이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지만 ‘왕따’는 아니었다고 한다.
고교 졸업 이후에도 이런 반사회적 성향에는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뚜렷한 직업을 가진 적이 없고, 사회생활을 경험하지 못한 데다 졸업 후에도 연락하는 친구가 거의 없었다.
커튼 뒤에 숨는 행동에 대해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한 언론에 “자기 몸을 감추려고 하는 건데 상당히 큰 방어성으로 보인다”며 “상당히 낮은 자존감을 가진 은둔형 외톨이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정유정은 과외 앱으로 피해자를 물색한 뒤 약속을 잡고 지난달 26일 오후 5시40분쯤 부산 금정구에 있는 피해자 집을 찾아가 흉기로 피해자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했다. 당시 실종처럼 보이려고 시신을 캐리어에 담은 뒤 택시를 타고 이동해 낙동강 인근 숲속에 유기했으나 혈흔이 묻은 캐리어를 숲속에 버리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택시 기사의 신고로 긴급체포됐다.
한편 검찰은 정유정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경우, 오는 11일까지인 정유정의 구속 기한을 연장해 조사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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