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문가가 후쿠시마 오염수 마시겠다고 선언한 첫 사례
도쿄전력 관계자들이 지난 2월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외신기자들에게 오염수 저장탱크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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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영 충북대 약대 교수가 “처리된 후쿠시마 오염수를 가져오면 방류농도로 희석해 마시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그는 “정치권 등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의 위험성을 지나치게 과장해 공포심을 조장하고 있다”면서 “과학으로 판단할 사안을 주관적 느낌으로 왜곡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30년 가까이 대학에서 방사성의약품학을 공부하고 강의한 전문가로 알려졌다. 앞서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한 후쿠시마 오염수를 마시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국내 전문가가 해당 오염수를 마시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일 과학계에 따르면 박 교수는 최근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인터넷 공개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병원의 핵의학과에서 사용되는 방사성의약품의 특성과 인체에 대한 영향을 30년 가까이 ‘방사성의약품학’이란 과목으로 공부하며 강의해 왔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국민 정서에도 국가 경제에도 도움 되지 않는, 그렇다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 수단도 보이지 않는 소모적 논란이 과학과는 동떨어진 주관적 견해들에 의해 증폭돼 국민의 공포만 키워가고 있다”라며 해당 글을 쓰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를 편들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오염수를 처리한 뒤 삼중수소를 방류농도인 1ℓ당 1500베크렐(㏃) 미만으로 희석한다면, 이 물 1ℓ를 마시더라도 내가 받는 실효 선량은 0.000027 mSv(밀리시버트)”라며 “이는 바나나 1개를 먹을 때 바나나에 포함된 칼륨-40 등에 의해 받는 실효선량 0.0001 mSv의 약 1/4”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 정부 발표대로 ALPS로 기타 핵종들을 제거한 처리수를, 삼중수소로서 1500 ㏃/ℓ가 되도록 약 487배의 상수에 희석한 물이 있다면 마실 수 있다고 판단된다”며 “그런 자리가 만들어지면 나는 한두 컵 주저 없이 마시겠다”고 했다.
박일영 충북대 약대 교수. 충북대 홈페이지 |
또한 그는 전체 후쿠시마 오염수 전체에 포함된 삼중수소량인 780 TBq을 상정하더라도 “북태평양 바닷물에 희석돼 우리나라 근해로 돌아올 때의 농도의 물이라면 평생 마셔도 문제가 없다. 사람은 이미 그보다 높은 방사선량이 포함된 음식물을 매일 먹고 마시며 산다”고 주장했다.
이어 “ALPS로 흡착과 필터를 거쳐 기타 핵종들을 제거했다면 미세 고형물이나 부유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기타 핵종들에 의한 추가 실효선량도 역시 미미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파킨슨병을 진단하는 PET 검사를 하기 위해 방사선동위원소인 불소018을 DOPA라는 물질에 치환해 넣은 방사성의약품을 정맥 주사할 때 환자가 1회당 받는 실효선량이 9.25~18.5 mSv”라며 “이 실효선량이 환자에게 오히려 암을 유발한다면 어느 의사가 파킨슨 의심 환자에게 PET 진단을 처방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제는 우리 국민의 식탁과 수산·요식 업계를 위해 수습해야 할 때”라며 “정부 발표와 전문가 의견을 믿지 못하는 시대이다 보니, 내가 해도 좋고 어느 누구라도 방류 농도의 희석수에 별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정말 알고 있는 사람이 나서, 그 물을 직접 마심으로써 우리 국민의 식탁을 안심시키는 일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했다.
다만 박 교수는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제반 시험성적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고, 주변국에서 요구하는 경우 시료 직접 채취를 허용해 이중 확인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라고 전제했다.
박 교수는 서울대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1995년부터 충북대 약대에 재직하고 있으며, 대한약학회 방사성의약품학 분과학회장도 맡고 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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