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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교내 쓰레기차에 치여 여대생 사망…"학교, 6년전에도 경고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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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덕여대 캠퍼스에서 대학생 양모(21·여)씨가 등교하던 중 쓰레기 수거용 트럭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는 지난 5일 오전 8시 50분쯤 동덕여대 캠퍼스 중문에서 인문관으로 향하는 가파른 언덕에서 일어났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80대 남성 A씨가 몰던 1톤(t) 트럭은 언덕 꼭대기에 있는 쓰레기 처리장에서 일을 마친 뒤, 언덕을 내려오는 과정에서 양씨를 친 것으로 보고있다. 사고를 목격한 재학생 B씨(23·여)는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에 1t 트럭이 빠른 속도로 내려왔다. 인문관으로 올라가던 교수와 학생들이 다 피했다”며 “트럭이 돌담벽을 박고 멈췄을 때 양씨가 피를 흘리며 길에 누워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트럭을 운전한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진 양씨는 뇌사판정을 받았다. 이에 유족들은 평소 양씨 바람대로 장기 기증을 하겠다는 뜻을 병원에 밝혔다. 그러나 수술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7시 15분, 양씨가 사망하면서 장기 기증이 어려워졌다. 양씨의 큰아버지 양모씨는 “이식을 기다렸던 분들의 희망도 물거품이 돼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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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동덕여대 캠퍼스 내 언덕에서 쓰레기 수거용 트럭이 학생을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난 지점은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고 경사가 가파르다. 이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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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2017년부터 민원 넣었는데…” 안전불감증 비판



학생들 사이에선 학교 측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학생회 관계자는 “2017년 이전부터 ‘가파른 언덕에 있는 쓰레기장 위치를 바꿔달라’ ‘차도와 구분해 인도를 만들어달라’고 건의했지만 이에 대한 조치가 없었다”며 “학교의 안전불감증이 사고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본관 앞 기둥에는 “학교는 왜 침묵하는가?” 등 안전 불감증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걸렸다. 큰아버지 양씨도 “학교는 ‘죄송하다’고 사과만 하지 말고, 나서서 재발 방지책을 내놔야 한다. 제2, 제3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안전 관련 민원이 꾸준히 있었던 것은 맞다”며 “지난해 언덕 한 쪽에 계단을 크게 설치하고, 주차 공간을 없애는 등 개선을 해왔지만 상황이 이렇게 될지는 몰랐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미애 동덕여대 총장은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총장으로서 다른 장소도 아닌 대학에서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참담하다”며 “향후 유사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내시설을 긴급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캠퍼스 내 추모 행렬…학교 “애도 기간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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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동덕여대 캠퍼스 내에 학생들이 직접 마련한 추모 공간에서 한 학생이 추모하고 있다. 이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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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학생회가 마련한 양씨 추모 공간에는 애도하는 사람들의 줄이 이어졌다. “서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가슴이 먹먹하다”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을 겪어 애석하다” 등의 메시지가 붙었다. 양씨와 같은 학과 학생인 이모(25·여)씨는 “사고 초기 응급처치가 됐다는 소식에 안도했는데 오늘 소식을 듣곤 가슴이 ‘쿵’하고 내려오는 느낌이었다”며 “가까운 사람이라 더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교 측도 양씨의 장례가 진행되는 기간을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본관 앞에 별도 추모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장서윤·이찬규 기자 jang.seo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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