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前 환경부 장관 인터뷰
“흑해로 홍수 유입 땐 또다른 위험
루마니아·조지아 등 주변국 영향”
전문가들도 생태계 파괴 등 경고
“방류수 속에 공장서 흘러들어온
다양한 화학·독성 잔류물질 있어”
자포리자원전 안전에도 타격 예상
오스타프 세메라크 전 우크라이나 환경부 장관은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댐 폭발은) 10년간 유럽에서 발생한 가장 큰 환경 재앙이자 체르노빌 사건 이후 우크라이나에 터진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과 6일 Planet Labs의 SkySat이 촬영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카호우카 댐의 위성사진.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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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댐 붕괴가 인근 생태계를 영원히 바꿀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배스대 토목공학과 모하마드 헤이다자데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방류수 속엔 공장과 작업장에서 흘러들어온 다양한 화학물질과 독성물질의 잔류물이 있다”며 “댐 붕괴로 유해물질이 방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세메라크 전 장관도 “폭발 이후 발생한 홍수가 흑해로 흘러들어가면 앞으로 며칠, 몇 주 안에 또 다른 위험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는 루마니아, 조지아, 튀르키예, 불가리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댐 내부 수력발전소에 저장돼 있던 150t 이상의 기름의 향방이 문제로 지적된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루슬란 스트릴레츠 우크라이나 환경부 장관은 “현재 600∼800t의 기름이 유출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유출된 기름은 드니프로강을 거쳐 흑해로 흘러들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카호우카 댐이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에 냉각수를 공급하는 데 쓰이는 만큼 원전 안전에 타격도 예상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단 “즉각적인 위험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댐 붕괴 책임을 두고서는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지뢰 매설 및 폭파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측의 사보타주(비밀파괴공작)를 댐 붕괴 원인으로 각각 지목 중이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공학 및 군수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폭탄이나 미사일로 인한 외부 충격은 댐의 일부에만 파손을 가할 뿐 이번처럼 절반으로 쪼개지는 결과를 낳긴 어렵다며 내부 고의 폭발설에 무게가 실린다고 전했다. 러시아 측 주장처럼 우크라이나의 외부 폭격으로 댐이 무너졌을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24개 마을 침수… 1만7000여명 대피 우크라이나 헤르손주의 노바 카호우카 댐이 원인불명의 폭발로 붕괴된 가운데 홍수가 발생한 댐 인근 마을에서 6일(현지시간) 한 노인이 구조대원에 안겨 구출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이날 댐 붕괴로 주변 24개 마을이 물에 잠겨 1만7000여명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헤르손=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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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주장에 동조하는 가운데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정책조정관은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자 우크라이나와 협력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러시아가 댐을 점령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배후일 가능성이 더 높지 않으냐는 질문에도 “우리는 아직 그렇게 결정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WP는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 해저가스관이 지난해 9월 폭발하기 전 우크라이나가 노르트스트림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 사실을 지난해 6월 미 중앙정보국(CIA) 등 서방 정보기관들도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내용은 미 공군 매사추세츠 주방위군 소속 잭 더글러스 테세이라 일병이 온라인에 유출한 미 국방부 기밀 문건에 담겨 있었다. 덴마크와 스웨덴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설치된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4개 중 3개에서 발생한 연쇄 폭발이 실제 우크라이나 소행이라면 파장이 예상된다.
미 하원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 군사전문매체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마이크 로저스 미 하원 군사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지원을 대폭 축소하고, 올해 연말에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예림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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