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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카호우카 댐 붕괴는 체르노빌 사고 이후 최악 환경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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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前 환경부 장관 인터뷰

“흑해로 홍수 유입 땐 또다른 위험

루마니아·조지아 등 주변국 영향”

전문가들도 생태계 파괴 등 경고

“방류수 속에 공장서 흘러들어온

다양한 화학·독성 잔류물질 있어”

자포리자원전 안전에도 타격 예상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카호우카 댐이 6일(현지시간) 폭발한 것을 두고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이후 발생한 최악의 환경 재앙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오스타프 세메라크 전 우크라이나 환경부 장관은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댐 폭발은) 10년간 유럽에서 발생한 가장 큰 환경 재앙이자 체르노빌 사건 이후 우크라이나에 터진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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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과 6일 Planet Labs의 SkySat이 촬영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카호우카 댐의 위성사진.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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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댐 붕괴가 인근 생태계를 영원히 바꿀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배스대 토목공학과 모하마드 헤이다자데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방류수 속엔 공장과 작업장에서 흘러들어온 다양한 화학물질과 독성물질의 잔류물이 있다”며 “댐 붕괴로 유해물질이 방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세메라크 전 장관도 “폭발 이후 발생한 홍수가 흑해로 흘러들어가면 앞으로 며칠, 몇 주 안에 또 다른 위험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는 루마니아, 조지아, 튀르키예, 불가리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댐 내부 수력발전소에 저장돼 있던 150t 이상의 기름의 향방이 문제로 지적된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루슬란 스트릴레츠 우크라이나 환경부 장관은 “현재 600∼800t의 기름이 유출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유출된 기름은 드니프로강을 거쳐 흑해로 흘러들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카호우카 댐이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에 냉각수를 공급하는 데 쓰이는 만큼 원전 안전에 타격도 예상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단 “즉각적인 위험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댐 붕괴 책임을 두고서는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지뢰 매설 및 폭파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측의 사보타주(비밀파괴공작)를 댐 붕괴 원인으로 각각 지목 중이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공학 및 군수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폭탄이나 미사일로 인한 외부 충격은 댐의 일부에만 파손을 가할 뿐 이번처럼 절반으로 쪼개지는 결과를 낳긴 어렵다며 내부 고의 폭발설에 무게가 실린다고 전했다. 러시아 측 주장처럼 우크라이나의 외부 폭격으로 댐이 무너졌을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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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개 마을 침수… 1만7000여명 대피 우크라이나 헤르손주의 노바 카호우카 댐이 원인불명의 폭발로 붕괴된 가운데 홍수가 발생한 댐 인근 마을에서 6일(현지시간) 한 노인이 구조대원에 안겨 구출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이날 댐 붕괴로 주변 24개 마을이 물에 잠겨 1만7000여명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헤르손=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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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주장에 동조하는 가운데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정책조정관은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자 우크라이나와 협력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러시아가 댐을 점령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배후일 가능성이 더 높지 않으냐는 질문에도 “우리는 아직 그렇게 결정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WP는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 해저가스관이 지난해 9월 폭발하기 전 우크라이나가 노르트스트림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 사실을 지난해 6월 미 중앙정보국(CIA) 등 서방 정보기관들도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내용은 미 공군 매사추세츠 주방위군 소속 잭 더글러스 테세이라 일병이 온라인에 유출한 미 국방부 기밀 문건에 담겨 있었다. 덴마크와 스웨덴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설치된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4개 중 3개에서 발생한 연쇄 폭발이 실제 우크라이나 소행이라면 파장이 예상된다.

미 하원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 군사전문매체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마이크 로저스 미 하원 군사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지원을 대폭 축소하고, 올해 연말에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예림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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