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베이직' 4년 법적 공방 끝 무죄 확정
"정치인들이 법 바꿔 혁신 주저 앉혔다"
타다 반성문 쓰는 정치인…"尹 검찰 탓"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지난 1일 대법원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한 혐의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처럼 밝혔다. 차량 중개 플랫폼 '타다 베이직'이 4년간 법적 다툼 끝에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은 직후다. 법적 공방은 마무리됐지만, 국회와 정부의 갈등 조정 역할 부재, 신사업에 대한 정치권의 이해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입법 참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혁신의 아이콘' 타다, 왜 법정에 갔나?
이재웅(오른쪽)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가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타다' 의 불법성을 다투는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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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재판은 택시업계가 '타다 베이직' 영업을 시작한 VCNC와 쏘카 등을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타다 베이직은 2018년 스마트폰 앱으로 운전기사가 동승한 11인승 승합차를 빌려 이용하는 서비스다. VCNC는 쏘카에서 빌린 렌터카를 운전자와 함께 다시 고객에게 빌려주는 방식으로 타다를 운영했다. 그러나 택시업계는 이를 '불법 콜택시' 영업이라고 주장했다. 검찰도 타다 베이직이 자동차운수법상 불법이라 보고 이재웅 쏘카 전 대표와 박재욱 브이씨엔씨(VCNC) 전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타다 측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승합차를 빌렸을 경우 기사를 알선할 수 없지만, 11~15인승 승합차를 빌릴 땐 가능하다는 예외 조항이 담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18조(2021년 4월 삭제)를 앞세운 것이다.
1·2심 모두 타다의 주장을 받아들여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타다가 차량 이용을 사전 예약한 특정 회원에 대해 자동차를 대여할 뿐, 노상에서 승차를 요청하는 불특정인의 요구에 즉흥적으로 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의 여객을 자동차로 운송한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대법원도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거나 옛 여객자동차법 조항 및 의사표시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덧붙였다.
무죄가 확정됐지만 타다가 과거 영업 방식을 재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권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통해 이른바 '타다금지법'을 만들어 자동차대여 사업자가 운전자를 알선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탓이다.
여야, 타다 금지법 만들어 영업 원천 봉쇄
타다금지법은 승합차를 빌릴 때 운전자를 제공 받으려면 관광 목적으로 6시간 이상 대여해야 한다는 신규 단서가 달렸다. 또 빌린 차는 공항 또는 항만에서 대여·반납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여객자동차플랫폼운송사업'이라는 사업 구분을 신설해 타다가 계속 영업하기 위해선 기존 렌터카 사용 방식이 아닌 플랫폼 운송사업자로 등록해야 영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2019년 10월 검찰이 이 전 대표 등을 불구속 기소할 무렵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됐다. 당시 정치권과 정부는 이 법이 통과될 경우 타다의 영업이 불법이 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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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 소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당시 소위위원)이 "박홍근 의원께서 발의한 개정안의 내용을 다룰 때 그 내용(렌터카 면허로 운송사업)하고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냐"고 질문하자, 김경욱 당시 국토교통부 2차관은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타다는 현재의 상태로 영업을 할 수가 없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거의 제정법과 가까울 정도로 플랫폼 운송사업에 대한 규정이 많고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를 보면 조항마다 보완,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이 달려 있다"며 "별도로 한 번 이해관계인과 전문가를 초빙해서 의견을 듣고 필터링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국토부는 "구체화할수록 갈등이 더 생긴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같은 해 12월 두 번째 소위에선 공정거래위원회가 해당 법안에 문제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지만, 이 역시 묵살됐다. 공정위는 "특정한 형태의 운수사업을 법령에서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경쟁 촉진 및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회의에선 이 법안을 마련한 박홍근 의원이 강하게 밀어붙였고, 이현재 전 의원(현 하남시장)이 동조하면서 개정안은 소위를 통과했다.
총선 앞둔 택시업계 눈치 보기…법사위, 이의제기도 묵살
“법사위 와서 위원 두 명이 반대하는 경우 다 소위로 넘어가거나 계류된다, 이것은 왜 그냥 통과시키려고 하느냐.” (이철희 전 민주당 의원)
“국토부 장관이 잘못된 답변을 하고 있다. 타다에도 1만명이 넘는 고용이 되어 있다.” (채이배 전 민주당 의원)
타다금지법은 법안의 법률적 자구체계 심사를 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 차례 제동이 걸렸다. 당시 이철희·채이배 전 의원이 여상규 당시 법사위원장을 상대로 이같이 주장하며 타다금지법 통과를 반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 전 위원장은 “소수의견으로 잘 정리하겠다”며 원안대로 의결했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두 의원의 반대가 계속되자 “종결하라”며 촉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회에서 타다금지법이 속전속결로 처리된 배경은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지목된다. 해당 법안은 2020년 4월15일 총선 한 달을 앞둔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을 주도한 박홍근 의원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는데, 당시 전주에서 고공농성을 하는 김재주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전북지회장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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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 쓰는 정치권…박홍근 "윤석열 검찰 탓"
정치권에서는 타다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을 계기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타다의 승소는 국회의 패소라는 지적을 아프게 받아들인다”면서 “시대 변화의 흐름을 정치가 따라가지 못했다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외환위기 이후 기업과 금융·산업·문화·영화 등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가 변했다”면서도 “정치는 여전히 과거에 갇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이 기술 혁신을 선도하고 혁신 성장을 키우는 비전을 제시하고 입법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바 있는 여선웅 전 직방 부사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스타트업 업계를 향해 “승리한 역사를 가져보자”며 타다금지법 폐기 온라인 서명 운동을 제안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2일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을 향해 “타다 무죄에 대해 당 차원의 공개 사과를 해야 한다”며 “결자해지 차원에서 타다금지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박홍근 의원은 지난 5일 민주당 의원 단체대화방에 올린 글을 통해 “이 사안은 ‘정책적 판단 문제’로서 입법적 대안으로 접근해야 할 일이었음에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대검 라인이 정부·여당과 상의 없이 조급하게 기소를 결정해 ‘형사적 처벌 문제’로 비화돼 사법적 판단까지 받게 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택시업계가 타다를 고발하면서 법정 싸움으로 번진 사건을 놓고 검찰의 무리한 기소 탓이라는 것이다.
내년 총선 앞두고 '제2의 타다금지법' 줄줄이 대기
정치권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제2의 타다금지법'이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존 사업과 신사업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 제대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면서다. 일례로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을 운영해온 로앤컴퍼니는 수년간 변호사 단체와 갈등을 빚었다. 헌법재판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각각 지난해 5월(변호사 로톡 가입금지 위헌)과 올해 2월(변협 등 과징금 20억원) 로앤컴퍼니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다수 변호사가 탈퇴하고 경영난을 겪고 있다. 국회가 로톡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변호사 단체와 대화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두고 대한약사회와 플랫폼 사업도 충돌하고 있고, 부동산 중개 서비스 직방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간 갈등도 여전하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선거 때가 되면 의원들끼리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법안이나 예산으로 짬짜미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신사업 부문에 대해서는 정부나 정치권이 오히려 이를 막는 경우가 많아 이번 선거를 앞두고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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