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이건희 회장, 왼팔·오른팔 같던 사람도 내쳐 기득권 저항 깼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30년 전인 1993년 6월 7일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켐핀스키 호 텔로 삼성 임원 수백명을 불러, ‘나부터 바꾸자’며 ‘신경영’을 선포했다. [사진 삼성전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메시지로 유명한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신경영 선포가 7일로 30년을 맞는다. 이 선대회장은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삼성 임원 수백 명을 불러 모아 ‘나부터 바꾸자’고 주문했다. 중앙일보는 6일 당시 현장에 있었던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당시 삼성건설 사장)과 황영기 전 삼성증권 사장(당시 비서실 이사)으로부터 이 회장이 제시한 경영 혁신의 의미와 비화를 들어봤다.

현 전 회장은 “신경영은 ‘국내 1등’이라는 그간의 성과를 부정하는 것이었다”며 “기존 관행에 젖어있던 사람은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 회장은 과감한 인사 조치로 기득권의 저항을 물리쳤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경영 선포 후 삼성의 주요 계열사 관리본부장은 교육 명목으로 그룹연수원으로 2~3개월간 파견을 갔다. 현 전 회장은 “(이 회장의) 왼팔·오른팔 같던 사람도 좌천됐다”고 전했다. 이후 현 전 회장은 1993년 10월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는 “이 회장께 ‘(공직자 출신인) 저는 삼성 기업문화도 모르고, 전자·생명 등 주요 회사를 맡은 적도 없다’고 사양했더니 ‘그래서 해야 한다. 과거의 관행을 따르지 않아서’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회상했다.

“임원들 다 오라 캐라(오라고 해라).”

황 전 사장은 “지금도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자마자 이 회장이 내린 불호령이 또렷하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비행기 안에서 ‘삼성이 양적 성장에만 치중한다’는 내용이 담긴 ‘후쿠다 보고서’와 불량 세탁기 영상을 보고 난 뒤 결심이 서자 임원들을 호출했다는 설명이다. 황 전 사장은 “(이 회장이) 마음속에 묻어둔 신념을 화산 용암처럼 뿜어낸 것 같다”고 돌이켰다.

황 전 사장에 따르면 신경영이 효과를 거둔 건 5~6년이 지나서였다. 그는 “질(質)경영·선진경영은 1997년 외환위기 뒤 다른 기업과 실력 격차로 증명됐다. 신경영이 불을 붙인 것이라면, 로켓이 발사된 건 외환위기 이후”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이 회장의 자녀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동행했다. CJ그룹이 분리되기 전이라 이재현 회장도 자리했다”고 전했다. 일종의 후계자 경영 수업이었던 셈이다.

삼성은 신경영 30주년과 관련해 별도의 행사를 열지 않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미 세대교체가 이뤄진 데다 글로벌 복합 위기 속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족 상속세 대출 4조=한편 2020년 10월 이 회장 별세 이후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등 삼성 일가가 상속세 납부를 위해 4조원이 넘는 대출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홍 전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최근 삼성전자 주식을 담보로 각각 1조4000억원, 5170억원, 190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이로써 세 모녀의 주식담보 대출 총액은 4조781억원에 이른다. 상속세 마련을 위해 일부 계열사 주식도 처분한 상태다.

이 회장의 유족이 내야 할 상속세는 12조원으로,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2021년부터 5년에 걸쳐 분할 납부 중이다.

☞삼성 신경영=이건희 선대회장이 주도한 질(質)경영 중심의 대대적인 경영 혁신 작업. 이후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당시 41조원이던 자산 규모가 지난해 448조원으로, 같은 기간 4만7600명이던 인력이 12만 명으로 늘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