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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만렙 김은중 감독…만점짜리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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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만렙 김은중 감독…만점짜리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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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사고·막힘 없는 소통

‘골짜기 세대’
편견 깨부순
김은중 리더십

“조용하면서도 묵직한 우보만리(牛步萬里)형 지도자.”

20세 이하(U-20)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을 지휘하는 김은중 감독(44·사진)은 무척 조용하다. 자기 위치에서 본인 역할을 묵묵히 수행할 뿐 불평도, 투정도 하지 않는다.

김은중 감독은 2014년 화려한 프로선수 생활을 그만둔 뒤 진로를 고민했다. 그러면서 찾아간 사람이 스포티즌 심찬구 대표다. 심 대표는 “나와 잘 아는 사이가 아닌데 먼저 연락이 왔다”며 “벨기에 투비즈 구단에서 코치로 일하고 싶다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당시 투비즈 구단주였다. 벨기에는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를 오르내린 축구 강국. 무엇보다 유소년 육성 시스템이 네덜란드·독일 등과 함께 세계적이다. 김 감독은 투비즈에서 3년 동안 1군 코치, 2군 감독을 역임했다. 심 대표는 “(김 감독은) 갈등을 일으키는 걸 몹시 싫어해 모든 걸 혼자 감당하며 삭였다”며 “겉보기에는 일을 최소한만 하는 것 같지만 혼자서 늘 배우려 했다”고 회고했다. 심 대표는 “시즌 막판 감독을 시켰는데 이전 감독과 다르게 선수를 바꾸면서 승리했다”며 “그동안 준비한 것을 곧바로 펼치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후 23세 이하(U-23) 대표팀 코치가 됐다. 당시 감독은 ‘전략가’ 김학범 감독이었다. 둘은 4년 동안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2020년 U-23 아시아선수권 우승을 일궜다. 김학범 감독은 “자기 걸 고집하지 않고 무엇이든지 배우고 활용하는 스펀지형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김학범 감독은 젊은 선수들과의 소통 능력을 최고로 꼽았다. 김학범 감독은 “김은중 감독은 윽박지르거나 소리치지 않고 자기가 준비하고 계획한 것을 선수들에게 짧고 명확하게 전달한다”며 “개성이 강한 MZ세대에 맞는 지도자”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김은중 감독은 주어진 여건 속에서 어떻게 해서든 팀을 만들어 내는 유연함을 갖췄다”며 “지도자로서 이렇게 더 익어간다면 더 큰 일을 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은중 감독은 1997~2014년 한국, 일본, 중국 프로무대를 누볐다. 리그, 리그컵,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을 경험했고 K리그 MVP(2010년)도 됐다. 1998년 U-19 아시아선수권 금메달,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따냈다. 김 감독은 이동국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였지만 A대표팀과의 인연은 15경기(5골)로 다소 적었다. 왼쪽 눈은 동북중 시절 공에 맞아 실명했다. 프로 성적은 396경기, 105골. 한쪽 눈으로 엄청나게 노력했기에 가능한 성적표다.


김 감독은 세계 각국 유망주들이 모이는 벨기에와 U-23 대표팀에서 젊은 선수들과 소통하면서 발전을 유도하는 법을 익혔다. 그렇게 9년 동안 MZ세대와 함께 배우고 습득한 게 역대 최약체로 평가받던 U-20 대표팀을 월드컵 4강에 올려놓은 밑거름이 됐다.

김은중호는 오는 9일 아르헨티나 라플라타에서 이탈리아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한국은 이번에도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으로 나오리라 예상된다. 김 감독은 “체력도 밀리고 기량도 부족하지만 똘똘 뭉쳐 싸우겠다”며 “2019년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결승행을 향해 다시 한 번 투혼을 쏟아내겠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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