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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FreeView] 460만원 '비전 프로' 대체 누가 사냐고?…애플팬이 바라본 성공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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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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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비전 프로' /사진=애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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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모어 씽(One more thing)"

이 문구에 가슴이 뛰지 않는다면 애플팬이 아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목소리는 떨렸고, 내 가슴도 함께 두근거렸다. 이미 무엇이 나올 지는 알고 있었지만, 뚜껑을 열기 전까지 무언가 더 나올 것 같다는 기대감을 버릴 수 없었다.

열어보니 이름부터 예상과는 다른 '비전 프로'였다. 가격은 3499달러(약 456만원)로 비쌀 거란 예상보다 더 비쌌다. 애플이 신나게 보여준 사용법은 기존 가상현실(VR) 헤드셋에서도 거의 다 구현 가능한 일들이었다. 쓰고 있는 사람의 눈이 들여다 보이는 디자인은 어딘가 괴상한 구석이 있었다. 기대만큼 우려가 커졌다.

애플 '1세대'는 항상 논란거리였지만…

한참 고민 끝에 마음은 다시 '기대'로 기울었다. 애플의 1세대 제품은 항상 논란을 이끌고 다녔다. 심지어 아이폰마저도 처음에는 실패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휴대폰 시장의 강자였던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아이폰을 무시했다. 제대로 적을 알아보지 못한 덕에 두 회사는 시장에서 사라졌고, 현재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 매출의 48%, 이익의 85%를 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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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을 소개하는 스티브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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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가 처음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화면만 키운 아이폰으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 지 의견이 분분했다. 애플워치 역시 스위스 시계 업계 관계자들에게 '영혼 없는 시계'라고 무시를 당했다. 에어팟의 디자인은 칫솔, 콩나물 등으로 불리며 조롱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 잘 알다시피 각 제품 모두 거대한 시장을 개척했고, 그 시장에서 1등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비전 프로 역시 벌써부터 다양한 논란을 낳고 있지만, 실패할 것이라 쉽사리 예단하긴 힘들다. 아이폰 이후 실패작이 거의 없었던 애플의 궤적이 비전 프로를 자꾸 다시 보게 만든다. 비전 프로가 정말 패러다임을 바꿀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라면, 후대의 평가는 완전히 달리질 것이다.

3499달러, 무작정 비싸다고만 할 수 있을까?

비전 프로 공개 직전 메타가 공개한 '퀘스트3'의 가격은 499달러로, 비전 프로의 5분의 1도 안된다. 한화로460만원이 넘는 비전 프로의 가격은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애플이 주장한대로 비전 프로가 아이폰의 주변기기가 아닌 새로운 '공간 컴퓨팅' 기기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이것은 고성능 컴퓨터이자 디스플레이고, 그것도 전혀 새로운 인터페이스와 경험을 갖춘 최첨단 전자기기다. 게임기나 설익은 메타버스 기기로 분류되던 기존 VR 헤드셋과는 비교군 자체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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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비전 프로' /사진=애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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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전문가를 지향한 기기라면, 사실 450만원이 무작정 비싸다고만 할 수는 없다. 이날 공개된 맥 프로는 1119만원부터 시작한다. 전문가용 제품의 가치는 이 제품을 통한 작업이 어느정도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애플의 참전으로 앞으로 VR·AR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다면, 이를 위한 앱 개발 등의 수요도 함께 폭증할 것이다. 당장 대중화까진 어렵더라도 새로운 시장을 움트게 하는 정도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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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비전 프로' /사진=애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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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쓰는 프리미엄 가전제품으로 봐도 이해 가능한 가격이다. 현재 팔리는 8K급 프리미엄 TV 가격은 대부분 비전 프로보다 비싸다. 심지어 최고급 냉장고나 에어컨도 이보다 비싸다. 정말 애플이 주장한대로 비전 프로가 8K급 화면을 선명하게 현실에 투사할 수 있다면, 그래서 초대형 TV와 고성능 데스크톱을 대체하고 환상적인 원격근무지와 개인용 홈시어터를 꾸릴 수 있는 기기라면, 460만원이 비싸다고만은 할 수 없다. 초기에는 소수 얼리어답터나 소득 상위층만이 구매하는 제품이 될 순 있지만, 애플 입장에선 최상위 프리미엄 제품이란 타이틀을 가져갈 수 있으니 손해보는 장사는 아닐 것이다.

문제는 '퀄리티'다

애플은 이 날 비전 프로를 통해 앱을 실행하고, 콘텐츠를 감상하며, 영상 통화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애플답게 세련되게 표현됐으나, 사실 이 중 상당수는 기존 VR 헤드셋으로도 가능한 일들이다. 애플만이 가능한 혁신을 기대하던 많은 이들이 이날 발표에 실망한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아이팟이 나오기 이전까지 그 수많았던 MP3 플레이어를 생각해 보자. 음악을 재생하는 기능은 다 같았지만, 결국에 시장엔 아이팟만 남았다. 아이팟으로 듣나 다른 MP3 플레이어로 듣나 음악 자체는 똑같았다. 하지만 아이팟은 디자인과 인터페이스, 콘텐츠 생태계 등 제품 퀄리티에서 경쟁 제품을 압도했고, 이는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 제품의 성공 방식으로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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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비전 프로의 성공 여부도 기존 제품과 퀄리티의 차이를 현격히 느껴지게 하는 가에 달려있을 공산이 크다. 그동안 VR 헤드셋에서 느껴지던 설익은 느낌, 불편한 착용감과 흐릿한 화면, 어지러움증과 빈약한 콘텐츠 등을 비전 프로가 해결한다면 판도는 달라질 수 있다. 애플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훌륭한 기술적 토양과 플랫폼 생태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비전 프로가 완전히 새롭진 않더라도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비전 프로가 그만큼 퀄리티의 격차를 느끼게 하는 제품인지, 실제 착용해 보는 순간 판가름 날 것이다.

만일 이날 공개된 영상만큼 비전 프로가 훌륭한 제품이라면, 애플은 다음으로 더 저렴해진 일반형 '비전'과 좀 더 저렴해진 '비전 SE' 등을 내놓으며 시장을 확장해 갈 것이다. 대중화가 이뤄지는 동안 수많은 개발사들이 비전 앱스토어로 몰려갈 것이며, 이를 통해 팀 쿡은 다시 VR·AR 시장이 '애플 천하'가 되는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이를 메타나 삼성전자가 막아설 수 있을 지는 미지수지만, 분명 쉽진 않은 도전이 될 것이다. 비전 프로가 2시간 밖에 버티지 못하는 거추장스러운 외장 배터리에 의지할 때가 유일한 역전 찬스일 지 모른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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