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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한은 보유 골드바 8380개…"金 유동성 나빠, 달러가 나은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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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보유 금 104.4t…골드바 8380개

전량 영국에 보관…지난달 첫 실사 진행

일부 오기 발견됐으나 보관상태 양호

金은 유동성 안 좋아, 보유확대 신중해야

한국은행이 최근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에 보유 중인 금 104.4t에 대해 처음 실사를 진행했다. 일부 골드바에서 제련업자 표시가 장부와 다르게 나타나는 등 오기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안전하게 보관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은은 최근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하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추후 상승 여력은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또 금은 달러에 비해 유동성이 떨어지는 만큼 일각의 주장처럼 한은이 금 보유를 확대하는 것에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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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바 8380개 규모…전량 영국에 보관
한은은 6일 '보유금 관리현황 및 향후 금 운용 방향' 자료를 통해 "지난 23일 보유 금의 안전성, 보관상태에 대한 점검뿐만 아니라 다른 중앙은행의 행태, 시장 여건 등을 확인하고자 실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보유 중인 금 104.4t을 모두 영란은행에 보관하고 있다. 과거 국내, 뉴욕 연방준비제도, UBS 등에 보관하기도 했지만 금의 유동성 제고와 금 대여를 통한 추가수익 창출 등을 위해 영란은행으로 보관을 일원화했다.

한은은 런던시장에서의 원활한 거래를 위해 런던금시장협회(LBMA)에서 지정한 순도, 무게, 형태로 규격화된 형태로 금을 보유하고 있다. 골드바 개수는 8380개다. 이번 실사는 한은이 금을 영란은행에 보관하기 시작한 1990년 이후 처음 실시하는 것이다. 영란은행은 보안 등의 이유로 2010년대 중반까지 실사를 허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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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바(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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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오기 발견됐지만 금 보관상태 양호
실사는 지난달 23일 하루 동안 골드바 205개(대여금을 제외한 한은 보유분 3.05%)의 샘플 검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200개는 사전에 영란은행에 통보했고, 5개는 당일 현장에서 임의 지정해 보관상태까지 확인했다. 장부와 실물 비교, 무게측정, 금고 배치 현황 등을 파악했다.

한은이 골드바 표면에 기록된 관리번호, 제련업자, 순도 정보와 장부를 비교한 결과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표면의 긁힘, 실금 등 손상 조사 결과도 양호했다. 무게를 측정한 30개의 경우 이상이 없었고, 금고에 들어가 확인한 5개의 골드바도 보관 상태가 좋았다.

다만 점검한 3개의 골드바에서 제련업자 표시가 장부와 달랐다. 한은은 "제련업자는 같지만 공장 소재지가 다른데 기인한 단순 오기로 판단됐다"며 "이런 오기는 다른 기관 실사에서도 종종 나타나기 때문에 해당 정보를 수정하는 걸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번 실사를 통해 금이 안전하게 보관돼 있고, 영란은행의 관리시스템도 효율적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관리상 오기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에 보유 금의 정보 확인을 위해 수년 주기로 실사를 실시할 필요성도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영국 런던이 금 시장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보유 금 전량을 영란은행에 보유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면서도 "앞으로 한은의 금 보유가 늘어난다면 안전성 등을 고려해 보관기관 다변화 등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값 상승은 약달러 때문…러시아 전쟁도 영향
한은은 2010년대 중반까지 온스당 1100~1300달러였던 금값이 최근 2000달러 수준까지 오른 것에 대해선 달러 약세 등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달러화 약세는 그 자체로 금 강세 요인일 뿐만 아니라 달러화 약세 헤지를 위한 금 수요를 증가시켜 추가 상승 요인이 된다.

또 최근 중국, 튀르키예 등 일부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금값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해 중앙은행의 금 매입은 1950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인데, 이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중앙은행이 금 매입에 나서는 것은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이 러시아를 글로벌 달러화 금융시스템에서 배제하면서 리스크를 인식한 일부 국가의 금 매입을 촉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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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金 유동성 안 좋아…달러가 나은 선택"
한은의 외화자산에서 달러화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70%를 상회하고, 금 보유 비중은 1% 남짓에 불과하다. 금값이 상승하면서 일각에선 한은이 금 보유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한은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금은 기타통화들과는 달리 시장 전망을 반영해 적극적으로 비중을 조정할 수 있는 운용자산이 아니다"며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여타 통화들 대비 낮은 데다 만일 시장 전망이 바뀌어서 매도할 경우 금은 외화보유액 중에서도 최후수단이라는 인식이 있어 시장에 예상치 못한 시그널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은은 "일각의 주장처럼 외화보유액 중 금 보유 확대가 긴요한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잠재된 상황에서 금 보유 확대보다는 달러화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것이 나은 선택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금 가격이 이미 전고점에 근접한 상황에서 향후 상승 여력이 불확실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최근 확인했듯이 글로벌 경기에 따라 미 달러화의 강세가 언제든 나타날 수 있고, 금 보유 기회비용인 실질금리가 플러스로 돌아선 점도 가격상승 제약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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