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엔비디아·美 반도체 ETF 차익 실현…“지금이 고점”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엔비디아 주식을 대량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인공지능(AI)과 반도체 투자 열풍을 몰고 온 엔비디아 주가 급등하면서 주가가 고점에 다다랐다고 판단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CES 2017 첫 기조연설자로 나선 젠슨 황 엔비디아 CEO.

6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나흘간 국내 투자자들의 엔비디아 매도결제액에서 매수결제액을 뺀 순매도 결제액은 2억4766만달러(약 3239억원)로 집계됐다.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는 지난 25일(현지 시각)부터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다. 25일 하루에만 종가 기준 전 거래일 대비 약 24% 올랐으며, 30일엔 장중 시가총액이 1조달러(약 1300조원)를 넘어서기도 했다.

엔비디아 주가가 급격히 오르며 1조달러를 넘어서는 4거래일 동안 서학개미들은 엔비디아 주식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외화증권 매매내역이 예탁원에 결제처리로 반영되는 데 3거래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의 지난달 25일부터의 매매 내역은 같은 달 30일부터의 결제 내역으로 반영된다.

같은 기간 서학개미들은 반도체주 하락에 베팅하기도 했다. ICE반도체지수 수익률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순매도하고 이를 역으로 추종하는 ETF는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기업 주가가 곧 조정받을 것으로 예측한 것으로 보인다. ICE반도체지수는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AMD 등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주요 반도체기업들로 구성돼있다.

ICE반도체지수를 3배로 따라가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SOXL) ETF의 순매도 결제액은 2억1286만달러(약 2784억원)로 집계됐다. 반면 ICE반도체지수의 수익률을 역으로 3배 따라가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X’(SOXS) ETF는 이 기간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이었다. 이 ETF의 순매수 결제액은 약 9595만달러(약 1255억원)이었다.

최근 급등한 엔비디아 주가에 대한 갑론을박은 계속되고 있다.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엔비디아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 월가는 물론 국내에서도 엔비디아에 대한 긍정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시장은 AI 서버 시장의 성장성을 과소평가해 왔다”며 “실적 전망치가 크게 상향 조정됨에 따라 현 주가에 적용되는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 배수도 큰 폭으로 낮아지며 고평가 논란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빅테크들이 앞다퉈 AI 투자에 나서는 가운데 AI 서버에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탑재가 필수적”이라며 “고성능 GPU의 중국수출이 금지되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으나 규제에 부합하는 대체 반도체 제품의 판매 호조로 실적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오귀환 기자(og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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